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봉사단이 민족 대명절인 설을 앞두고 서울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을 찾아 따뜻한 정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한교봉이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거룩한빛광성교회(정성진 목사) 청년부 20여 명이 참여해 외로운 쪽방촌 어르신들에게 명절 선물을 전달하는 등 메신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한교봉이 설날을 맞이해 동자동 쪽방촌 어르신들에게 명절 선물을 전달했다.ⓒ데일리굿뉴스


쪽방촌에 스며든 온정의 손길…명절 선물 건네
 
서울역 맞은편 동자동 거리. 즐비한 고층 빌딩 숲 사이를 지나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세월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 듯 모든 것이 낡고 오래된 동네가 나타난다. 어지럽게 엉켜 있는 전신주들과 허름한 잿빛골목 사이로 가파른 계단이 눈에 들왔다. 사람들은 이곳을 '동자동 쪽방촌'이라 부른다.
 
설을 맞아 이곳 쪽방촌에 거룩한빛광성교회 청년들이 방문했다. 동자동 성민교회에 모인 청년들은 한국교회봉사단 조끼를 맞춰 입고 선물을 포장하고 박스를 나르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설 명절에 맞게 '한과'가 정성스레 준비됐다. 포장작업이 얼추 마무리되자 청년들은 노란조끼를 갖춰 입은 주민 자원봉사자들의 안내에 따라 흩어졌다.
 
"안녕하세요, 교회에서 왔어요!"
 
굳게 닫힌 문이 꼼짝을 안하자, 안내를 맡은 봉사자가 "선물 드리려고 왔습니다 해!"라며 훈수를 둔다. 문이 빼 꼼 열리자 컴컴한 복도가 환해졌다. 선물을 받아 든 할머니는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흐느끼듯 건넸다. 그리곤 "내가 다리가 아파서 아무데도 못 가...다리가 아파서...찾아줘서 고마워" 이 말을 하곤 눈물을 쏟았다. 청년 봉사자들은 그런 할머니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또 손을 잡아드렸다.
 
봉사에 참여한 신소영 청년은 "예전에 쪽방촌 봉사를 갔었는데 너무나 많은 분들이 혼자 계신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며 "그 모습이 눈에 밟혀 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주민 분들이 너무나 반갑게 맞아주셔서 감사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이번에 처음 봉사에 참여했다는 권희성 청년은 "생각보다 열악한 환경에 많이 놀랐다. 그래도 먼저 내민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셔서 감사했고 이웃들을 도울 수 있어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힘내세요 한국교회가 함께 합니다." 설 명절을 맞아 거룩한빛광성교회 청년들이 동자동 쪽방촌을 방문해 나눔의 시간을 가졌다.ⓒ데일리굿뉴스

 

"쪽방촌 사람들과 웃고 즐겼더니…마음을 열었어요"
 
좁은 단칸방이 빽빽히 늘어져 있는 곳에 저마다 고되고 아픈 사연을 품은 사람들이 찾아들었다. 그리곤 굳게 입을 닫고 문도 닫았다. 그랬던 곳에 사람 냄새 나는 훈풍이 불었다.

 

동자동 쪽방촌에 정다운 분위기가 형성된 건 최근 10년 사이 일궈진 변화다. 2008년 6월 3평 남짓한 사랑방이 문을 열며 쪽방촌에도 마을공동체라는 새로운 바람이 일었다. 

 
굽이진 골목길 사이 자리한 '동자동 사랑방'은 공간 자체만으로 친근감이 물씬 전해졌다. 이심전심 비슷한 사연들은 서로의 마음을 연결시켜줬다. 사랑방이 생기기 전에는 이웃들이 만나지도 않았지만, 공공의 공간이 생기며 서로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쪽방촌 주민들의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사랑방은 개방과 동시에 마을공동체 형성에 큰 도움이 됐다.

 

한교봉과 성민교회는 이러한 점에 주목했다. 빈곤층 주거밀집지역에 지역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은 절망형 은둔자를 세상으로 불러낼 수 있고, 텅 빈 마음에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면 정서적으로도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런 이유로 한교봉은 7년 전 쪽방촌 중앙에 위치한 성민교회와 손 잡고 쪽방촌 주민들을 찾아 다니며 먹을 거리를 전달하는 반찬나눔 사역을 시작했다.
 

또한 성탄절, 신년 등 굵직한 명절과 기념일엔 공연과 선물 등을 준비해 좀처럼 문 밖을 나서길 꺼려하는 쪽방촌 사람들과 함께 웃고 즐기며 그들의 어깨와 나란히 했다. 그토록 원했던 주민들 간의 친교관계 형성은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한교봉 사무총장 천영철 목사는 "교단을 초월한 개교회들이 함께 힘을 모아 쪽방촌의 소외이웃을 돕고 있다"며 "한국교회가 낮은 자리를 찾아가 사랑을 실천하고 한마음으로 동참한다면 고통 받는 이들에겐 희망을, 어려운 현장에는 소망의 불씨를 전할 수 있을 것이다. 설을 맞이해 한국교회가 하나돼 선한 사역을 감당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공동취재=조준만 최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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