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교회 지붕 아래, 두 개의 교회가 예배 드리는 곳이 있다. 바로 벧엘성서침례교회와 요한서울교회의 이야기. 서로 다른 교단, 다른 신학적 배경을 갖고 있지만 지난 주부터 한 예배당에서 오전, 오후로 나뉘어 두 개의 교회가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 두 교회가 아름다운 동행을 시작하는 그 첫 걸음에, 직접 다녀왔다.
 
 ▲벧엘성서침례교회와 요한서울교회는 한 교회 지붕 아래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다. 두 교회가 아름다운 동행을 하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사진 왼쪽은 요한서울교회 백상욱 목사, 오른쪽은 벧엘성서침례교회 현상웅 목사)ⓒ데일리굿뉴스
 
"목사님 우리 교회로 오세요"…지역교회의 손길로 일어나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벧엘성서침례교회(담임 현상웅 목사)와 요한서울교회(담임 백상욱 목사)의 '동행'은, 요한서울교회 예배당 신축 고민으로부터 시작됐다.
 
예배당 신축을 앞둔 요한서울교회는 신축공사가 진행될 약 1년여 기간 동안 성도들과 함께 예배드릴 공간을 찾고 있었다. 인근 공립•사립 학교 강당은 물론 체육관까지 알아봤지만 모두 "종교기관에 대여해주기가 쉽지 않다"란 답변만 돌아왔다.
 
교회 건물은 다른 곳에 세우는 것도 고민 했지만, 백 목사는 몇 십년 동안 기도의 재단을 쌓은 교회터를 쉽게 떠나고 싶지 않았다.
 
이런 고민을 하던 때, 요한서울교회와 불과 500m도 안 되는 곳에 위치한 벧엘성서침례교회가 손을 내밀었다. 지역 목회자들과 활동 중인 '좋은동네 만들기 이웃교회 연합회'에서 함께 사역하고 있는 벧엘성서침례교회 현상웅 목사가, 이 사연을 듣고 선뜻 "목사님, 우리교회로 오세요"라고 말한 것.

"예배 장소를 두고 여러 가지 방법을 구하던 중, 연합회에 소속된 목회자들에게 고민을 나눴어요. 그랬더니 현상웅 목사가 흔쾌히 "우리교회로 오라"고 말해줬어요. 본인들이 오전에 예배당을 사용하고, 오후에는 우리교회 성도들이 예배 드리라고 해준 거죠."(요한서울교회 백상욱 목사)
 
"이 교회에 부임한 지 2년 정도 됐어요. 처음 교회에 왔을 때부터 지역을 섬기는 교회를 만들고 싶다란 마음을 늘 품고 있었어요. 그래서 교회 예배당을 작은교회에 빌려주는 건 어떨까 고민하던 찰나, 요한서울교회의 어려움을 듣게 됐죠. 요한서울교회의 고민이 저에게는 하나님께서 주신 비전을 풀어나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벧엘성서침례교회 현상웅 목사)
 
하지만 한 교회를 두 개의 교회가 함께 사용하기란 쉽지 않다. 목회자들끼리의 뜻이 합하더라도 성도들의 입장은 또 다르기 때문이다.
 
"목사가 결정한다고 되는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평소 설교를 통해 지역사회와 어떻게 연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성도들과 많이 나눴기 때문에, 다행히 성도들도 한 번 동참해보겠다고 결심해줬어요. 불편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지만, 서로 배려하는 모습을 통해 섬김의 정신을 배우는 통로가 될 것이라 기대해요."(현상웅 목사)
 
"교회 공간을 우리가 오로지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성도들의 걱정도 이만 저만이 아니었어요. 교회학교도 모두 운영할 수 없어 현재 유치부는 성도가 운영하는 태권도장에서 드려지고, 영아부는 없어졌죠. 하지만 성도들도 벧엘성서침례교회의 섬김에 감사하며 모든 불편을 서로 감안하고 예배드리기로 결정했어요."백상욱 목사)
 
 ▲벧엘성서침례교회와 요한서울교회가 아름다운 동행을 시작한다.ⓒ데일리굿뉴스
 
"1년 여 동안의 아름다운 동행, 기대돼요"
 
사실 교회 성도는 요한서울교회가 더 많은 상황. 때문에 벧엘성서침례교회 예배당이 요한서울교회의 모든 성도들을 수용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요한서울교회 성도들은 예배당에 간이 의자를 설치하는 등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예배를 드리고 있다.
 
요한서울교회 김신애 집사는 "벧엘성서침례교회 성도들이 예배당을 개방해주고 우리 교인들에게 마음을 열어줘 감사하다"며 "이 기간이 얼마나 될 지 모르겠지만 지역 안에서 서로 사랑하는 시간이 되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벧엘성서침례교회 오한나 청년은 “목사님께서 ‘그리스도인은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더불어 사는 삶을 배울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요한서울교회는 벧엘성서침례교회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벧엘성서침례교회 1층 교육관을 리모델링 해주는 것은 물론, 공과금도 함께 부담하기로 했다. 요한서울교회가 진행 중이던 대안학교 프로그램 '요한기독학교'는 벧엘성서침례교회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두 교회는 현재 어떻게 하면 지역과 연합을 이뤄나갈 지 함께 고민하고 있다. 앞으로는 주변 교회들과 함께 김장 담그기, 연주회 개최하기 등 다양한 문화행사도 펼칠 예정이다. 

이 같은 요한서울교회와 벧엘성서침례교회의 '아름다운 동행'은 개교회중심인 한국교회에 도전을 주고 있는 대목이다. 현상웅 목사는 "우리가 연합하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응원 해주고 있어 감사하다"며 "다른 교회들도 각자 갖고 있는 달란트를 통해 지역과 함께 선을 이뤄나가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이어 백상욱 목사는 "한국교회 안에서 한 지붕 아래 두 교회가 경쟁하지 않고 동역한다는 것에 기대가 되고 설렌다"며 "우리의 모습이 한국교회에 선한 영향력으로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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