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개혁은, 민주적 교회 구조에서 시작된다

[종교개혁 기획⑤] 한국교회 병들게 하는 제왕적 목회구조

한연희(redbean3@naver.com)

등록일:2017-09-07 18:2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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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세계교회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의미 있는 해다. 이에 본지는 한국교회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보는 특별기획을 준비했다.
 
교회 사유화, 세습, 재정 전횡 등은 교회의 모든 권한이 담임목사에게 편중됨으로써 불거지는 한국교회 대표적 병폐다. 이는 강단을 신성시하고 성직을 특권화하는 제왕적 목회시스템으로 500년전 마르틴 루터가 목숨을 걸고 철폐를 주장했던 교권주의와 맥을 같이 한다. 이번 시간에는 교회 사유화에 취약한 한국교회 구조와 문제점을 다뤄본다.
 
▲한국교회 병폐는 제왕적 목회시스템에서 기인되는 것이 많다는 지적이다. (해당 사진은 본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데일리굿뉴스

담임목사에게 편중된 교회법…바로 잡아야
 
한국교회 병폐가 끊이지 않고 있는 큰 이유는 교회법 자체가 담임목사에게 너무 많은 권리를 위임하는 데 있다.
 
교회 정관을 통해 담임목사에게 인사권, 제정 결제권, 결의 공포권, 거부권 등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곳이 많다. 담임목사와 장로들로 구성된 당회에 교인 자격 심사권, 교회 재산의 취득과 처리권을 위임하는 곳도 있다.
 
이는 교회 문제를 지적하는 행위를 원천 봉쇄하고 교인들의 총회인 공동의회의 권한을 무력화 하는 것으로 교회가 사유화 될 가능성이 크다. 교회 공동체를 위해 만들어진 교회법이 제왕적 목회 시스템을 공고히 하는데 쓰이는 셈이다.   
 
사회는 거대한 변화를 겪으며 개혁되고 있는데 교회는 아직도 권위주의와 교권주의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들리는 이유다.
 
교회 개혁단체들은 세상의 변화와 성도들의 의식 수준에 맞춰 교회의 정관도 민주적인 내용을 갖춰야 한다고 주문한다. 정관 개정 작업은 분규가 일어났을 때가 아니라 교회가 평안할 때 충분히 시간을 두고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세습, 제왕적 목회시스템의 가장 큰 병폐
 
담임목사의 제왕적 목회구조에서 파생되는 가장 큰 병폐는 세습이다. 목사가 막강하게 누렸던 자신의 권한을 자녀에게 대물림 하는 행위는 흡사 대기업의 부의 세습과 닮아 있다. 심지어는 '북한의 삼대세습과 다를 게 없다'는 세상의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안팎의 비판이 거세지자 편법만 다양해졌다. 초창기엔 아버지에서 아들로의 직계세습이 주류였다면, 2000년대 이후엔 사위세습, 지교회세습, 징검다리세습, 교차세습 등 여러 가지 변칙이 사용되고 있다. 교회를 개척해 아들을 내보낸 뒤 얼마 후 통합을 추진하는 기업형 합병도 나타났다.
 
특히 지금까지 세습을 완료한 교회를 살펴보면 주도자가 교단 총회장 및 연합기관의 대표회장을 두루 거친 한국교회의 지도자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황광민 목사(석교교회)는 세습이 많은 감리교단의 목사로 지난 2015년 총회에서 변칙 세습을 막는 징검다리세습방지안을 현장발의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4일 석교교회에서 황 목사를 만났다.ⓒ데일리굿뉴스

황광민 목사(석교교회)는 감리교단의 목사로 지난 2015년 총회에서 변칙 세습을 막는 징검다리세습방지안을 현장발의해 눈길을 끌었다. 미리 안건으로 내놓으면 반대에 부딪힐 것을 염려해 현장 발의라는 고육책을 썼다는 게 그의 증언이다.  

세습방지법안은 '부모가 담임자로 있는 교회에 그의 자녀 또는 자녀의 배우자를 10년 동안 동일교회의 담임자로 파송할 수 없다'는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황 목사는 "2013년 감리교단이 세습방지법을 제정하면서 교계의 귀감이 됐고 이후 타 교단도 따라서 세습방지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잠깐 동안 서류상으로 담임자를 만든 뒤 실제로는 자녀를 후임목사로 세우는 등 여러가지 변칙 세습이 벌어졌다. 그래서 2년 후에 세습방지안을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회는 하나님의 것이기 때문에 사유화 할 수 없다. 담임목사 혼자서 교회를 일으킨 게 아니다. 하나님이 도와 주시고 성도들의 협력으로 이룬 교회"라며 "목회자는 가난을 즐길 줄 알고 청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대안마련에 뛰어든 교회도 있다. 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 이재철 목사는 은퇴를 앞두고 4명의 사역자를 후임자로 선정했다. 공동목회를 통해 제왕적 담임목사 시대를 종식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이재철 목사는 지난 5월 14일 주일예배에서 "우리 교회는 전임 목회자들에게 사택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 속에는 담임목사도 포함되어 있다"면서 "퇴임 후에도 원로목사로 남아서 죽을 때까지 온갖 특혜를 누리면서 교회에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루터는 가톨릭 사제들이 성직을 특권화해 온갖 부패를 저지르는 것을 보고는 목숨 건 종교개혁을 단행했다. 개혁하지 않고서는 교회가 바로 설수 없다는 루터의 절박한 심정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한국교회에 다시금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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