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 나의 예수님, 사랑합니다. 아주 많이요~" 북한 교도소에서 속삭이듯 찬양이 울러 퍼진다. 3대 독재 체제에 충성을 맹세해야 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복음이 들어가는 건 참으로 어려워 보이지만, 하나님은 북한 땅에도 역사하고 있었다. 세 번의 탈북 과정에서 살아 계신 하나님을 경험한 이영주 집사를 만나 그의 파란만장한 탈북 스토리를 들어봤다.
 
'비스킷'만한 교도소서 누린 은혜…"파란만장했죠"
 

이영주 집사(열방샘교회)의 탈북 스토리는 1997년부터 시작된다. 3번의 탈북 시도와 2번의 북송, 고된 심문과 고문, 3년 반의 교도소 생활. 그가 한국으로 오는 여정은 고난의 길이었다.
 
이 집사에게 들은 북한 교도소의 환경은 단순히 열악하다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했다. 200여 명 남짓 들어갈 만한 '비스킷'만하게 작은 잿빛의 교도소에는 1,200여 명의 사람들이 수용돼 몸 한 번 제대로 뉘이기 어려웠다.
 
나오는 음식은 쥐똥, 강냉이, 생옥수수 몇 알, 다 뜯어먹은 옥수수 심대, 모래, 흙이었다. 씻지도 않은 거친 생 음식은 삼키는 것 조차 힘들었다. 그런데 이마저도 간부들이 중간에 가로채 먹을 것이 없어 '아사'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특히 북송된 사람들은 교도소에서 '반역자'로 불리며 고된 심문을 받았다. 중국에서 교회에 다녔다는 사실이 들통 나면 가차 없이 처형이다. 이들에게 인권은 없다. 교도소 간부들은 알몸 수색, 온갖 비난과 폭력, 살인까지 서슴지 않았다. 매일 수많은 사람이 죽는데, 대부분의 사인은 맞아 죽거나, 굶어 죽거나, 영양실조로 죽거나다. 이 집사는 여전히 이러한 일들이 북한 교도소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영주 집사에게 '탈북'은 목숨을 건 무모한 도전이자 하나님과의 동행하는 천국의 발걸음이었다.
 
"북송되어 고통받을 때, '배가 고파 나라를 떠난 게 죄인가' 싶어 원망스러웠습니다. 철창 너머에 있는 참새가 참 부러웠죠. '난 왜 중국에서 참새로 태어나지 못하고, 북한에서 태어났을까?' 매일 한탄하며 울었습니다. 하나님이 있었으면 북한을 이렇게 내버려 두시나. 하나님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눈물로 매일을 보냈던 이영주 집사는 어느 날, 하나님이 그를 북한 교도소에 보내셨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후 그의 삶은 '북한 교도소의 복음 전도사'로 180도 변했다.
 
"꿈에서 봤던 통통한 여자 간부가 전화받는 모습을 실제로 보게 됐습니다. 전화기 색깔까지 똑같았습니다. 이후, '하나님이 날 이곳에 섬기라고 보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는 순종하면서 사람을 섬겼습니다. 중국에서 하나님 만난 탈북민들은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어려움이 없었다면, 하나님을 만날 수 있었을까 싶다며 감사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북한 교도소에서 하나님과의 관계는 더 친밀했다고도 덧붙였다.
 
"수많은 이들의 죽음을 눈앞에서 보고 매일 지속되는 폭력 앞에 두려워 떨며, 눈 뜨는 순간부터 감는 순간까지 '하나님 저 좀 살려주세요'라고 기도했습니다."

"삭막한 교도소서 눈 뜨고, 속삭이듯 기도했죠"
 
물론 '다른 사람은 한 번에 가는 한국을 나는 왜 두 번이나 막으시나'하고 하나님이 너무나 불공평하다 생각해 하나님을 원망한 적도 있다. 그렇지만, 그는 북한 교도소에 있을 때에도 하나님은 함께 하셨다고 고백했다.
 
"하루는 '하나님 저 금식기도 하고 싶은데 기도할 공간 좀 마련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랬더니 교도소에서 5명만 감방으로 옮겨졌는데, 5명이 다 교회 다니는 사람이었죠. 또, 감기 걸렸는데 약도 못 먹는 동생을 위해 재래식 변소에 숨어 도와달라고 속삭이며 손 붙잡고 기도했습니다."
 
이 집사는 교도소 사람들에게 찾아가 하나님을 전했다. 간부의 귀에 들어가면, 그의 상황이 곤란해지니 사도신경이 써진 종이를 몰래 건넸다. 더 용기를 낸 날에는 중국에 갔는데 교회가 있어서, 살짝 다녀봤는데 너무 좋다고 돌려 말했다.
 
"북한에 있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면 사람도 못 믿는데, 어떻게 하나님을 믿냐고 말하겠지만, 정말 지옥인 교도소에 있으니깐, 말씀을 받아들였습니다. 제가 사도신경을 적어주면 한 주 후에 그 사람이 와서 사도신경 외운 걸 들려준 일도 있었죠."
 
삭막하다 못해 공포감이 감도는 교도소에서 작은 소리로 속삭이며, 죽음을 앞둔 이들의 손을 잡고 눈은 크게 뜨고 기도하는 일도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어떻게 그랬나 싶습니다. 걸리면 바로 죽는데... 제가 한 일이 아니라 하나님이 제 입술을 주장하셔서 행하신 일입니다."
 
이 집사는 남한에서 큰 소리로 찬양하고, 기도하는 일조차 감사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나님의 은혜로 기적처럼 교도소에서 살아남았습니다.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한국에 도착해 하나원에서 2011년 12월 1일에 나왔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너희 여기서 태어난 게 얼마나 축복인 줄 아냐'고 소리쳐 외치고 싶었습니다. 전 여전히 악몽을 꿉니다. 꿈에 계속 북한이 나옵니다. 여기가 북한인가 화들짝 놀래 창 밖으로 십자가를 확인하죠. 십자가가 보이면, 한국이구나 안심하고 다시 잡니다."
 
요즘 이 집사의 가장 큰 기쁨은 눈을 감고 기도할 수 있는 것, 찬양하고 싶을 때 먼지 가득한 담요를 덮고 숨어서 찬양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가 교도소에서 뿌렸던 씨앗처럼, 지금도 북한 땅에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서서히 복음이 전해지는 중이다. 이 집사의 마지막 말에서 북한과 탈북민에 대한 그의 애통한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담담하게 탈북 이야기를 들려주던 그의 반짝이던 눈에 처음으로 눈물이 고였다.
 
"오늘 나누는 저의 탈북 스토리가 한국에 있는 기독교인의 마음을 흔들어, 북한이 희망 없는 나라가 아니라 하나님이 사랑하시고, 복음 통일을 위해 미리 예비하는 국가임을 알길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