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철원은 6.25전쟁으로 인한 상처가 곳곳에 남겨진 지역이다. 지금도 당시 격렬했던 전투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112년 역사의 철원제일감리교회는 전쟁의 아픔을 보듬으며 기도로 통일을 준비하고 있다. 이상욱 담임목사는 "민족의 아픔을 치유하고 북한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에 앞장서고 싶다"고 말했다.
 
▲6.25전쟁 당시 폭격으로 인해 터만 남은 철원제일감리교회. 기독교대한감리회는 2013년 복원예배당을 완공했다.ⓒ데일리굿뉴스
 
항일운동ㆍ순교 역사 간직한 철원제일감리교회
 
이상욱 목사는 31년 전인 1986년, 27살의 젊은 나이로 월하감리교회에 담임전도사로 사역을 시작했다. 당시만해도 민간인통제구역이었던 강원도 철원군 월하리는 사람들간의 왕래가 쉽지 않아 교회를 맡아줄 목회자가 절실하던 차였다. 이 목사는 지금까지 월하리에 머물며 영혼 구원 사역에 전념해오고 있다.
 
"담임전도사로 부임하고 몇 년 지나서 결혼하고 아이가 생겼어요. 목사 안수까지 받으니깐 교인들이 내가 떠나는 건 아닌가 불안해하는 모습이 눈에 보였습니다. 교인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다른 곳에 가려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습니다."
 
이 목사의 목회 여정은 4년 전, 6.25전쟁 당시 폭격으로 폐허가 됐던 철원제일감리교회가 복원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이 목사와 월하감리교회 성도들이 철원제일감리교회의 112년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며 한 교회로 통합된 것.
 
긴 시간 방치됐던 철원제일감리교회의 역사성을 눈여겨본 이 목사는 자신이 속한 철원서지방회 내에 역사보존위원회를 설치하고, 연회에 예배당 복원을 건의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철원제일교회 복원건축위원회를 만들어 7년 여의 걸친 공사 끝에 복원을 완료했다.
 
철원제일감리교회는 1905년 장로교 웰번 선교사가 개척하고, 1907년 강원도 철원 지역이 감리교의 선교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감리교회가 됐다. 일제강점기 시절에는 강원도 영서 지역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하고 철원애국단이라는 독립단체를 조직하는 등 항일 운동의 중심지 역할을 감당했다. 또 1942년 강종근 담임목사가 신사참배를 거부해 순교를 당한 아픔도 간직하고 있는 교회다.
 
복원예배당 옆에 자리한 철원제일감리교회 터는 한국근대문화유산 23호로 지정돼 순례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철원제일감리교회는 한국교회사 차원에서 의미가 남다른 곳입니다. 우선 장로교와 감리교의 연합 정신으로 시작된 교회이자 항일독립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무엇보다 순교자의 피가 흐르는 곳이죠. 우리 교회를 통해 순교의 영성이 퍼져나가길 소망하고 있습니다."
 
이 목사는 교회 통합 이후 매주 목요일 북녘 땅을 바라보며 통일기도회를 개최하고 있다. 교단을 뛰어넘어 지역 목회자들과 함께 한반도 평화와 복음 통일을 위해 간절히 기도 중이다. 또 교회를 방문한 청소년들과 성도들에게 통일의 중요성을 알리는 사역에도 힘쓰고 있다.
 
통일은 신앙인이 감당해야 할 십자가라고 말하는 이 목사는 북한 동포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순회전도자로 살고 싶단 바람을 전했다.
 
"강원도 지역은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행정구역상 남과 북으로 나뉜 곳입니다. 이런 아픔을 가진 강원도가 앞장서서 남북한의 아픔을 치유하는 일에 앞장서고 싶습니다. 남북 강원도 주민들이 함께 손에 손을 잡고 찬양을 하며 함께 어우러지는 날이 오길 소망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