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와 과부를 돌보라'는 성경 말씀에 따라 무작정 고아원에 가서 봉사를 하다가 미혼모들을 알게 된 이효천 선교사.  미성년자인 미혼모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이 선교사를 비롯해 중학교 친구 다섯 명이 한 마음으로 뜻을 모았고, 그렇게 비영리법인 한부모가정지원센터 위드맘이 시작됐다.
 

어느날, 공원 화장실에서 아기 셋과 함께 살고 있는 엄마가 있다며 위드맘으로 연락이 왔다. 이효천 선교사가 즉시 멤버들과 찾아가보니 정말로 한 어린 엄마가 공원 화장실에 아기들 옷을 펼쳐놓고 지내고 있었다.

"사연을 들어보니 두 아이를 낳고 셋째를 임신한 이 여성과 남편 앞에 어릴 때 소식이 끊겼던 아버지가 간암말기 환자가 돼 나타났다고 해요. 이런 현실이 부담스러웠는지 셋째의 출산 직후 남편은 집안에 있는 돈을 다 들고 도망을 갔고요. 아버지 병간호도 하면서 아이들도 건사해야 했기에 이 어린 엄마는 병원 앞 공원 화장실에서 생활하고 있었던 거에요."

위드맘의 도움으로 그녀는 아버지의 장례까지 무사히 치렀고, 이효천 선교사의 전도로 세 아이와 함께 교회에 잘 다니고 있다.

이 선교사는 '위드맘'을 통해 24세 미만의 청소년미혼모들에게 긴급거주지를 제공하고 자립을 돕고 있다. 비영리법인으로서 특별히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미혼모들 곁에 함께 있는 것이다.

"저희가 돕는 미혼모들은 주로 혼인신고가 된 상태로 미혼모가 된 경우, 가령 부양자 몇 명 이상이면 군 면제가 되니까 남자가 일부러 혼인신고를 하고 아이들을 낳은 뒤 도망간 경우 등이에요. 이런 경우 국가가 도움을 주기 힘들기 때문에 저희가 이혼재판, 이혼무효소송과 같은 법적인 도움을 주고 미혼모들이 찜질방, 모텔을 전전하지 않도록 거주지 마련과 자립을 돕고 있어요."

지난해에만 위드맘에서 후원물품을 제공받은 미혼모들이 700여 명이고 현재 정기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미혼모들은 약 300명 정도다.

미혼모들은 병원비, 분유값 등 돈이 들어갈 데가 많다. 하지만 미성년자인데다가 아기까지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 아르바이트 자리 하나조차 구하기 어렵다. 이에 위드맘이 직접 나서게 됐다.

"미혼모들이 그래도 손쉽게 딸 수 있는 자격증이 바리스타 자격증이에요. 그래서 위드맘에서 '프롬맘'이라는 카페를 열어 미혼모들이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프롬맘 카페에서 일하는 미혼모들의 시급은 1만원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면 기초생활수급비가 줄어들게 되는데, 그렇다해도 일하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을 심어주려고 내린 위드맘의 결단이다. 그에 반해 프롬맘 카페에서 상주하며 일하는 이 선교사 부부는 무급이다.

"들어오는 후원금과 수익은 100% 미혼모들을 위해 사용하고 저희들은 자비량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강의 들어오는 것이 유일한 제 수입원이죠."

10년 가까이 미혼모들을 돌보다 보니 열매도 맺히고 있다. 이른 나이에 엄마가 돼 학교를 중퇴한 미혼모들이 중고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자립에 성공한 미혼모들이 늘면서 자발적으로 나서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이들도 많아졌다고.

이 선교사는 "자립에 성공한 미혼모들이 자신들의 재정을 모아 베이비박스 후원, 위안부 할머니들 돕기 등을 매달 하고 있다"며 "손가락질 당하던 미혼모들이 다른 이웃들을 살리고 있는 이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미혼모들을 위해 기도하다 보면 '내가 사랑하는 딸들이다'라고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이 느껴진다는 이 선교사 부부. 이 선교사는 "사람들이 미혼모들을 비행청소년이라는 따가운 시선이 아닌 '생명윤리를 지킨 용감하고 씩씩한 엄마'로 바라봐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