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아오르는 시뻘건 아침 해를 보며 새로운 다짐을 되새겼던 2017년도 벌써 저물어가고 있다. 다사다난한 1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한 해를 살아온 한국교회의 모습을 되돌아보며 이슈가 됐던 사안들을 모아봤다. 올해는 유독 교회와 세상이 맞닿는 이슈가 많아 그 만큼 교회의 역할과 존재 이유를 고민케했던 한 해였다. 본지는 2017년을 뜨겁게 달군 주제로 ①종교개혁 ②탄핵과 대통령 선거 ③세습 ④종교인과세를 꼽아 차례로 짚어보기로 했다.
 
올해 한국 정계는 놀라운 일의 연속이었다. 건국 이래 최초로 현직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됐으며, 그로부터 두 달 만에 대선이 치러지고 새 대통령이 선출됐다. 이 과정에서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 집회에는 1천만 명을 훌쩍 넘는 인원이 참가했고, 이에 대항하는 태극기집회에도 보수 진영이 적극 참가했다. 규모를 떠나서 두 집회에는 진보와 보수 교계가 참여해 각자의 목소리를 냈다.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두 진영의 이념 전쟁에 앞서 교계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짚어봤다.
 
 ▲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전날밤 진보와 보수 양 진영은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로 맞불시위를 펼쳤다. ⓒ데일리굿뉴스
  
교회의 정치 참여…"창조적 긴장 불어넣어야"
 
지난 3월 10일 오전 11시 국민 대부분의 눈과 귀가 TV와 스마트폰, 컴퓨터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 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판결문을 읽어 내려갔고,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되면서 국민들의 표정은 다양하게 변해갔다.
 
이 결정문이 낭독되기 전, 작년 12월 말까지 23차에 걸친 박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있었다. 이 집회엔 누적 연인원이 1천만 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주요 언론도 대대적인 보도를 이어갔다. '즉각 퇴진', '국민 기만, 서민 말살' 글자가 새겨진 피켓을 든 참가자들은 탄핵 선고가 내려지기 전까지 이 집회를 지속했으며, 기독교 진보의 대표주자인 NCCK도 적극 동참했다.
 
이에 반기를 든 탄핵반대 집회(소위 태극기 집회)가 등장했다. 이 집회 참가자들은 손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박근혜 대통령의 무죄를 호소했다. 올해 1월부터는 대형 태극기를 동원한 한기총과 보수 교회들의 기도회가 이어졌고, 그들의 입술에서는 '애국', '보수', '종북척결'이 쏟아졌다. 
 
당시 촛불과 태극기로 양분됐던 집회 상황은 한국 기독교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정용성 박사(가지와 숲 아카데미)는 태극기 집회를 비판하며 반공 이데올로기의 폐해를 주장했다.

정 박사는 "한국 기독교 역사에 나타난 이념적 갈등의 이면에는 반공 이데올로기가 자리잡고 있다"면서 "이것을 부정한 정치인이나 독재군부 정권에서 오용 또는 악용하는 폐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김성건 교수(서원대학교 사회교육과)는 다소 중립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김 교수는 "그동안 진보 진영이 사회운동이나 정치활동에 합세하며 사회적 참여를 한 것은 좋으나, 그 과정에서 기독교의 정체성을 상실하고, 종교로서의 동력을 상실했다"면서 "반면 보수 진영이 정치에 대해 너무 벽을 쌓고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져 은근히 권력을 지지하는 결탁 기능을 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기독교의 올바른 정치 참여를 위해 미국 종교사회학자인 로버트 벨라가 주창한 '창조적 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창조적 긴장이란 정치가 잘못된 방향으로 권력을 행사할 경우, 올바른 행로로 변경할 수 있도록 권력가들에게 예언적(성경적) 목소리를 내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김 교수는 영국의 '정치참여연합크리스천'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조직이 영국의 주요 새 정당(보수당, 노동당, 자유연합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크리스천들을 한데 모은 집단"이라며 "공공정책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발표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기독교적 관점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 전문가들은 "한국교회가 정부 정책에 올바른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먼저 잃어버린 교회의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데일리굿뉴스
  
이념 프레임 넘어선 '일치와 연합'에 힘써야
 
최근 한국갤럽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70%다. 19대 대선 당시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은 이유로는 '서민 위한 노력과 복지 확대(15%)'와 '소통 잘함 및 국민 공감 노력(14%)', '개혁 및 적폐 청산(13%)'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도와 목회자를 대상으로 한 기독교계의 조사에서도 비슷한 응답률이 나왔다. 한국기독교언론포럼의 조사에서 새 정부 출범 후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70%를 상회한 것이다. 그 근거로는 성도가 국민과의 소통(78.1%)을 가장 높게 평가했고 복지정책(50.4%)과 적폐청산(44.2%)을 그 다음으로 여겼다. 목회자는 국민과의 소통(89.6%), 복지정책(53.0%), 적폐청산(41.6%) 순으로 지지했다.
 
이렇듯 국민들은 문재인 대통령 정부에 대해 국민과의 소통과 서민 복지 정책을 잘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부정평가도 존재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과거사 들춤 및 보복 정치(23%)가 부정적 평가 중 1위를 차지했으며, 과도한 복지(14%)와 북핵 및 안보(10%), 경제 및 민생 문제 해결 부족(9%)이 뒤를 이었다.
 
한국기독교언론포럼의 조사에서 성도는 '새정부가 잘하는 점' 중 '부동산 등 경제정책(13.4%)'을 타 응답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게 선택했으며, 목회자는 '북핵 등 외교정책(8.2%)'에 대해 적게 응답했다.
 
두 응답을 종합해보면 대체로 북핵 안보와 경제 (성장)정책에 대해 국민들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정용성 박사는 "그 어떤 인간도 객관적일 수는 없다"며 "자신을 객관적이라고 주장한다면, 교만하거나 무식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는 70%의 지지율을 얻고 있는 현 정부도 부족한 점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건 교수는 "한국교회가 정부나 의회의 부족한 점을 찾아내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선 잃어버린 공공성을 회복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그동안 한국교회가 도덕성 측면에서 잘못된 점이 많았음을 겸허히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올 한 해 한국교회는 이념논쟁으로 인해 온전히 화합하지 못하고 분열 양상을 띠었다. 내년에는 한국교회가 소모적인 이념 프레임을 버리고 '교회의 일치와 연합'을 위한 실질적인 선행(先行)을 이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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