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소개한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의 '청년의 교회·종교에 대한 의식 조사'에서는 청년들의 현실과 이에 대한 의식도 알 수 있었다.
 
청년들의 현실

이 조사에서 청년들은 자신들의 생활에 영향을 주는 사항에 대하여 가장 많은 30.0%가 '돈'이라
 ▲정재영 교수 ⓒ데일리굿뉴스
고 응답하였고, 다음으로 20.8%가 '친구'라고 응답했다. 그리고 가장 큰 고민에 대해서는 '취업'(53.7%)이라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다음으로 '돈(생계)'(22.1%)이라는 응답이 많이 나와서 결국 경제 문제가 청년들의 고민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해서도 '복지'(26.8%)보다도 '취업'(43.0%)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것은 오늘날 청년들의 현실을 생각할 때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경제 문제가 청년 문제에서 유일한 것은 아니지만, 청년들의 활동에 가장 큰 걸림이 되는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청년층 취업자 수는 1990년대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청년 고용률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고, 최고수준인 네덜란드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실업률이 우리보다 높은 미국, 일본도 청년 고용률은 우리보다 훨씬 높다. 통계청은 2015년 4월 기준으로 15~29세 실업률이 10.2%라고 발표했는데, 이는 역대 최고치이다. 또한 전체 실업자 중에서 20대의 비중은 40%에 육박한다. 이와 함께 니트족도 100만 명을 넘어섰다. 니트(NEET)족이란 영어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약자로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가 없는 청년 무직자를 가리키는 말로 영국 정부가 1999년 처음 사용한 말이다. 공식 실업자에다가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자, 그냥 쉬고 있는 사람들을 모두 포함하면 ‘사실상 백수’는 공식 실업자의 3배를 넘고 청년 실업률은 20%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러한 청년들의 경제 문제는 단순히 청년들의 빈곤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사회문제를 동반한다는 점에서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실업으로 인한 자신감 결여와 사회에 대한 불만이 범죄나 자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최근 10여 년 가까이 우리나라 10~3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또한 경제적 불안정과 취업 준비로 인해 혼인율과 출산율을 저하시키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 최저 수준인 출산율이 더 떨어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청년 실업 문제는 가족 구성원들에게도 고통과 긴장을 주며 강력한 스트레스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교회의 역할은?
 
이러한 경제적인 제약은 청년들의 사회 활동을 위축시키고 이것은 사회 자본의 쇠퇴를 가져온다. 사회 자본이란 협력 행위를 촉진해 사회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사회 조직의 속성을 가리키는 말로, 사회학자인 퍼트남은 사회 자본은 생산성이 있기 때문에 특정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가능하도록 해 준다고 말한다.
 
곧 구성원들이 서로 신뢰하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믿음을 보이는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많은 것을 성취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경제적인 압박은 사회적 참여를 약화시킨다. 퍼트남은 경제적으로 곤궁하다고 느끼는 사람들과 저소득층은 잘 사는 사람들에 비해 모든 형태의 사회생활과 공동체 생활에 훨씬 덜 참여한다고 말한다.
 
결국 사회 자본의 쇠퇴는 청년들의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까지도 위축시킴으로써 악순환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에 교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종교가 청년들의 삶, 특히 고민 해결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응답(30.3%)보다 부정적인 응답(38.8%)이 많이 나와서 종교가 큰 도움을 준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도움을 준다는 측면에서 '해결은 되지 않지만 마음의 위로를 준다'(56.0%)는 응답이 절반을 웃돌았고 '물질적, 인적 도움을 준다'(3.6%)는 응답은 매우 낮게 나와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종교가 우리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주 많이'(23.8%)를 포함해서 많다는 응답이 66.0%를 차지했는데, 여기서 영향이 있는 부분을 묻는 질문에 '문화'(24.3%)라는 응답이 가장 많이 나온 반면에 '경제'(1.4%)는 가장 낮게 나왔다.
 
현실적으로 종교가 경제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별로 없다고 본 것이다. 사회학자인 막스 베버는 개신교인들의 종교 윤리가 자본주의 발전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 매우 중요한 논제를 발전시켰지만, 오늘날의 한국 청년들은 종교가 경제 발전이나 경제 윤리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한 것이다.
 
그러나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종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로 '개인에 대한 위로를 한다'(27.4%)보다 '사회구조 개혁을 위한 참여를 유도한다'(42.1%)를 가장 많이 꼽아 종교가 현실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제는 교회에서도 이러한 청년들의 기대에 부응하여 현실 문제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야 한다. 이제까지는 교회 안에서 사회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꺼려했지만, 현실 문제는 각자 알아서 해결하고 교회 안에서는 신앙 이야기만 해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는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우리의 신앙을 실천하고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자신들의 문제이니만큼 적극적으로 스스로의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1970년대 기독 청년 노동자 전태일은 이 사회가 노동자에 대한 법은 가지고 있지만 집행되지 않고 있으며, 이를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소박한 생각으로부터 출발해 결국 새로운 역사의 물꼬를 텄다. 이와 같이 청년들은 자신들의 삶을 옥죄는 문제들에 대해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대안을 찾기 위해 나서야 한다.
 
대안 경제 운동
 
청년들의 경제 문제는 전세계적인 경제 상황과도 연관되어 있고, 일시적인 경기 회복에 의해 완화될 성격의 것이 아닌 만큼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의 대안이 필요하다. 그리고 취업난에 대해서도 조금 다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학벌 과잉으로 이른바 ‘스펙’은 더 화려해졌지만, 그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교도 윤리에서와 같은 직업 소명 의식의 부재가 우리 사회 경제 문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한편에서는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이지만, 많은 중소기업에서는 구인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일자리는 있는데 일할 사람이 없는 것이다. 근로 환경이 좋지 않은 이른바 3D 업종에서는 언제나 구직난이 아니라 구인난이 벌어지고 있다. 사람들이 일하기 쉽고 보수가 좋은 직종으로만 몰리는 까닭이다.
 
2012년에 '학원복음화협의회‘에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취업이 힘든 이유에 대해 대학생들의 31.7%는 “일자리 부족”이라고 응답했지만, 4명 중 1명은 “대기업 선호 경향 때문”이라고 응답하였다. 대학생들 스스로도 취업에 대한 눈이 높기 때문에 취업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또 다른 설문 조사에 의하면 젊은 사람들이 직장을 구할 때 가장 중요한 조건은 ‘보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에 대한 기여나 명예, 심지어는 적성보다도 월급이 많은 회사에 가고 싶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왜곡된 직업관을 단편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작은 일이라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면 의미 있게 여기고 충실히 일하는 직업의식이 절실하다.
 
최근에는 신자유주의로 인한 시장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자본주의 4.0’과 관련된 논의들이 폭넓게 이루어지고 있다. 자본주의 4.0에서는 정부가 간섭하지만 않으면 효율적인 시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신자유주의의 이론적 가정은 정치선전의 형태로 타락했다고 보고, 시장근본주의 이데올로기를 부추기는 것이 오히려 위기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자본주의 4.0과 관련한 사회적 경제나 공동체 자본주의와 같은 대안 경제 활동에 교회도 관심을 갖고 참여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대안 경제 운동을 통해 현재 자본주의 문제와 위기를 극복하고 기독교 정신에 입각하여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삶을 사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독 청년들이라면 세상의 가치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따라 자신의 인생을 계획해야 할 것이다. 이 땅의 기독 청년들이 성경의 가르침을 따라 자신의 문제를 극복할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데 한 알의 밀알처럼 쓰임 받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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