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한국교회. 500년 전 종교개혁이 일어난 10월 31일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종교개혁의 의미를 돌아보는 다양한 행사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하지만 종교개혁을 기념하는 움직임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의 상황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신학생과 청년들을 중심으로 한국교회의 현실에 맞춰 종교개혁의 정신을 계승하려는 움직임들을 정리해봤다.
 
▲신학생들이 지난 6월 22일 감리교본부 앞에서 학내 적폐 청산을 촉구하며 '우리는 예수를 바라봅니다'를 주제로 연합기도회 개최했다. 사진은 기도회를 마치고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으로 행진하는 모습.(사진 신학생시국연석회의 페이스북 갈무리)

"한국교회, '갱신'보다 이슈 몰이 열중해"
 
1517년 10월 31일, 서른 네 살의 청년 마르틴 루터는 가톨릭 교회의 면죄부 판매에 반발하며 95개조 반박문을 발표했다. 하나님보다 돈을 섬기고자 했던 당시의 교회를 꾸짖는 한 젊은 신학도의 통렬한 비판에서, 신앙의 본질을 회복하려는 종교개혁의 불이 지펴졌다.
 
한국교회가 종교개혁 당시보다 부패했단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신학생시국연석회의는 96개 논제를 발표했다. 각 교단의 신학생들이 교회개혁의 열망을 담아 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신학생시국연석회의는 교단과 교파를 넘어 감신대, 백석대, 루터대, 서울신대, 성공회대, 성결대, 연세대, 이화여대, 장신대, 총신대, 한세대, 한신대 소속 신학생들과 옥바라지선교센터, 혁명기도원, 기독청년학생실천연대 등 45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96개 논제의 출발은 예수님이 선포한 회개(마4:17)에서 시작한다. 신학생들은 "교계의 숱한 비리와 잘못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 교계를 키우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라며 한국교회뿐만 아니라 현 체제를 떠받들 수밖에 없었던 신학생도 개혁의 대상으로 삼았다.
 
신학생들이 살펴본 한국교회의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성범죄, 재정 비리, 성장주의 등 교회 내부의 치부는 무시한 채, 사회적 아픔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한국교회를 비판하고 있다.
 
신학생들은 96개 논제에서 "우리는 교회를 사랑해야 한다는 편한 변명 아래 교회의, 교계의 잘못에 일정 부분 방조하거나 동참해왔다"며 "개혁이란 계속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며 개혁교회는 계속해서 개혁되어야 한다. 그 길은 좁고 힘든 길이지만 계속해서 경주해야 한다"고 고백한다.
 
이종건 전도사(신학생시국연석회의)는 종교개혁 500주년이란 기념비적인 해를 맞이한 한국교회가 내부를 갱신하지 않고, 사회적 아픔을 외면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이 전도사는 "신학생들은 교회의 문제를 결코 교회에만 국한시켜서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과 사회, 공동체의 문제로 바라보기 위해 폭넓게 시도 중"이라며 "이런 시도들이 모여서 갱신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교회를 바꾸는 밑거름이 되고, 사회에도 선한 영향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 떠나는 청년들…교회 미래 어두워"
 
한국교회 청년들의 현실에 주목하며 7대 의제를 발표한 한국기독청년협의회(총무 남기평 목사, 이하 EYCK)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당대의 현실을 비판하고 교회의 미래를 제시한 종교개혁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EYCK는 한국교회 청년들이 당면한 과제로 △부채 △주거 △최저임금 △비정규직 △교육 △청년복지 △통일 등을 선정했다. 한국교회가 청년들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3개월간의 작업을 거쳐 완성됐다.
 
'부채'를 첫 의제로 삼은 이유도 청년들이 마주하고 있는 팍팍한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치솟는 생활비와 주거비, 대학 등록금으로 인해 빚을 지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남기평 총무는 "부채는 개인의 미래를 송두리째 저당 잡히는 것이다. 미래를 계획하지 못하게 하고 현재의 삶마저 무기력하게 만드는 주범"이라며 "이 모든 것을 개인의 도덕불감증이나 안일함으로 치부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삶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이들을 위한 한국교회의 대비는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각 교단의 정책을 결정하는 총회만 살펴봐도, 청년들과 다음세대를 위한 논의를 찾아보기 힘들다.
 
남 총무는 종교개혁의 정신을 계승하고 한국교회의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에 청년들이 배제돼 있다며, 지금이라도 청년들을 향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총무는 "종교개혁의 진정한 의미는 교회의 미래를 책임질 사람을 남겼다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진정으로 한국교회에 필요한 사역과 방향이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제자의 길을 가고자 하는 청년들을 어떻게 섬길 수 있을지 그 방법을 모색할 때"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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