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을 맞아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다양한 '말'이 오가기 마련이다. 고운 말은 상대의 기분을 좋게 하겠지만, '결혼 언제하니?', '취업했니?'와 같은 과한 관심의 표현이 때로는 상대에게 상처의 말로 다가갈 수 있다. 취업난 등으로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에게 설 명절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물었다. 

  

 ▲설날인 16일 서울의 한 학원에서 마련한 '명절대피소'를 찾은 학생 및 일반인들이 공부하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명절 부담감 高…듣기 싫은 말 1위는?
 
한 취업 사이트 설문조사 결과, 청년들이 설날에 가장 듣기 싫은 말 1위는 '결혼은 언제하니?'였다. '돈은 많이 모았니?', '언제 취직할거니?', '앞으로 계획은 있니?'와 같은 질문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 중 53%는 '명절에 듣기 싫은 말을 듣고 상처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고, 47%는 '친지들의 잔소리가 싫어 귀성을 피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14일 본지가 만난 직장인 조 모 씨(31)는 "'결혼은 언제하니?'라는 말이 제일 듣기 싫다"면서 "아직 결혼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보다 친척들이 내 결혼을 더 걱정한다"고 토로했다. "소개를 시켜주시지 않을 거면, 말씀도 하지 말라"는 일침을 가했다.
 
또 다른 직장인 이 모 씨(30)는 "'돈은 모았니?'라는 말이 스쳐 지나가는 말 같아도 듣기 싫다"며, "방값, 통신비 등 다달이 빠져나가는 돈을 생각하면, 결혼 자금 모을 엄두도 안 난다"고 호소했다.
 
최근 취업한 이 모 씨(27)는 "취업 전에는 '취업은 했니?'라는 말이 가장 싫었다면, 이번 설에는 '나 아는 애는 어디 들어갔더라'라는 말을 들을까 모이는 게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수험생의 스트레스도 극심했다. 공무원 준비생 박 모 씨(33)는 "설날이 되면 차라리 친인척 모임 대신 집에서 공부하는 편이 낫다"면서 "친척들 모여서 '언제 합격하니?', '결혼은 언제쯤 할거니?’라는 질문을 듣는 게 더 힘들다"고 말했다. 친구들은 하나둘 결혼하는데, 남자친구도 없고, 아직 수험생 신분이라 부담스럽다는 것이 명절이 싫은 이유였다.
 
또, 재수를 앞둔 이 모 씨(20)는 "'대학 어디 붙었니?'라는 말을 들으면 상처가 될 것 같다. 친척들을 만나기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살쪘다’, ‘살 빼야지', '눈만 (성형 수술)하면 예쁘겠다'와 같은 외모 지적도 듣기 싫은 말로 꼽혔다.
 
이 밖에도 청년들은 '월급 질문', '자기 관리하라는 잔소리', '나이 언급', '미래 계획 질문', '2세 계획 압박'과 같은 말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듣고 싶은 말로는 '연휴만큼은 충분히 휴식하라는 조언', '소신껏 하라는 응원의 메시지', '아직 젊다는 격려' 등이 꼽혔다.
 
이와 관련해 대학내일20대연구소 호영성 수석연구원은 "이번 설 연휴에는 가족 간에 대입, 취업, 결혼, 출산 등에 관한 이야기보다 올해 가장 해 보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도 좋고, ‘네 만족이 우선이 되는 한 해를 보내라’는 덕담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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