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드레 베위에르가 캡처해 공개한 문제의 사진과 댓글 ⓒ연합뉴스

텅 빈 버스좌석을 촬영한 한 장의 사진이 노르웨이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노르웨이의 반(反)이민자 단체인 '조국 우선주의'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된 사진이 논란을 일으킨 것.
 
이 사진은 비어있는 버스 좌석을 찍은 것인데, 언뜻 보면 어두운색 부르카(얼굴까지 가리는 이슬람권 여성 복식)를 착용한 사람들이 단체로 버스에 앉아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문제는 '노르웨이를 사랑하고 조상들이 투쟁해온 것을 감사히 여기는' 이 단체의 1만3천명 회원 중 일부가 이 사진에 줄줄이 악성 댓글을 달며 시작됐다.
 
이 단체 회원들은 실재하지도 않는 '부르카 버스 승객'을 두고 '(부르카) 안에 폭탄이나 무기를 숨기고 있을까 무섭다', '테러리스트일지도 모른다', '이슬람은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항상 저주를 받을 것'이라며 비판했다.
 
또한 "이런 일이 2050년쯤 있을 줄 알았는데 벌써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 나가라" 등의 반응을 보인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정작 이 사진을 게시한 요한 슬라타비크는 사진은 인터넷에서 찾은 것이며, 장난을 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을 '웹 트롤(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상상 속 괴물)'이라고 소개하는 그는 "이민자에 대한 타당한 비판과 맹목적인 인종차별의 차이를 강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단체의 페이스북 페이지 게시물은 비공개지만, 이를 팔로우하는 전 노르웨이 노동당 하원 의원 신드레 베위에르가 문제의 사진과 댓글을 캡처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는 1천900번 이상 공유되며 급속히 퍼져나갔다.
 
베위에르는 "(이 단체에) 증오와 가짜 뉴스가 이토록 만연하다는데 충격을 받았다"면서 "빈 버스 좌석 사진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는 '편견이 지혜를 이긴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노르웨이 인종차별반대센터 대표는 "솔직히 사람들은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며 "그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것은 위험한 무슬림"이라고 말했다.
 
노르웨이는 최근 북유럽 국가 중에서는 처음으로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및 대학에서 부르카 혹은 니캅의 착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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