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교계에서도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서서히 커지고 있다. 이에 한국여신학자협의회 기독교여성상담소 채수지 소장은 "교회 내 성폭력은 신체에 가해지는 폭력일 뿐만 아니라 영혼의 살인"이라고 강력히 말했다.
 

 ▲사회적으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교계에서도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서서히 커지고 있다.ⓒ데일리굿뉴스

 
교회 변화 필요해…용서 강요하는 태도는 2차 가해
 
#수년에 걸쳐 목사에게 성폭력을 당했습니다. 최근에 미투운동으로 성폭력을 당한 것이 제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안도감을 느낍니다. 아직은 신상이 공개될까 두려워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교회 내 성폭력 피해자 A씨)
 
#기독교 기업을 운영하는 목회자와 동업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사기를 당했고, 성적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사업을 통해 얻을 결과물을 위해 성희롱을 견뎠습니다. 저항해도 괴롭힘은 심해졌습니다.(교회 내 성폭력 피해자 B씨)
 
#목사님이 제게 성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에 잘 대해주시던 분이어서 성폭력이라 인지하기 어려웠습니다. 제가 혼동하기 시작하자 목사님은 "넌 나의 두 번째 부인 라헬"이라는 등의 성경 말씀을 악용해 저를 세뇌시켰습니다. 제가 인지한 후에는 문제에 너무나 깊게 관여되어 있었고,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들었습니다.(교회 내 성폭력 피해자 C씨)
 
교회 안팎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의 대표적 사례를 재구성했다. 이들은 전반적으로 남성 중심의 사회적 분위기와 목회자의 권위주의에 근거해 교회 내 성폭력이 자행됐다고 호소했다.
 
이에 6일 한국여신학자협의회 기독교여성상담소 채수지 소장은 근본적으로 목회자가 일으키는 모든 성 문제는 목회자의 책임임을 분명히 했다.
 
채 소장은 "목회자 성폭력은 성도가 자신을 존경하는 것을 이용한 범죄다. 영혼의 살인이자 영혼의 사기"라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2차 폭력이다. 목회자가 권위를 바탕으로 폭력을 저지른 것이고, 피해자 입장에서는 권위에 저항하지 못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피해자에게 행하는 '꽃뱀이다', '하나님의 종인 목사에게 어떻게 그렇게 하느냐',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이단이다' 등의 발언은 2차 가해라는 것이 채 소장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채 소장은 "교회에서 피해자의 편에 서지 못하고, 이어 '네가 용서해라'는 투의 발언은 상처 입은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꼴"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기독교인의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다. 하지만 하나님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인간이 타인의 영역에 마음껏 침범할 수 있는 경계 없는 사랑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용서는 주변에서 용서하라고 강요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을 피해자의 육체적 정신적 상처에 비교하는 일부 기독교인의 태도는 타자에 대한 민감성과 배려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상처를 안아주지 못하는 행위도 폭력이라는 것이 그의 첨언이다.
 
특히 채 소장은 교회 내 성폭력은 '무관심이 지은 죄'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상처받아 교회를 떠난 성폭력 피해자들이 다시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교회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계의 미투는 피해자가 용기를 내는 게 첫 번째가 아니라 교회가 용기를 내 미투 운동에 동참하는 '위드유(with you)운동'이 되어야 한다"면서, "교계 미투운동이 확산 되려면 교회가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라, 교회 내 성폭력에 무관심했던 우리의 잘못이라고 고백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교회 내 성폭력 책임을 교회가 함께 나눔으로써, 가해자를 엄중히 처벌하고 피해자의 억울한 한을 풀어주는 일에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채 소장은 또, 성폭력 예방에 앞서 '성 평등 사회'가 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피해 여성이 주체가 되어서 말할 수 있는 자리가 이제서야 마련됐다"면서 "미투운동으로 남성 중심 문화에 문제를 제기하고, 성 평등 문화로 바꿔나가는 개혁과정에 동참하는 시대가 찾아왔다. 교회가 시대착오적인 공동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서둘러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여신학자협의회 기독교여성상담소는 가정, 교회, 사회에서 가정폭력과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돕기 위해 1998년 설립됐다. 이후 20여 년에 걸쳐 상담과 교육활동 등 교회 내 성폭력 피해자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6일 11시 한국여신학자협의회 기독교여성상담소 채수지 소장을 만나 교회 내 성폭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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