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를 향한 비판의 중심에는 교회성장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가장 크게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로, 대형교회의 폐단을 극복할 작은교회운동이 전개되고 있기는 하지만 정작 '중형교회'의 현실은 주목 받지 못했다.
 
중형교회가 위기다. 우리가 외면한 사이 중형교회는 심각한 침체 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회사회학연구소(소장 조성돈 교수)가 주최한 세미나에서는 '한국교회의 마지노선'이라 할 수 있는 중형교회의 실태가 낱낱이 드러났다.
 
 ▲목회사학연구소는 지난 1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중형교회'심층연구 세미나를 열었다.ⓒ데일리굿뉴스

"중형교회 침체하게 만든 문제적 현실"
 
목회사회학연구소는 이번 세미나에서 중형교회 25곳을 인터뷰한 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서 중형교회는 서울·경기도에 위치한 출석교인 300~1000명 규모로 선정했다.
 
이번 조사 결과, 한국의 중형교회들이 가장 심각하게 겪고 있는 어려움으로는 △의사결정 구조
△재정난 △세대 간 갈등 등이 꼽혔다.
 
중형교회의 경우 교인들이 서로 간에 잘 아는 구조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지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서 오는 교회 내 갈등이 적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이번 인터뷰에서 오래된 중형교회는 교인들이 장로들과 다 형제, 자매들로 장로가 10명이면 장로 1명당 딸린 식구들이 100명은 넘는다며, 이는 씨족사회 권력과 비슷해 목사를 비롯한 일반 성도들의 의사결정을 방해한다고 사례를 소개했다.
 
이에 대해 조성돈 교수는 "새로 유입되는 교인이 없다 보니, 기존교인들의 층이 더욱 공고해져 가족중심의 파벌이 생겼다"며 "이들의 비위를 거스리면 목회자도 버티기 힘든 구조가 돼 교회 내 의사결정이 경직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정적 어려움도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사회가 노령사회로 진입하며 교회 안에서의 노령화도 가속화 됐다. 어르신들은 은퇴하여 헌금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없고, 젊은 성도들은 부모세대처럼 헌금을 하려는 충성심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재정적인 면에서 이중적인 어려움을 동반했다.   
 
조 교수는 "노령인구는 증가한 반면 젊은 층이 빠져나가면서 중형교회의 재정난이 심화됐다"며 "대형교회를 쫓아 교회의 외적 성장을 주도했지만, 오히려 교인 수가 줄어들어 교회의 유지가 힘들게 됐다"고 전했다.  
 
세대 간 갈등의 경우 목회 리더십이 성공적으로 교체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문제들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서 A집사의 경우, A집사는 아버지로 여길 만큼 목회자를 존경했다. 하지만, 목회자가 은퇴를 앞두고 교회를 통해 부동산을 마련하고 주변에 재산을 나눈 사실을 목격했다. 이에 목회자의 퇴락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반발하다가, 결국 30년 동안 섬긴 정든 교회를 떠나야 했다.
 
조 교수는 "스스로 자신의 은퇴 조건을 제시하고 거래를 해야 한다면 목회자로서 부끄러운 일"이라며 "이는 교인들이 회의감에 사로잡혀 교회를 이탈하고, 세습 등과 같은 정치적인 상황을 만들어 중형교회의 분란을 야기시킨다"고 비판했다.  
 
"중형교회 위기, 대안마련 시급"
 
중형교회가 겪고 있는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해 발제자들은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 교수는 "중형교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지역과 함께 하는 교회를 만들고 젊은 층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등 합리적으로 교회운영을 해야한다"면서 "청장년층에 맞는 콘텐츠 개발도 소홀히 해선 안된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발제자인 정재영 교수(실천신대)는 "한국 역사에서 교회는 민주적인 조직을 선도하는 역할을 담당했다"며 "이러한 교회의 전통을 되살려 수평의 의사소통을 수행해, 중형교회들이 보다 공공성 있는 신앙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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