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초등생 살인사건과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 등 청소년들의 잔혹 범죄가 최근 사회적으로 공분을 사고 있다. 일부 청소년들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강력한 처벌을 받지 않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 이에 미성년자 처벌 기준을 제한하는 소년법의 찬반 논란을 살펴봤다.
 
 ▲소년법에서 만 14세 이상부터 19세 미만인 소년범이 사형 또는 무기형으로 처해질 경우에는 15년 징역 이상을 청구받을 수 없게 되어 있다. ⓒ데일리굿뉴스
 
소년법 악용하는 미성년자…"길어야 2년?"
 
22일 서울고법 형사7부는 초등학생을 살인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주범 A양(17)과 공범 B양(19)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A양 변호인 측은 "당시 A양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고 미성년자인데도 1심에서 형이 무겁게 선고됐다"고 밝혔다.
 
A양은 지난 3월 29일 인천 연수구 소재 놀이터에서 8세 여아를 유인해 자신의 집에서 살해한 뒤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하고 유기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이어 반해 공범 B양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여기서 주범인 A양의 형량이 공범 B양보다 더 적다는 점은 납득하기 힘든 면이 있다. 이는 17세인 A양이 '소년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소년법에서는 만 14세 이상부터 19세 미만인 소년범이 사형 또는 무기형으로 처해질 경우에는 15년 징역 이상을 청구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다시 말해, A양은 최대 형량을 받더라도 1심의 20년 형보다 더 적은 15년 형까지만 받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A양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상 미성년자를 악취·유인 후 살인 및 사체 손괴한 혐의로 5년 형을 더 선고받았다.
 
또 한가지는 소년법 상에서 A양의 출소시기가 당겨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A양의 경우, 최대 형량을 받더라도 20년 후인 37세가 되면 교도소를 출소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소년법 제65조(가석방)에는 15년 유기형의 경우 3년, 무기형의 경우 5년이 지나면 가석방을 허가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A양이 모범수로 인정받게 될 경우, 예상보다 더 빨리 사회에 복귀할 수 있다는 가정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최근에는 소년법의 이런 점을 악용한 청소년 범죄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9월 초에는 부산 사상구의 한 도로에서 여중생 3학년 2명이 평소 선배에 대한 태도가 불량하다며 2학년 C양을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가해자들은 소주병과 철골자재 등으로 C양을 폭행하고 이를 SNS에 올렸다. 이들은 친구들과 주고받은 SNS에서 소년법이 있으므로 '길어야 2년 (구형)'이라는 답글을 남겨 논란이 됐었다.
 
실제로는 소년법 상에서 만 10세 이상부터 14세 미만의 미성년자(이하 촉법소년)는 형사책임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형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으며, 10세 미만은 보호처분도 받지 않는다. 보호처분이란 보호자 감호 위탁부터 소년원 송치까지 10개 처분을 말하며, 최대 보호처분인 소년원 송치도 2년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미성년의 형벌을 강화한다고 범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처벌보다 범죄예방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데일리굿뉴스
 
"폐지보단 예방에 집중해야"
 
이에 일부 국회의원들은 미성년자들의 소년법 악용을 막기 위해 법 개정에 나섰다.
 
하태경 의원(바른정당)이 발의한 개정안은 미성년의 연령을 현행 19세 미만에서 18세로 낮추고, 사형이나 무기형의 경우 15년에서 20년으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외에도 장제원 의원(자유한국당)은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14세에서 12세로 낮추고, 김정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사형 및 무기형에 처해진 경우 15년의 징역을 30년으로 늘릴 것을 개정안으로 발의했다. 향후 본회의까지 어떤 개정안들이 상정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런가 하면 소년법 폐지를 향한 국민의 목소리는 청와대로 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보호법을 악용하는 청소년이 늘어나고 있다'며 소년법 폐지 서명운동이 펼쳐졌다. 청와대에 따르면, 소년법 폐지 관련 청원이 39만 2,848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국민청원이 20만 건을 넘자 청와대는 소년법 폐지에 유보적인 입장을 담은 답변을 내놨다.
 
조국 민정수석은 "청소년의 형벌을 강화한다고 범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처벌보다 범죄예방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사회정책적 관점에서 보면, 청소년 범죄의 뿌리는 '가정의 위기'에 배경을 두고 있으며, 가정의 위기는 '사회의 위기'에 그 배경을 두고 있다"며 "국가와 사회, 가정이 함께 장기적인 안목에서 여러 제도를 손보는 것을 통해 범죄 예방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영근 교수(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도 최근 한 강연회에서 소년법 폐지(혹은 개정)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 교수는 미성년자가 △ 성인에 비해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고, △ 성장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으며, △ 성장과정에서 좋은 방향으로든 나쁜 방향으로든 인격의 변화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므로 오 교수는 "청소년들이 좋은 방향으로 인격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준법 교육 강화에 힘써야 한다"며 "처벌이 아닌 교육 강화 차원에서 소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성년자의 악용으로 소년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집중된 만큼 이에 대한 근복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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