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 씨(38, 서울)는 설 연휴가 끝나고 바로 헬스클럽에 등록했다. 명절을 보내며 평소보다 기름진 음식을 과다 섭취했고, 또 새해를 맞아 본격적인 다이어트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는 매년 계획했지만 올해는 외관이 아닌 건강을 위한 목적으로 시작했다는 점에서 다르다. 김 씨는 최근 건강검진을 통해 비만 진단을 받았다. 콜레스테롤과 고지혈증 수치는 비정상적으로 높아 약을 복용해야 할 정도였다. 김 씨는 복부비만이 있지만 뚱뚱한 체격이 아니었기에 본인이 비만이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비만은 삶의 질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성인병 등 각종 질병을 동반하는 '21세기 신종 감염병'이다.ⓒ위클리굿뉴스


빠르게 늘어가는 뚱보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21세기 신종 감염병'이라고 규정했다. 비만이 단순히 뚱뚱하다는 의미를 넘어 현대인의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비만은 삶의 질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성인병 등 각종 질병을 동반하는 등 정신적·신체적으로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세계비만연맹(WOF)은 비만으로 인한 각종 질병 치료비용이 2025년부터 매년 1조 2,000억 달러(약 1천 300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전 세계는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비만을 사회적 보건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한국의 상황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최근 비만 환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고도 비만 환자(OECD 체질량지수 27.5 이상)는 1998년 2.7%에서 2015년 4.6%로 20년 사이 두 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2030년에는 9%까지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만율이 두 배 가량 증가한 것은 한국과 노르웨이 두 나라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비만백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국내 비만 환자(체질량지수 25 이상)는 33.6%(성인 1,395만 명 대상)로 집계됐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41.3%, 여성은 23.7%로, 남성 비만율이 40%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30대 남성의 경우 7.3%가 고도 비만으로 나타났다.

아동·청소년 비만도 우려할 수준이다. OECD 보고서 결과 2015년 한국 아동 비만율은 남아 26.4%, 여아 14.1%로 집계됐다. 남아의 경우 OECD 평균(24.3%)보다 높았다. 교육부가 전국 765개교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최근 5년간 아동·청소년 비만율 결과에 따르면, 2016년 남아 비만율은 24.3% 여아는 20.9%였다. 이는 2012년 남아 21.2%, 여아 19.6%에 비해 꾸준히 증가한 수치다. 아동·청소년 비만의 경우 성인비만으로 이행되기 쉽고, 정상체중의 또래보다 대사증후군 위험이 최대 66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그만큼 성인병 등 각종 동반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야식과 운동부족, 뚱보의 주범 

비만은 칼로리의 과잉 섭취와 활동량의 상대적인 감소로 인해 에너지 소모량이 줄어드는 것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이 최근 빠르게 고도 비만 환자가 급증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야식과 운동부족'을 꼽았다.

한국사회처럼 야식문화가 발달한 나라는 보기 드물다. 그야말로 독보적인 수준이다. 24시 식당과 술집이 한집 걸러 있고, 언제 어디서든 전화 한 통이면 식사부터 디저트까지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TV와 인터넷에서는 일명 먹방(먹는 방송), 폭방(폭식 방송) 등으로 불리는 방송이 시청자의 식욕을 시도 때도 없이 자극하고 있다. 특히 1인 가구 증가로 외식이나 배달, 편의점 음식 등 고열량·고지방 음식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반면 활동 및 운동량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하루 30분씩 주 5일 이상 걷기를 실천한 비율은 2014년 41.7%에서 2015년 41.2%, 2016년에는 39.6%로 감소했다. 매일 운동하는 사람이 10명 중 4명이 채 되지 않는 것이다. 유산소 운동을 실천한다는 비율도 2014년 58.3%에서 2016년 49.4%로 낮아졌다.

대한비만학회는 비만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식이요법과 운동을 권장한다. 그러나 식이요법이라고 해서 단식과 원푸드 등의 무리한 다이어트는 오히려 요요현상이나 영양 섭취 불균형 등으로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따라서 비만의 성공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먼저 개인의 특성과 의학적 상태에 맞는 개별화된 식단과 운동이 필요하다. 내분비내과 전문의는 "기본적으로 늦은 시간대의 음식섭취를 피하고 먹는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필수"라면서 "생활 속에서 규칙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운동부터 먼저 시작"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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