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통 판사', '소년범의 아버지'로 불렸던 천종호 부산가정법원 부장판사가 8년간의 소년법정 생활을 마무리하고 일반 법정으로 돌아간다. 천 판사는 아이들을 떠나야 하는 상황을 앞두고 "인생에서 이보다 더 큰 슬픔을 느낀 적은 없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고 고백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소년범의 대부'로 불리는 천종호 판사가 8년만에 소년법정을 떠난다. 그는 SNS 홈페이지를 통해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데일리굿뉴스


"배려 없는 인사로 아이들 떠나게 돼…기도해 달라"
 
천종호 판사(56, 사법연수원 26기)는 본인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부산가정법원에서 부산지법으로 발령받은 이번 인사와 관련해 소회를 남겼다.
 
천 판사는 "8년 전, 꿈에도 생각지 않았던 소년보호재판을 맡게 돼 8년간 '비행 청소년들'만 바라보며 달려왔다"며 "그런데 다시 '꿈에도 생각지 못한', '소년 재판 전문가에 대한 배려라고는 없는 인사'로 사랑하는 아이들을 떠나게 됐다"고 운을 뗐다.
 
천 판사에 따르면, 그는 소년재판을 계속하기 위해 부산가정법원에 잔류하거나 울산가정법원 등 소년보호재판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신청을 했지만, 신청하지도 않았고 생각지도 못한 부산지방법원으로 발령이 났다고 밝혔다.
 
그는 "인사발령을 접하고 나니 온몸의 기운이 빠지면서 가슴은 아파오고 형언하기 어려운 슬픔이 밀려와 공황상태에 빠져버렸다"면서 "8년간 가슴에 품고 살아온 아이들을 이제 더 이상 만날 수가 없다고 생각하니 삶의 기쁨이 한 순간에 통째로 사라진 듯한 기분이었다"고 고백했다.
 
천 판사는 이어 "2010년 2월 소년보호재판을 맡았을 당시, 소년보호재판은 대한민국 재판 절차에서 가장 후진적인 영역이었다"며 "한 번의 기일에 100여 명의 아이들을 재판하는 이른바 '컵라면 재판'이 연출됐을 뿐 아니라 법정 밖에서도 제대로 된 감호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천 판사는 법관 퇴직시까지 소년보호재판만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용서해달라고도 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법 사상 8년간 소년재판을 맡은 법관은 천종호 판사가 유일하다.
 
천 판사는 "소년법의 목적은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들을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라면서 "소년보호재판은 마음으로 해야 한다. '아비와 어미의 심정'으로 아이가 건강한 어른으로 자랄 때까지 엄정함과 자상스러움의 끈을 놓지 않겠단 마음을 가지고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천 판사는 그가 장로로 시무하는 금정평안교회에서도 비행청소년들을 돌보고 있다. 또 경남 지역 세 곳에 비행청소년들을 위한 교회를 만드는 일에 힘쓸 뿐더러, 사법형 그룹홈(청소년회복센터)를 설립해, 갈 곳 없는 비행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 가정을 만들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천종호 판사는 "원하지 않은 길이지만 가야만할 시점에 이른 것 같다"며 "8년간 소년재판만 해 온 탓에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진퇴양난의 늪에 빠져 몇 날 며칠을 괴로움 속에서 보냈다. 위기를 잘 이겨낼 지혜와 인내와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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