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혹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반세기 전 독일행 비행기를 탄 한국 여성들이 있다. 1960~70년대 외화벌이의 주역으로 알려졌던 파독 간호사들이다. 이들의 알려지지 않은 삶을 재조명하는 특별한 전시회가 열렸다.
 
 ▲서울역사박물관이 9월 3일까지 파독 간호사들의 삶을 재조명한 특별 전시를 진행한다.ⓒ데일리굿뉴스

각종 기록과 사진, 유품 등 4부로 전시
 
"너의 면목을 못 본지 일년이 훨씬 경과하니...너의 효성과 우애로 부모 살림에는 걱정이 없다."
 
삐뚤빼뚤하게 적은 아버지의 편지엔 머나먼 타지에서 생활비를 부쳐주는 딸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이 묻어있다.
 
배곯는 가족들 생각에 독일 정부의 강제 송환에 반대 피켓을 들어야 했던 한인 여성들의 사진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하기도 한다.
 
'국경을 넘어, 경계를 넘어'란 주제로 열린 이번 전시회엔 파독 간호사들이 내놓은 각종 기록과 증명서, 사진, 유품 등이 총 4부에 걸쳐 전시돼있다.
 
경제개발정책과 애국심에 주목했던 이전의 전시들과는 달리 어둡고 혼란했던 시대를 몸소 밝혀온 파독 간호사들의 삶의 애환이 담겨있다.
 
기차표와 같은 일상적 물건부터 문화생활을 즐겼던 LP판, 그들이 실제 사용했던 간호복과 의료 용품, 간호 여성들의 2세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까지 그들의 전반적인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파독 간호사들은 한국인 특유의 책임감과 성실함으로 독일인들로부터 칭송을 받기도 했지만, 1973년 국제 기름파동으로 서독 경제에 어려움이 생기자 비유럽 출신 노동자들의 취업이 금지돼 강제 송환 위기를 겪기도 했다.
 
독일에서 자신들의 삶을 찾고자 했던 파독 간호사들은 1977년 서명운동을 시작했고, 마침내 베를린 주정부의 체류허가를 이끌어냈는데, 이 과정 또한 사진과 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독일에 남은 간호 여성들은 독일 사회 내 교민 1세대를 형성했고, 현재 독일 시민사회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의 현재 모습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에선 머나먼 타국에서 고된 청춘을 살아낸 한 가정의 딸이자 누나, 동생이었던 파독 간호사들의 삶과, 이후 한국에 돌아온 이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전시회는 9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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