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윤 교수ⓒ데일리굿뉴스
인문학적 성찰과 창의적인 사고
 
제4차 산업혁명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창의적인 사고가 경쟁력의 원천이요, 생존의 무기가 된 시대에 사고하는 능력을 키우고 지켜야 앞서갈 수 있다. 똑같은 일의 반복이나 단순 작업은 이미 기계의 몫이 돼 버렸다. 여기서 벗어나는 길은 생각을 보석처럼 연마하는 것이다. 생각을 보석처럼 연마한다는 의미는 세공실에서 원석을 갈아 아름다운 보석을 만들 듯이 창의적인 사고로 무장할 수 있도록 머리를 훈련하고 단련시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보석처럼 생각을 세공할 수 있을까? 우선 인문학적 지혜가 담긴 책을 많이 읽는 것이다. 책을 통해 훌륭한 사상가나 선각자와의 대화를 시도해 보는 것이다. 수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 그분들의 생각을 읽고 공유하면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는지를 알아보고, 나였다면 어떻게 했겠는가를 생각해본다. 독서란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으로 전해지는 단편적인 정보들은 이미지다. 말 그대로 그 이미지는 눈으로만 보는 것이다. 보는 정보는 볼 때는 재미있고 흥미로울지 모르지만 휘발성이 굉장히 강해서 바로 증발해 버린다. 이미지를 보고 나면 머릿속에만 맴돌 뿐 창의적으로 되새김돼 체계적인 지식으로 남지가 않는다.
 
탁월함의 추구와 역사의식
 
세계적인 테너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는 어린 시절 불의의 사고로 앞을 볼 수 없는 맹인이었다. 그런데도 '타임 투 세이 굿바이'(Time to Say Goodbye)란 명곡을 우리에게 선물했다. 이런 노래를 선물하기까지 그는 피나는 노력으로 생각을 보석처럼 연마했다. 앞을 못 보는 맹인인데도 많은 책을 읽고 소화해냈다. 보첼리의 독서는 보기가 아니라 읽기였고 연마였다. 왜냐하면 그는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서전에 따르면 그는 점자책을 한 자 한 자 공들여 읽었다고 한다. 그렇게 익힌 법학으로 변호사가 됐고, 고전을 접하면서 갖게 된 풍부한 감성이 누구보다 아름다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성악가가 되게 했다고 술회했다.
 
맹인 보첼리가 마음의 눈으로 법과 소리를 읽었듯이 우리는 눈이 아니라 냉철한 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 책을 읽어야 한다. 그래야 보석 같은 생각이 샘솟는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단어와 문장의 의미를 해독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작가와 대화를 하고 그가 전달하고픈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이다. 책 내용 이면에 숨어있는 맥락을 하나 둘 찾다 보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지식체계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 지식체계가 보이면 그 책은 나의 지식으로 재구성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비판적 사고와 바른 판단력을 기를 수 있다. 또한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보석 같은 생각이다.
 
여러 가지 책 중에서도 선조들의 삶이 녹아있는 사서를 읽는 것도 중요하다. 사서 속에는 삶의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책 속의 역사적 인물들의 삶은 문학적이면서 교훈이 되는 철학적 내용이 가미된 서사로 넘쳐난다. 더욱이 역사적 사건을 들여다보면 그 당시를 지배하던 철학을 찾을 수 있다. 사전적 의미의 역사의식이란 어떤 사회의 현상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파악할 수 있는 종합적 사고력이라고 돼 있다. 역사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과거에 일어난 사실을 하나하나 끊어서 보는 것이 아니라 전후좌우 앞뒤 맥락을 살펴서 단단한 논리를 구성해낼 수 있다.
 
인문학적 지혜와 4차 산업혁명
 
바른 역사관을 바탕으로 현실을 제대로 직시할 때 우리의 당면한 현실 문제들을 풀어내는 지혜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뉴스나 신문기사에서 5G나 4차 산업혁명 또는 코딩교육을 자주 보게 된다. 이런 생소한 말은 우리의 일상과는 무관한 이슈들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이슈 속에는 인류가 가고자 하는 길이 내포돼 있다. 변화에 지혜롭게 동참할 힌트가 담겨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술 혁신을 통해 많은 일을 빨리 하고 쉽게 처리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은 인간을 노동에서 해방시켜 생활의 여유와 편리한 삶을 가능하게 했다. 문제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기기들이 인간의 사고능력을 쇠퇴시킨다는 데 있다. 우리 사회에 합리적인 비판적 사고는 사라지고 개인과 개인 간에 헐뜯고 비난하고 욕설이 난무하고 있다. 집단과 집단 간의 편 가르기와 적대감이 넘쳐나고 있다. 왜냐하면 온갖 인공지능을 탑재한 기기들이 말초신경을 자극할 수 있는 수많은 파편적 정보를 정밀한 검증 없이 실시간으로 배달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이 같은 흐름이 바람직한 현상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게 한다.
 
그렇다고 현재 진행 중인 제4차 산업혁명 자체를 비난하거나 시대를 과거로 돌리자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도움을 주는 한 제4차 산업혁명의 혜택은 누려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꼭 필요한 창의적인 사고의 능력을 키우려면 원석을 보석으로 연마하듯 사고의 근육부터 단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문학적인 지혜가 담긴 책을 많이 읽고, '너희는 세상의 빛이 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깊이 새기고 그에 대한 글을 써서 주변사람들과 돌려 보며 토론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이제 지성은 특권이 아니라 값있게 써야 빛을 발하는 시대가 됐다.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로운 눈, 인간을 향한 끝없는 사랑이 성경을 비롯한 고전 속에 있다. 그래서 제4차 산업혁명이 나아갈 방향과 문제점의 극복 방안을 인문학에서 찾아야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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