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극우 세력들이 구(舊)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연행을 다룬 역사교과서를 채택한 중학교에 엽서와 전화 테러를 가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9일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테러를 당한 곳은 시민단체 '어린이와 배우는 역사교과서회'가 편집하고 도쿄에 있는 출판사 마나비샤(學び舍)가 발행한 '함께 배우는 인간의 역사' 교과서다.
 
이 교과서에는 위안부 관리와 위안소 설치 등에 일본군이 관여했고 강제성이 있다고 정부가 공식 인정한 1993년 '고노담화'가 소개돼 있다.
 
동시에 "일본 정부는 강제연행을 직접 보여주는 자료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견해를 표명하고 있다"는 문장도 들어가 있다.
 
문제의 발단은 극우성향의 산케이신문이 지난해 3월 19일 이 교과서에 대해 시비를 건 것이었다.
 
신문은 "(이 교과서가) 중학교 역사교과서 가운데 유일하게 위안부 관련 기술을 채용했다", "30개 이상의 국립·사립중학교가 이 교과서를 채택했다"고 보도했다.
 
동시에 효고(兵庫)현의 사립 나다(灘)중학교 등 이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 이름도 기사에 실었다. 이후 이 학교에는 졸업생이나 학부모라고 주장하는 익명의 항의 엽서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일부는 발송인을 지방의원이나 자치단체장이라고 주장한 것도 있었다. 항의 엽서는 6개월간 200통 넘게 도착했다.
 
와다 마고히로(和田孫博) 교장은 마이니치에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인데 정치인의 이름으로 엽서를 보내고, 이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의 이름을 열거해 문제 삼는 신문이 있는 것으로 봐서 정치적 압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출판사인 마나비샤에 따르면 이 교과서를 채택한 중학교는 총 38곳이다. 이 가운데 11곳이 항의 엽서나 전화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학교 교사들은 "교육의 독립성이 위협받는다", "어려운 시대다"라고 하소연했다.
 
이들은 "계속 항의할 경우 다음 교과서 채택에 영향을 받는 학교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했지만, 이들 학교 가운데 올해 교과서를 바꾼 곳은 없었다.
 
논픽션 작가인 호사카 마사야스(和田孫博)씨는 "항의 쇄도는 전쟁으로 돌진하던 쇼와(昭和)시대 초기의 분위기와 비슷함을 느끼게 한다"며 "사회 전체가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는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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