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한국교회는 성도의 음주를 금기시해왔다. 하지만 ‘술 권하는 사회’라 불리는 우리나라 특유의 음주문화 속에서 크리스천들은 교회에서 강조하는 금주를 지키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기독교인은 정말 술을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일까.
 

술 권하는 우리 사회…성도 갈등 고조
 
130년 한국교회에서 ‘술’은 항상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성도들 중에서도 ‘절대로 마셔서는 안 된다’는 입장과 ‘과하게 취하지만 않으면 무관하다’는 입장으로 팽팽하게 맞서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한 성도(안수집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술을 완전히 배제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때때로 소주 한 잔, 맥주 한 잔 할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죄의식에 사로잡혀 신앙생활이 힘들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교회에서 ‘술’ 자체를 죄로 여기기 때문에 실제로 성도간 좋지 않은 모습들이 보여지기도 한다. 술을 마시는 사람은 죄를 짓고 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히게 되고, 반대로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은 나도 모르게 음주하는 사람들에 대해 정죄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이 같은 분위기는 곧 술을 ‘선악과’와 같이 여기는 모습으로 발전한다. 교회 안에서 술에 관한 이야기만 나오면 얼굴을 붉히며 회피하는 상황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크리스천은 술에 대해 어떤 자세를 가지는 게 옳을까.

"음주, 신앙의 본질적 문제 아냐"

최근 출시된 화제의 신간 <기독교 역사 속 술>의 저자 성기문 교수는 “음주는 아디아포라, 즉 신앙의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구원의 확신은 술을 마시는 것과 관계가 없다는 주장이다.
 
성기문 교수는 “예수 그리스도 한 분을 믿는 것만으로도 구원을 받을 수 있는데, 한국교회에는 구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나 지켜야 할 규율이 너무 많다”며 “술을 먹고 마시는 것은 지극히 개인의 선택에 불과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교회 내에서 성 교수와 같은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반대 입장에 선 사람들은 ‘술 권하는 문화를 가진 우리나라에서는 과한 음주를 절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아예 금주를 해야 한다’고 반론을 펼친다.
 
특히 이들은 초창기 해외 선교사들이 왜 조선 땅에서 음주를 금했는지 그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며 현대 사회에서도 금주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성기문 교수는 이마저도 개인의 신앙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과하게 술에 취해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이거나 사건 사고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선택과 절제의 문제이지 완전히 금해야 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성경에는 술 자체를 금하거나 입에도 대지 말라는 내용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술 마시는 교회 성도를 정죄하는 것.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고 말씀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비춰보면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술에 취하는 것을 악한 것으로 여기는 성경 말씀에 따라 성도 스스로가 절제하는 모습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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