한 컷의 그림에 함축된 메시지. 그림은 말보다 강한 힘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한다. 만국의 공통어라고도 불리는 그림에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담아낸다면, 국내를 넘어 전세계에 복음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21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한국기독만화선교회 제14대 신임 회장 전하리 작가는 사랑 많은 엄마이자 펜으로 복음을 전하는 하나님의 오른팔이었다.
 
40史 기독만화선교회 사상 첫 여성 회장…"선교의 도구되길"
  

 ▲한국기독만화선교회 제14대 신임 회장 전하리 작가 ⓒ데일리굿뉴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시 23:1)' 말씀과 함께 그려진 그림에는 예수님이 어린 양을 안아주는 모습이 담겨 있다. 성경 속 장면이 만화로 생생하게 묘사돼 이목을 끄는가 하면, '창세기', '히브리서', '레위기'와 같은 글자 안에 성경 각 권의 주제 말씀이 그림으로 표현된 <성경 문자도>도 있다.

최근 한국기독만화선교회 제14대 회장으로 선임된 전하리 작가(서울명륜교회)가 그려온 그림들이다.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한국기독만화선교회는 1977년 3월 만화를 통해 선교하고자 하는 이들이 모여 설립됐다. 전 작가는 선교회 사상 최초의 여성 회장이다.
 
21일 만난 전 작가는 온 에너지를 만화 사역에 쏟고 있었다. 오직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다. 다음 세대를 위해 걱정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자녀를 사랑하는 '엄마'의 모습이 보였고, 그림 이야기를 할 때는 펜으로 복음을 전하는 '여 전사'의 모습이 투영됐다.
 
이제 막 한국기독만화선교회 회장으로서의 임기를 시작한 그는 아직은 잘할 수 있을까 싶다며 겸손해했다. 혼란스러운 현시대에 만화가 온전히 선교의 도구로 쓰임 받을 수 있도록, 하나님의 영광의 도구가 되도록 기도해 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다음 세대의 신앙에 대해 걱정이 될 때가 많습니다. 기독교 문화는 쇠퇴하고, 교회는 축소되고, 가나안 성도는 늘고 있죠. 험난한 세상에서 아이들이 천국에 가는 그날까지 믿음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되지만, 크리스천 만화가들이 협심해 선교의 비전을 품으면 세상이 변할 겁니다."
 
만화가 험난한 이 세대에서 선교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비전이다. 이에 한국기독만화선교회도 자칫하면 흐려질 수 있는 말씀의 본질을 만화를 통해 임팩트있게 전달하는 것을 사역의 목표로 삼았다. 만화는 메시지 전달 효과가 크기 때문에, 한 컷의 그림만으로도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전 작가와 한국기독만화선교회 회원들의 믿음이다.
 

 ▲전하리 작가의 작품들 ⓒ데일리굿뉴스

 

'공장 소녀'에서 '만화가'로…선교회도 새 단장 中
 

그는 처음부터 만화가가 될 생각은 없었다. 시인이 되고 싶었다. 그랬던 그에게 만화와의 인연은 민들레 홀씨처럼 사뿐히 다가와 깊게 뿌리내렸다.
 
고등학교를 막 마친 19살 겨울, 전 작가는 어려웠던 가정 형편에 언니와 함께 반도체 공장 생산직으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삭막한 현실에 '꿈'을 꿀 여유조차 없었다.
 
"당시에는 '하나님, 저 꿈도 없이 이렇게 인생을 살아야 하나요'라는 생각에 매일 아침 울면서 출근해 울면서 퇴근했습니다. 그런데 입사한 지 일주일 후 기적처럼 회사에 공문이 떴습니다. 사보에 실릴 삽화를 그릴 사내 직원 1명을 뽑겠다는 내용이었죠. 어차피 울면서 다니는 거, 한 번 해보자 싶어서 제출했는데 그때부터 그림과의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이후 전 작가는 30여 년 동안 끊임없이 그림을 그렸다. 신문 삽화, 대기업 사보 일러스트 등 그림을 그려달라는 요청도 많이 들어왔다. 그러던 중 약 20년 전 어느 날 선교사로 헌신하는 사촌 오빠를 보며 '하나님의 일'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사촌 오빠는 어릴 때부터 새 신발 사주면 주면 불쌍한 친구들에게 다 나눠주고 고무신을 신고 돌아오곤 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목숨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촌 오빠에 자극을 받아 그날 무릎 꿇고 '하나님, 전 주님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요' 기도로 물었죠. 하나님이 제게 '내가 네게 그림 그리는 달란트를 주지 않았냐'고 되물으셨습니다. 그때부터 순종했습니다."
 
기도를 마친 그는 인터넷에 기독교 만화를 검색했다. 그렇게 기독만화선교회와의 연을 맺었다. 전 작가의 그림도 그때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그림의 트레이드 마크는 '말씀'이 됐다. 이후부터 지금까지 <매일 말씀 묵상 예수 365>, <성경 문자도>, <예수님이 좋아요>와 같은 만화를 그리고, 기독교 잡지나 방송사 사보에 일러스트를 연재해왔다. 군 부대와 병원 내에 있는 교회에 말씀 그림을 전시하는 것도 그가 사랑하는 일 중에 하나다.
 
그의 만화 사역에는 쉴 틈이 없어 보였다. 먼저 부활절을 맞아 <제12회 한국기독만화선교회 만화전시회>가 '예수사랑 만화사랑'이란 주제로 다음 달 9일부터 23일까지 CTS기독교TV 1층 로비에서 열린다.
 
6월에는 '동북 아시아 선교대회'가 송도에서 진행된다. 선교회 소속 작가 외에도 대만, 일본 등에서 활동 중인 크리스천 만화가들이 협력해 의미를 더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기독교 만화 웹툰 사이트인 '디아툰'에 계속해 만화 연재를 하고, 개인 전시도 열심으로 준비할 계획이다.
 
한국기독만화선교회도 새 단장할 채비를 하고 있다. 만화선교회에 젊은 신입 작가들이 들어와 하나님의 일에 동참했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선교회의 사단법인 설립도 추진 중이다. 해외선교부와 기독 만화가들을 양성하는 교육부, 전도지 등을 기획하고 발행할 편집부와 기독용품 부서도 구성 중에 있다.
 
"한국기독만화선교회에 소속된 만화가들은 펜으로 하나님을 전하는 전사들입니다. 선교회의 작품과 전시를 통해 하나님을 알게 되는 사람이 늘어나길 소망합니다. 전도의 영역이 해외로까지 확장될 수 있도록, 또 만화가 전도의 강력한 무기가 되어 주님께 영광 돌릴 수 있도록 기도로 동참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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