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모 중대형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노종이 목사의 서재 책상에는 언제부터인가 종이가 사라졌다. 노 목사는 몇 년 전부터 태블릿PC에 설교원고를 작성해 강단에서 전하고 있다. 그의 교회 사무용 및 교단 총회를 대상으로 오가는 주요 공문 등의 서류는 종이 대신 PDF 파일이 활용되고 있다.
 
또 노 목사의 서재에는 거의 장식용화 되다시피 한 종이책들이 책꽂이에 꽂혀 있으나 노 목사가 종이책을 찾는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그는 설교를 위한 자료는 종이책 대신 전자책을 활용하고 있다.
 
수년 전 마련한 전자책 리더기를 통해 수 십 만권의 책을 마음대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료를 찾기 위해 무겁고 두꺼운 책들을 뒤적이는 수고 대신 클릭 몇 번 만으로 원하는 자료를 빠른 시간에 찾을 수 있는데다 밑줄이나 메모 등도 가능해 오히려 종이책보다 더 편리해 가능하면 전자책을 애용한다.
 

 ▲종이성경책 대신 성경앱을 통해 성경을 읽고 있는 모습 ⓒ데일리굿뉴스


노 목사는 또 주일예배를 위한 종이주보도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종이주보 대신 현대인의 필수품 휴대폰으로 보는 ‘주보앱’ 프로그램을 활용해 주일예배를 드린다. 어느 때부터인지 노 목사의 교회에서는 교회비치용 성경찬송도 사라졌다. 영상을 통해 찬송과 성경말씀이 영상으로 제공되면서 하나 둘 주일예배시간에 성경찬송을 가져오는 교인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어진 것이다. 교인들은 주일예배에 핸드폰이나 강단의 영상을 보면서 찬양하고 성경말씀을 읽는다. 교인들 가정 심방예배 때도 마찬가지다.
 
종이성경책 대신 어플이…
 
종이를 생산하기 위해 수많은 나무들이 베어지고 또 종이쓰레기의 양산으로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어느새 종이는 환경을 위협하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은행 등 금융권과 공공기관에서도 종이를 대체하는 전자문서의 사용이 사회전반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노 목사는 이러한 현대의 전자사회가 주는 편리함이라는 장점을 십분 활용하지만 가끔씩 옛날 아날로그시절의 향수에 젖기도 한다. 그럴 때면 종이 없는 페이퍼리스 사회가 왠지 자기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걸치고 있는 듯한 느낌에 씁쓸함이 느껴지곤 한다.
 
조만간 학교 교육현장도 종이책이 사라지고 전자책으로 수업하게 되는 날이 멀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래도 종이가 없는 세상의 여전히 어색하기만 한 것도 사실이다.
 
종이성경찬송이 자취를 감춰가면서 교인들의 신앙심이나,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도 점차 옅어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노 목사 개인의 생각인지 알 수 없지만 그는 그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주일예배시간에 설교말씀에 집중하는 교인들보다 핸드폰에 빠져 있는 교인들이 여기저기 눈에 띌 때마다 순간 힘이 쑥 빠지는 사례가 한 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종이성경찬송이 교인들의 손에서 떠나고 그 자리를 핸드폰 성경찬송 앱이 차지했지만 교인들은 예전 종이성경, 찬송을 사용하는 시절보다도 더 성경찬송을 멀리하는 것 같고 그 신앙열기가 식어져 가는 것 같다.
 
노 목사는 가끔씩 종이에 정성 들여 쓰는 손편지나 메모, 낙서를 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면서 종이가 거의 자취를 감춰가는 현 세대 기독인들의 신앙행태가 과연 하나님 앞에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곤 한다.
 
페이퍼리스와 디지털 환경에서의 성도들의 신앙

이러한 사례는 물론 가상으로 꾸며본 내용이다. 물론 과장된 부분이 없지 않지만 페이퍼리스를 추구하는 현 시대에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디지털의 늪에 빠져 있으면서 하나님을 향한 순수함 마저 디지털 미로에서 잃게 되지는 않을지 한번 고민해봐야 할 시점에 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환경적·경제적인 측면에서 종이낭비는 문제가 있다. 또한 전자시대에 종이의 몰락(?)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교회내부에서까지 스며든 페이퍼리스 환경이 교인들의 성경찬송까지 없애는 날이 온다면 과연 바람직할까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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