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터지는 목회자 성범죄로 교회 내 성차별이 심각하단 인식은 확산됐지만, 정작 구체적인 대안 마련을 위한 논의는 미미한 수준이다. 교회에 문제가 생기면 최대한 덮으려고 쉬쉬하는 분위기 때문일 터. 지난주에 이어 교회 내 만연한 성차별 문제의 해법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전문가들은 '교회 내 성차별 문화'를 젊은 여성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 중 하나로 꼽는다.

지난해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대학가에선 페미니즘 관련 동아리와 소모임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신학대학교의 경우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신학대학교 재학생 A씨는 학교 안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얘기를 거의 해본 적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페미니즘 혹은 여성주의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모든 논의를 꺼려하는 분위기"라며 "성차별적 설교를 듣거나 했을 때 '이걸 비판해야 되나? 이게 문제인가?'라며 그 문제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여성의 권리를 외치는 사회와 성차별이 만연한 교회. 성도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교회에 문제 제기를 하면 신앙을 의심받거나 자유주의 신학에 물들었단 비난을 받기 일쑤여서 교회가 아닌 다른 공간을 찾아 나선 교인들도 있다.

최근 크리스천 여성들의 권리신장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믿는페미'가 바로 그런 사례.

믿는페미의 코어멤버 중 한 명인 달밤은 "교회 안에서 성차별적인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꽤 있지만 대부분 혼자 속으로 생각하는 것에 그칠 뿐"이라며 "'신앙을 가지고도 페미니즘 운동을 할 수 있다'며 믿는페미를 시작했을 때 이에 호응한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교회 안에서 교회를 새롭게 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교인들이 겪는 고충에 교회가 응답하지 않는다면 교인들은 교회를 떠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강호숙 전 총신대 강사는 "여성과 남성은 입장과 관점이 다르고 자기 삶에서 마주하는 필요가 다르기 때문에 특히 성에 관해서는 함께 논의가 진행될 수 있어야 한다"며 "과연 성경에서 여성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여성됨은 무엇이며 여성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여성들을 공론화의 장에 함께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잇따른 목회자들의 성범죄, 그리고 교회여성들이 겪는 성차별 문제는 가해자와 피해자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다. 성에 대해 건강한 토론과 고민을 하는 교회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