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칼럼] 데이터는 모든 걸 기억한다

김성윤 교수(단국대, 객원 논설위원)

등록일:2018-01-01 17: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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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윤 교수ⓒ데일리굿뉴스
데이터와 사회 변화

'나는 데이터다. 고로 존재한다.' 인간을 보조하는 기계가 점차 인간을 대체하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데이터가 있다. 제4차 산업혁명도 모든 동작에 대한 데이터가 있기에 가능했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미디어 랩 설립자인 니콜라스 네그로폰테(Nicholas Negroponte)는 1995년 저서 <디지털이다(Being digital)>에서 아톰(물질)의 세계가 비트 세계 즉 물질이 아닌 정보가 중요한 가치를 지닌 세계로 전환되는 걸 막을 수 없다고 했다. 그의 27년 전 예언이 현실로 구현되는 것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사회가 도래하면서 오랫동안 당연한 것처럼 여겨져 왔던 인류의 사회관계는 급속히 변화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인간은 자기 편리를 위해 만든 기계와의 경쟁에서 하루하루가 다르게 밀리고 있다. 이미 일하는 방식을 바꾸게 만들었으며 일자리마저 상당 부분 인공지능을 탑재한 기계에게 잠식당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데이터가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은 기계가 생각하며 생산하는 단계로 진화했다. 인간이 지구상의 다른 생물 종들과 다른 진화의 길을 걷게 된 걸 설명하는 개념의 하나가 ‘호모파베르’(Homo Faber)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기술을 힘의 하나로 분류하고, 앙리 루이 베르그송(Henri-Louis Bergson)의 창조적 진화론으로 인간은 도구를 만들어 쓰는 존재 '호모파베르'로 표현됐다. 이것이 인간과 다른 동물과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이다. 불을 사용하고 흙을 빚어 그릇을 만들고 돌칼과 돌도끼를 만들어 쓰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도구의 발전은 인류의 문명과 함께했 왔다. 따라서 도구의 역사는 곧 인류 문명의 역사다. 현실의 삶을 한 단계 발전시키기 위한, 문명의 도구를 더 나은 도구로 만들기 위한 생각과 시도는 끊임없이 지속됐다. 이를 통해 인류는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무수한 도구를 만들고 또 개선 시키고 혁신시켜왔다. 그리고 기록으로 남겼다. 

괴물이 된 데이터

이제 그 기록에 의한 혁신이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각광을 받고 있다. 바로 데이터다. 데이터에 기반을 둔 혁신으로 도구와 도구, 사람과 도구를 연결하는 초연결 사회를 열어가고 있다. 이런 사회를 통틀어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한다. 제4차 산업혁명은 인간 사회의 모든 관계를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인류가 만들고 애지중지하며 사용해온 기존의 도구들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마저 바꾸고 있다. 사람과 도구,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방식마저 바꾸고 있다. 사물 인터넷은 사람과 사람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물, 사람과 사회, 사물과 사물간의 관계방식 자체를 획기적으로 바꾸어놓았다. 알파고 제로에서 보고 왓슨 의사에서 보았듯이,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 또한 제4차 산업 혁명에서 연유되고 있다.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기계와 대화를 할 수 있는가 하면 제품생산명령을 사람에게 말하듯 기계에게 말할 수 있게 됐다. 

제4차 산업혁명은 통신과 전기, 컴퓨터 등 특정한 영역에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게 아니라 모든 영역에 적용된다. 이를 초연결, 초지능이라고 한다. 기존의 모든 기술과 제품 속으로 기술이 들어가게 됐다. 일례로 자율주행 자동차,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가상현실, 생활환경 유해인자관리, 마이크로 그리드 등을 비롯한 첨단기기들은 데이터화되어 첨단기술로 구현되고 있다. 지금은 거의 일반화된 기술이지만 일본의 변기 제조업체 토토는 2010년에 소변을 분석해 당뇨 등 건강 상태를 체크해서 의료진에 자동 전송하는 기능의 스마트 변기를 개발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삼성 갤럭시8 정도의 스마트폰만으로도 혈당, 혈압, 하루의 운동량, 당뇨를 비롯한 스트레스 지수까지 체크할 수 있다. 이처럼 기계가 요리하고 먹고 배설하고 놀며 건강을 비롯한 일상의 기본적인 것마저 획기적으로 바꾸고 있다. 

데이터 기반의 미래주인

미래학자들은 머지않아 기계가 “너는 나를 창조했지만 주인은 나야”라고 큰 소리 칠 날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한다. 사람이 기술을 개발하고 기계를 만들었지만 인공지능은 스스로 학습하면서 불가사리처럼 모든 걸 먹어치우는 포식자가 되고 있다. 그러면서 제4차 산업혁명의 룰에 맞출 것을 요구하는데, 이를 거부할 수 없는 게 현실이 되고 있다. 만약 거부하고 고집을 부리며 과거 방식을 답습하려 한다면 생존 자체가 위협 받을 수밖에 없다. 마치 1818년에 발표된 메리 셸리의 과학소설 <프랑켄슈타인>에서 괴물이 자신의 창조자를 협박하며 “넌 나를 만들었지만 네 주인은 나야. 어서 복종해”라고 울부짖은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 은행과 카드사 등 각종 금융기관에 기록된 개인별 정보는 물론이고 스마트폰과 각종 센서 등의 도구를 통해 개인들의 미세한 자료까지 수집해서 데이터로 쌓아 인간을 구속시키고 있다. 지난 1년간 어디에 가서 무엇을 먹고 누구와 놀았는지는 카드 내역서에 고스란히 찍혀있고, 자동차로 드라이브를 하면 네비게이션에 모든 것이 그대로 기록돼 있다. 

우리 일상의 모든 것을 데이터는 기억하고 있다. 정작 주인은 잊어버린 자기 행위를 데이터는 영원히 기억하면서 주인의 활동이나 생활의 모든 면을 들여다본다. 실제로 교통카드 이용 내역만 보아도 내가 이동한 시각과 위치가 오차 없이 정확하게 기록돼 있다. 더욱이 인터넷과 컴퓨터는 영원히 잊어버리지 않은 기억과 함께 기존의 다양한 장벽을 허물고 세상 모든 정보와 사람을 연결시키면서 또 다른 지식을 창출해 낸다. 이 놀라운 세계에 어떻게 대응할까 하는 것은 정부의 기술정책과 인간의 사고 즉 발상의 전환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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