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과역사연구소 김형석 목사 ⓒ데일리굿뉴스

2018년 1월 1일 발표된 김정은의 신년사를 두고 국내 정치권과 국제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다"는 김정은의 발표에 맞춰 문재인 대통령은 환영한다고 화답하면서 남북관계 해결의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어 통일부장관의 고위급회담 제안에 대해 북한이 23개월 만에 판문점 통신선을 재개하면서 남북관계가 반전을 맞고 있다(필자는 지난주간 안타까운 심정으로 "주여! 통일을 주시옵소서"라는 칼럼을 게재했다).
 
우리가 아는 대로 고대 올림픽은 기원전 776년부터 펠로폰네소스반도 북서쪽 올림피아에서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던 올림피아제전에서 유래했다. 이때는 제우스신을 모시는 제례의식과 운동경기가 펼쳐졌는데 그리스어를 쓰는 모든 폴리스의 그리스인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다. 대회기간에는 모든 도시국가 간에 전쟁을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이른바 '올림픽 휴전'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올림픽을 통해서 폴리스라는 각개의 독립된 국가에서 생활하지만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는 '하나의 민족'임을 확인하면서 평화를 추구하고자 한 것임을 알 수가 있다. 이처럼 고대 올림픽은 그리스의 도시국가 간에 친목과 평화를 다짐하는 체육대회였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지구촌의 유일한 분단국가 대한민국에서도 유일한 '분단의 도(道)'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다. 그리스 아테네의 헤라신전에서 채화된 올림픽 성화는 이미 전국을 돌면서 평화의 올림픽 정신을 나누고 있다. 이런 시기에 김정은이 "평창 동계올림픽은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며, 우리는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한 그것 자체만으로도 반가운 일이다. 거기에 덧붙여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해 남북대화의 조속한 복원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부는 즉각 환영의 뜻을 밝히고 회담을 제안했다. 그러나 북한의 기만적 행태를 기억하는 국민의 눈에는 이러한 김정은의 발언이 또다시 '화전(和戰) 양면전술'을 사용하여 남남갈등을 조장하고 한미공조를 깨뜨리려는 술책이 아닌가라고 의심되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에서는 이러다 "김정은에게 핵과 미사일의 완전한 개발과 실전배치에 필요한 시간만 벌어주는 것 아니냐?"는 경계의 목소리도 강하게 흘러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가 반가운 것은 이로 인해지난 수년간 계속된 한반도의 위기를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반전시켜보겠다는 우리 정부의 구상에 대해 국제사회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올림픽 정신에 기초하여 스포츠 행사에서 평화를 실천하자고 노력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교황청은 '2014 브라질월드컵' 결승전에 앞서 'Pause for Peace'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세계 각지에서 전쟁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해 2014년 7월 14일 벌어지는 결승전 때 침묵의 시간을 갖자"고 제안했다. 이유는 "스포츠는 종교적 축제에서 기원했다. 고대 올림픽경기 때 휴전했던 것처럼 스포츠 행사는 평화의 시간이었다. 월드컵이라고 안 될 것이 없다. 정지하고, 침묵 시간을 갖고, 평화를 위해 휴전하는 것이 왜 안 되겠는가?"라는 것이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북핵문제만큼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고 포기하고 열강의 움직임만 쳐다보는 것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적은 가능성이라도 보여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 아닌가. 어찌 보면 이번 사태는 남한 정부가 한반도 위기의 장본인 김정은에게 올림픽이란 명분을 통해 '대화의 장'을 만들어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앞으로 가야 할 평화의 여정에 첫발을 내딛는 것뿐이다. 따라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지금이야말로 한국교회는 비판하거나 방관하지 않고 한반도에 평화가 임하기를 기도해야 할 때이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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