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워킹맘'의 하루는 고달프다.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기 어려운 사회에서 젊은 퇴사자와 경단녀가 늘어나고 있다. 어려움을 감내하고 직장 생활을 이어나가도 여자는 고위직이 될 수 없는 '유리천장'이 존재한다는 불만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 공공기관의 여성 임원 비율을 선진국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등 여성 직장인의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본지가 25일 실제 워킹맘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한민국 '워킹맘'의 하루는 고달프다.(출처=소아보 워킹맘 캠페인 포스터)

직장에서 눈치 주고, 집에서 눈치 보고…"인식 변해야"
 
직장인 A씨(20대): "자녀와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아이 교육비를 생각하면 일해야 합니다. 그게 제가 아이를 사랑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저처럼 일하는 엄마가 멋지다고 말하지만, 전 그들이 부럽습니다. 집에서 쉴 수 있다는 건 경제적 여유도 뒷받침된다는 뜻이거든요."
 
직장인 B씨(40대): "20년 차 직장인입니다. 젊을 때는 일이 좋아 결혼에 관심이 없었고, 나이 마흔 훌쩍 넘어 결혼해 두 번의 유산 끝에 늦둥이를 낳았습니다. 복직 후 달라진 회사 시스템에 적응하기 너무 힘들었습니다. 시부모님이 아이를 봐주지만, 그래도 엄마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할아버지 교육이라는 말이 있듯, 할아버지는 결코 손자를 훈육하지 않습니다. 아이 버릇이 나빠질까 걱정입니다. 할아버지와 엄마의 교육관이 달라 아이 역시 '할아버지는 안 그러는데'라며 혼란스러워 합니다. 일을 한다고 아이에 대한 걱정이 없는 건 결코 아닙니다."
 
전 직장인 C씨(30대): "다니던 회사는 정년퇴직까지 보장되는 회사였고, 승진도 남들보다 빨랐습니다. 일에 대한 열정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퇴근이 늦은 어느 날 어린이 집에 아이를 데리러 가니 아무도 없는 곳에 우리 아이만 덩그러니 있더라고요. 일도 좋고, 아이도 좋지만 둘 다 욕심 낼 수 없는 세상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엄마의 빈자리로 아이가 소심해지는 것 같아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이들은 입을 모아 "아이가 아플 때면 일에 손이 잡히지 않는다", "육아 서적을 읽을 때면 난 엄마 자격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 "회사에서는 유난스러운 사람이 되는 것 같고, 야근 날에는 남편(혹은 시부모님) 눈치 보고…아이는 자랄수록 엄마를 외면하는 것 같고…"라며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정부는 21일 '공공부문 여성 대표성 제고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여성의 사회진출이 급증한 것에 반해 고위직은 남성만이 올라갈 수 있었던 직장 내 '유리천장'을 허무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번 계획은 2022년까지 고위공무원 여성 임원 비율 10%, 공공기관 여성 임원 비율 20% 달성을 목표로 한다.
 
공공기관 330개 중 여성 임원이 없는 134개의 기관을 비롯해 공공기관에 여성 임원 선출을 확대할 방침이며, 국립대 여성 교수 비율을 19%로 높인다. 2019년부터는 경찰대 신입생과 간부후보생 모집 때 남녀 구분 모집을 폐지할 계획이다. 여군 간부의 전투부대 발령을 막아온 보직제한 규정도 철폐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관심이 고맙지만, 구체적 대안과 인식의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아이 엄마는 일을 못한다는 편견 타파', '출퇴근 시간 유연제 강화', '남성 육아휴직 사용 강제 보장', '공교육 강화', '탄력근무제 보장' 등의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느라 힘든 워킹맘들. 공공 영역에서부터 시작될 변화가 이 땅의 워킹맘들의 고충을 덜어주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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