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학년도 수능시험이 끝났다. 올해 수능은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일주일 연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지만 수험생들은 동요하지 않고 잘 견뎌낸 모습이었다. 학부모와 교사, 후배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기도와 격려로 수험생들의 성공을 응원했다.
 
 ▲2018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지는 23일 아침 이화여고 시험장엔 선배들을 응원하는 고 1·2학년 후배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데일리굿뉴스

"수능시험, 응원으로 격려"
 
2018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지는 23일 아침 시험장엔 선배들을 응원하는 고 1·2학년 후배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오전 7시 경 서울 중구 이화여자고등학교 정문 앞에는 덕성여고, 배화여고, 중경고 학생들이 대거 나와 시험장에 들어가는 선배들을 일일이 확인하며 북과 장구로 응원했다. 한 선생은 정문에서 제자들을 안아주며 격려했다.
 
'나는 세상에서 언니들이 제일 좋아 으샤라 으샤' '2호선 타자', '니답이 정답' 등 애교 섞인 구호와 피켓 속에 선배들은 쑥스러운 듯 웃으며 문을 통과했다.
 
기독교 학교인 배화여고는 응원가로 <야곱의 축복>을 불렀다. 배화여고 1학년 한 학생은 "학교에서 너무 자주 부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응원가가 됐다"면서 "2년 후면 '나도 저 문을 지나 시험장으로 들어가겠구나' 생각하니 선배들과 같이 떨리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충신교회에 다니는 한 어머니는 "방금 딸하고 헤어지고 그냥 서있는 중"이라며 "하나님께 기도 많이 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좋은 결과든 나쁜 결과든 평안히 받아들이자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이어 "오빠(아들)가 제대했는데 동생이 내년 대학에 가야 해서 복학을 미룬 상태다. 지금껏 바른길로 잘 따라와 준 딸에게 응원을 보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딸이 정치외교학과에 가고 싶어한다. 기도할 뿐"이라고 답한 뒤 말을 잇지 못했다.
 
 ▲한 학부모가 미쳐 전달하지 못한 보온병을 수험생 아들에게 건네주고 있다.ⓒ데일리굿뉴스

"부모로서 제가 더 떨리네요"
 
같은 시각 동탄 반송고등학교 고사장은 차분한 분위기였다. 찬 공기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수험생들은 부모의 격려 속에 하나둘씩 조용히 입실했다.
 
자녀를 배웅한 부모들은 저만치 걸어들어가는 아들의 뒷 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보며 온 맘 다해 응원했다.
 
고사장에 제일 일찍 도착한 이주현 씨는 아들의 모습을 담기 위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아들과 그의 친구 다섯 명은 일렬로 서서 인생의 한 순간을 사진에 담았다.
 
그는 "수능이 연기된 1주일이 1년처럼 느껴졌다"며 "내가 더 긴장했는지 수능보는 꿈을 다 꿨다"고 말했다.
 
자전거를 타고 허겁지겁 도착한 이재환 씨는 고사장으로 들어가고 있는 아들의 이름을 연신 불러댔다. 그리고는 황급히 되돌아온 아들에게 손에 들고있던 보온병을 건넸다.
 
그는 "둘째 아들이 형을 대신해 소고기미역국이 든 보온병을 들고왔는 데 전해주는 것을 깜빡했다"며 "이를 건네주기 위해 아들을 급히 불렀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23일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수험생을 위한 기도회를 열었다. 자녀를 위해 기도하는 어머니와 안수해주는 목사의 모습. ⓒ데일리굿뉴스

"엄마로서 할 수 있는 건 기도 뿐이죠"
 

1교시 국어영역이 시작됐다. 그 시간 학부모들도 자녀를 위한 기도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김경화 씨(분당 성시교회)는 서울에서 시험 보는 딸을 고사장에 데려다 주고 근처 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로 향했다. 딸이 긴장을 떨치고 평안한 가운데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기도하기 위해서다.
 
이날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는 김 집사를 비롯해 2,000여 명의 학부모들이 모여 수험생 자녀를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이들의 가슴팍에는 아들·딸들의 이름과 약속의 말씀이 걸려있었다.
 
용산에서 온 신 모씨는 "아들이 컨디션이 안 좋아 걱정된다"며 "시험시간 동안 아프지 않도록 기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조카 2명도 같이 시험을 보는 데 모두 하나님 안에서 시험을 무사히 마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백발의 머리를 푹 숙이고 손자손녀를 위해 기도하는 할머니들의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김하순 할머니(여의도순복음교회)는 "손자 2명이 모두 수능시험을 본다"면서 "손자들이 힘들이지 않고 제 실력을 발휘해 한번에 대학에 합격하길 중점적으로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수능 난이도는 작년과 비슷하게 평이한 수준이라고 교육부는 밝히고 있다. 관심이 집중된 지진 피해지역인 포항은 여진 없이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시험이 치러졌다.
 
공동취재=한연희 최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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