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에 처한 사람을 보고도 못 본 척 지나가면 처벌을 받게 되는 '선한 사마리아인 법'. 이웃을 자신같이 사랑하라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에서 비롯된 법의 별칭이다.

최근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개인주의적 성향'이 늘어나면서 우리 사회에 선한 사마리아인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도 법을 만들어 강제성을 띄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는 상황이다. 하지만 실제 법 제정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은 상황. 그렇다면 크리스천들은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까.
 

우리나라 등 대부분 국가, 법적 처벌은 "NO"

지난달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10대 청소년 5명이 경찰에 기소되는 일이 발생했다. 한 남성이 저수지에 빠져 허우적대는 모습을 목격했지만, 구조대를 부르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영상을 촬영하며 조롱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비슷한 사건은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지난해 대전광역시의 한 택시기사가 운행 중 심장마비 증세로 의식을 잃자, 뒤에 타고 있던 승객은 아무런 구호조치 없이 택시 트렁크에 있던 자신의 짐만 챙겨 현장을 떠나버린 일이 있었다. 택시기사는 사고 직후 다른 목격자의 신고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세상을 떠났다.

위의 두 사건 모두 공분을 일으킬 만큼 도덕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10대 청소년 5명과 택시 승객이 법적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미국 플로리다 주와 국내 법에는 구조가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지 않으면 처벌을 하는 이른바 '선한 사마리아인 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소명 정재훈 변호사는 "일부 유럽 등의 서방국가들은 선한 사마리아인 법을 두고 구호조치를 하지 않은 이에게 벌금이나 징역형을 부과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형법상 유기죄라는 명목으로 '교사, 부모' 등의 보증인적 지위가 인정되는 경우에만 구조의무가 인정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응급 의료에 관한 법률을 살펴보면 '타인에 대한 구호조치로 인해 타인에게 재산상 손해와 상해를 입히더라도 면책한다'는 조항이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응급환자에 대해 긴급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해당 법률에는 '응급환자를 발견하면 응급의료기관에 신고해야 한다'는 신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처벌규정이 명시돼 있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자료제공=리얼미터)

찬반 여론 '팽팽' 법 적용 어려워…"크리스천 먼저 나서야"

대전 택시기사 사망사건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선한 사마리아인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실제로 지난해 한 국회의원은 선한 사마리아인 법과 내용을 같이하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 여론도 높다. 응급 조치를 의무화하고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것은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모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송희령(57) 씨는 "도덕적으로는 당연히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줘야 하지만, 강압적으로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벌써 법이라고 이야기하니까 마음에 부담감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조사에 따르면 '선한 사마리아인 법'에 찬성하는 사람은 53.8%로 과반을 넘었다. 하지만 반대하는 사람은 39.1%, 잘 모르겠다고 답한 사람은 7.1%를 기록해 이 두 수치를 합하면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사람이 찬성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여론 때문에 당장 법을 제정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현재로서는 지배적인 상황이다.

정재훈 변호사는 "선한 사마리아인 법은 법과 도덕의 경계 문제로 볼 수 있다. 사실 성숙한 시민의식을 통해 이웃을 구조하거나 돕는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법 제정보다 바람직한 방안일 것"이라며 "무엇보다 한국교회 성도들이 이 같은 문화에 앞장서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정 변호사는 "사람이 친구를 위해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 보다 더 큰 사랑이 없다고 한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놓고 보면 선한 사마리아인 법의 기독교적 타당성은 충분하다"며 "이 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교회가 다시금 희망의 촛불을 밝히려면 강도 만난 자들의 아픔을 돌아보는 모습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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