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20대의 증가율은 22.2%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데일리굿뉴스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또 한 번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가수 종현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죽음이었다. 대중 속 그의 이미지는 늘 활기차고 당당한 모습의 아이돌 스타였기 때문이다.

그를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한 것은 우울증이었다. K팝을 사랑했던 해외팬에게도 그의 죽음은 큰 충격이었다. 심지어 인도네시아의 한 여성팬이 종현을 따라 자살시도를 하면서 베르테르효과가 우려되기도 했다. 종현은 최정상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멤버이자 여러 히트곡을 만든 작곡가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었다.

어린 나이에 부와 인기, 명예를 얻고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정작 그에겐 모두 부질없고 헛된 것이었다. 그는 오래전부터 아픔과 통증에 시달렸고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홀로 울부짖었다. 종현의 유서대로 오랫동안 그를 괴롭혀온 우울은 결국 그의 삶을 송두리째 집어삼켰다. 그의 나이 꽃보다 청춘인 20대였다.

그릇된 편견 속 곪아 터지는 우울증

대학생 한모씨(27)는 불확실한 미래 걱정에 쉽게 잠을 청하지 못했다. 눈 뜨고 밤을 지새우며 또다시 걱정과 불안에 시달리기를 반복했다. 언제부턴가는 이유 없이 눈물이 나고 감정을 추스르기가 힘들었다.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육체적인 괴로움까지 더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만사가 다 귀찮고 무기력해져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결국 가족의 권유로 병원을 찾은 한 씨는 의사로부터 우울증을 진단받았다.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우울증 환자는 전반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대와 40~50대의 증가율은 약간 줄었지만, 30대(1.6%)와 60대 이상(20%)은 늘었다. 특히 20대의 증가율은 22.2%로 늘어나 조사 세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우울증 환자의 증가는 경기침체와 역대 최대 취업난의 여파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로 불린다. 그만큼 누구나 겪을 수 있고, 또 초기에는 상담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한 병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울증을 말 그대로 단순히 '감기'로 치부하며, 그대로 방치했을 경우 생명과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우울증을 정신병으로 판단하는 고질적인 그릇된 선입견, 사회적 차별 및 거부 등은 우울증 환자에게 치료를 꺼리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해 증상을 악화시키며 더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2015년 평생 한 번 이상 우울증을 경험하는 성인은 5%이며, 이들 중 전문가와 상담한 적이 있는 비율은 10명 중 1명(9.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우울증 환자 479명을 대상으로 한 정신질환실태조사에서는 '과거에 치료를 안 받은 이유'(복수응답)에 대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75.9%) △다른 사람이 알면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됐다(30.5%) 순으로 응답했다.

우울증 증상 지속 시 전문가 도움 받아야

전문가들은 우울증은 의지로 이겨낼 수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초기 우울증의 경우 전문가와의 상담만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는데, 치료적기를 놓치면 증상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경고다. 전문가들은 우울증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 병원을 찾아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라고 조언한다. 또한 우울증 환자가 우려하는 것 중 하나가 정신과 진료 기록 유출이다. 그러나 정신과 진료 기록은 본인 동의 없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에 정부는 건강보험 청구 항목에서 '정신과 상담 기록' 코드를 F에서 '일반 상담 기록' Z로 변경한 바 있다.

최근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및 사건·사고나 늘어나면서 우울증 진단과 치료에 대한 중요성을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정부도 우울증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기존의 40, 66세 두 차례였던 무료검진을 올해부터 40·50·60·70세로 10년에 한 번씩 총 네 차례로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무료검진의 조정으로 중년의 우울증을 예방 및 치료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최근 급증한 노인 자살 문제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20대의 우울증과 자살률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료 건강검진이 중년 이상 세대에 한해 적용된다는 점은 아쉽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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