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에 카페 운영에 뛰어든 한 신학생이 있다. 성결대학교 신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박정현(여, 24) 씨가 그 주인공. 청소년과 아이들에 대한 비전을 품고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박정현 씨를 만나봤다.
 
▲학교를 마친 아이들의 발걸음은 바로 발칸카페로 향한다. ⓒ데일리굿뉴스

"아이들에겐 이 카페가 놀이터에요"
 
정현 씨는 경기도 안양시 성결대학교 앞에 위치한 아담한 카페의 주인이다. 건물 사이 틈새 골목에 있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지만, 학생들과 아이들은 어떻게 알고 왔는지 어느새 카페의 단골이 됐다.
 
"이 카페에는 청소년과 아이들이 많이 오는 편이에요. 초등학교 3학년, 5학년 이렇게 어린 아이들이 카페에 온다고 하면 신기하게들 생각하시죠. 아이들은 밖에 있는 강아지랑도 놀고 카페에 앉아 맛있는 걸 먹으면서 얘기를 나눠요. 요즘은 아이들 간식메뉴를 고민 하고 있어요."
 
카페를 매일같이 찾아오는 아이들은 대부분 맞벌이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자마자 카페로 찾아와 시간을 보내다가 학원으로 향한다. 정현 씨는 학업에 쫓기는 청소년들과 아이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게 됐다.
 
"사실 아이들이 와서 주로 하는 이야기는 '나 요즘 고민이 생겼어요', '오늘 학교에서 친구랑 싸웠어요' 같은 것들이에요. 그럼 저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얘기를 들어주고 조언을 해줘요. 가끔 학교에서 배운 요리법을 들고 오면 같이 만들기도 하고요."
 
이렇게 아이들과 친분을 쌓게 된 정현 씨는 아이들에게 조심스럽게 복음을 전하기도 한다.
 
"카페를 통해 전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교회가 아닌 이런 공간에서 기독교 얘기를 하면 아이들이 거부감 없이 편안하게 받아들여요.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서 시작해서 점점 예수님을 알려주는 거죠. '카페 목회'라고 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 아닐까요?"
 
▲손님이 뜸한 시각에는 카페 한 켠에서 신학 공부를 하는 정현 씨. ⓒ데일리굿뉴스

"학업과 병행하는 것 큰 부담이었지만..."
 
정현 씨는 고등학교 1학년생인 남동생과 함께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낮에는 정현 씨가 카페를 맡고 저녁에 야간 수업을 들으러 가면 그 때 남동생이 와서 운영을 돕는다.

시험기간에는 부득이 카페 문을 닫는 등 불규칙한 운영 때문에 초반에는 불만을 토로하는 손님들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손님들도 이런 식의 카페 운영을 이해해준다고. 단골 손님들은 정현 씨의 개인 핸드폰 번호로 카페 문이 닫혀 있으면 문의전화를 하기도 한다.
 
"'왜 이렇게 늦게 여냐', '왜 맨날 문이 닫혀있냐' 등 불만이 많이 들어왔어요. 이렇게 책임감 없는 모습을 보이느니 차라리 카페를 그만두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했죠. 학년이 올라가다 보니 학업에도 지장이 생기고, 매일 저녁 학교로 달려가야 하는 상황이 너무 힘들었어요."
 
이런 상황에서도 카페를 지금까지 운영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목사인 아버지의 도움이 컸다. 정현 씨의 아버지는 매일 아침과 저녁 카페 오픈과 마감을 도맡아 하고 있다.

얼마 안 되는 수익이지만 한 푼 두 푼 모아서 미자립 교회를 후원하는 일도 정현 씨를 버틸 수 있게 하는 힘이 된다.
 
"저희 아버지가 교회를 개척한지 20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미자립교회에요. 어렸을 때부터 그런 어려움을 익히 보면서 자라다 보니 저 자신이 미자립교회에 대한 애정이 많아요. 얼마 안 되는 후원금이라도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카페 운영이 어렵더라도 그런 사명감을 가지고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인터뷰를 마치자 때마침 예닐곱 명의 초등학생들이 우르르 카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친근하게 오늘은 어땠느냐고 인사를 건네며 망고 주스를 만들어 주는 정현 씨. 그녀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하나님을 만날 수 있도록 선교를 위한 카페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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