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교회 세습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목회 세습을 둘러싼 쟁점에 관해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와 도서출판 대장간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세습에 관한 뜨거운 찬반 논쟁이 펼쳐져 관심을 모았다.
 

 ▲<목회세습, 하늘의 법정에 세우라>의 북토크가 6일 저녁 7시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에서 열렸다.ⓒ데일리굿뉴스


"세습,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목회하는 것"
 
민종기 목사(LA충현선교교회)가 쓴 <목회세습, 하늘의 법정에 세우라>의 북토크가 6일 저녁 7시 기독연구원느헤미야에서 열렸다.
 
이날 이야기 손님으로 나선 김정태 목사(사랑누리교회)와 남오성 목사(주날개그늘교회)는 모두 세습의 갈림길에 놓인 사연을 갖고 있어 흥미를 더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토대로 아들 목사를 후임 후보로 세우는 것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일축했다.
 
아버지의 세습 요구를 거절하고 개척목회를 하고 있는 남오성 목사는 "자녀에게 교회를 물려주는 것은 기득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두가 교회를 맡길 원했지만 아버지와 한동안 의절까지 하며 소신을 지켰다"면서 "실제로 투표한 것은 아니지만 교인들의 상당수가 내게 많은 표를 줬을 것이다. 애초에 정의로운 결정 자체가 성립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김정태 목사는 장인어른으로부터 교회 세습을 요구 받는 상황이다. 그는 "세습은 불공정한 사전 운동이 누적돼 최종결정으로 집약된 것"이라며 "세습이 한번에 결정되는 경우는 별로 없고 긴 기간 동안 세습에 반대하는 이들을 내쫓아가며 세습이 감행된 경우가 다반사다. 이는 공정한 게임이 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민종기 목사의 모교회였던 충현교회는 1997년 '대형교회 목회세습 1호'라는 불명예를 얻었던 교회다. 지근거리에서 교회의 몰락을 지켜봐야만 했던 민종기 목사는 당시 느낀 감정들을 고스란히 청중들에게 전하기도 했다.
 
민 목사는 "나의 영적 아버지인 김창인 원로목사가 아들에게 목회세습을 시킨 것을 참회하면서 자신의 평생에 최대의 잘못이라고 말씀하시는 모습을 지켜봤다"며 "세습으로 목회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을 바라보며 너무 부끄럽고 안타까웠다. 한국교회는 지금의 현실을 반성하고 보다 건강한 교회로 나아가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습, 과연 지탄받을 만한 일인가…청중들 질문도
 
하지만 '세습이 과연 지탄받을 만한 일인가'라는 청중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지기도 했다.


교회 개척을 준비 중이라는 한 목사는 세습을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지 않냐고 물었다. 그는 "그들은 교회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공동의회에서 선한 양심과 일반적인 상식으로 뽑은 것인데, 이를 세뇌 당했다고 치부하면 안되지 않냐"고 일침을 날렸다.   
 
이에 대해 민종기 목사는 "교회는 사적인 재산이 아니라 공적인 기관이라는 점에서 목회세습은 공동체에 대한 명백한 월권행위"라며 "아들이 청빙 대상이 된다는 것 자체가 공정한 경쟁과 절차가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다. 교회의 소유권은 전적으로 하나님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김정태 목사는 세습 결의 절차에 따른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세습을 결의할 때 모든 성도가 만장일치로 따라주길 원하는 분위기를 잡는다"며 "공정한 절차 없이 무조건 적으로 따르라는 식의 태도는 정당하지 않은 행위다. 본인들이 아무리 선한 결정이라 주장해도 상대방이 거절한다면 한 번쯤 다시 고려하는 것이 상식인데,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처리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목회세습, 하늘의 법정에 세우라>는 루터의 95개 조항을 빗대어 95개 항목으로 중대형교회 세습 문제를 속속들이 들여다 보고 있다. 성경, 신학, 교회사, 공공신학 등 매우 다양한 관점에서 목회세습을 조명함과 동시에 목회세습 극복을 위한 대안적 목회철학까지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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