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장로교(사무총장 헐버트 넬슨) 소속 16명의 한국평화 순례단이 한국전쟁 당시 충북 노근리에서 미군이 양민을 학살한 사건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넸다.
 ▲미국장로교가 10월 31일부터 9일간의 일정으로 방한해 한국전쟁 당시 충북 노근리에서 자행된 미군의 양민학살에 대해 사과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데일리굿뉴스
"과거사 극복 통해 양국간 화해와 치유의 물꼬 트길"
 
미국장로교는 6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50년 노근리에서 미군의 총살로 300여 명의 양민이 학살된 것에 대해 사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넬슨 사무총장은 "과거사 극복을 통해 양국간 화해와 치유의 물꼬가 트길 바란다"며 "한·미 양국 정부를 움직여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만행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장로교는 성명서를 통해 "미국 대통령과 의회가 노근리 사건에 대한 사과와 배상, 재발 방지를 위해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 ▲ 노근리에서 한국 민간인을 고의로 살해한 것에 대한 미국 군대의 책임을 인정하고, ▲ 노근리에서 행한 미군의 행동에 대해 사과와 유감을 표명하고, 그 사건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고려하는 용의를 표하며, ▲ 유사사건 재발방지를 위해 미군 병력훈련 과정에 노근리 사건에 대한 정보를 포함할 것을 서약하라는 내용을 담았다.
 
미국장로교는 향후 한반도 평화를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넬슨 사무총장은 "미국 행정부가 한반도 통일을 위해 경제재제와 같은 공격적 방법이 아닌 보다 포괄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을 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넬슨 사무총장은 "그동안 미국장로교단은 세계 평화 문제와 관련해 유엔이나 미국 내 고위 관직자와도 많은 협의를 해왔다"며 "대통령 한 개인이 타국을 선제 공격할 수 있는 권한을 축소하기 위해 미 의회와 계속 접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미국장로교는 한반도 평화순례를 목적으로 지난 10월 31일부터 9일간의 일정으로 국내에 머물고 있다.
 
지난 2일에는 미국장로교가 충북 노근리평화공원을 찾았다. 이날 그들은 노근리사건 현장을 찾아가 추모예배를 드린 뒤, 희생자 유족들을 만나 아픔을 함께 나누고 화해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외에도 1일 서울 마포구 정대협 본부 및 전쟁여성인권박물관을 방문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만나 증언을 듣고 관련 사진을 보면서 위로를 전했으며, 3일에는 강원도 철원 국경선평화학교를 방문해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다.
 
미국장로교는 7일 국회의사당을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과의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김영주 목사) 신승민 화해통일위원회 국장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연설이 8일로 예정된 만큼 미국장로교의 국회의사당 일정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한편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7월말, 미군이 충북 영동군 임계리에 대피해 있던 600여 명의 피난민을 안전지대로 인도해 준다며 철로 위로 이동시키면서 촉발됐다. 미군기가 이들에게 폭탄을 투하해 백여 명이 숨졌고, 피난민이 노근리 쌍골 아래로 피신하자 이번엔 미군 기갑부대 병사들이 총기를 난사해 3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이 1999년 미국연합통신(AP)을 통해 알려지자, 미국장로교는 2016년 '제222차 총회'에서 이 사건에 대한 사과와 보상문제를 마련하기로 합의했으며 이번 대표단의 방문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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