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학내 사태 해결을 위해 신학생들이 거리로 나섰다. 신학생들은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총회 본부로 행진하며 학생들을 존중하는 민주적인 학교 운영과 총장직선제를 촉구했다.
 
▲신학생시국연석회의는 22일 민주적 학교 운영과 총장직선제를 촉구하며 연합기도회를 개최했다.ⓒ데일리굿뉴스
 
"단결한 신학생은 패배하지 않는다"
 
신학생시국연석회의는 22일 감리교 본부 앞에서 종교개혁500주년 기념 연합기도회를 진행했다. 이날 기도회는 각 신학교 내 학생 주권 실현과 교단 현안을 공동으로 대응하자는 결의에 따라 개최됐다.
 
한신대학교와 감리교신학대학교는 총장 선출을 둘러싸고 이사회와 학내 구성원들간의 갈등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서울신학대학교는 최근 교단 내 유력 교회에서 세습이 진행되면서 학생들을 중심으로 이를 비판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거리로 나선 150여 명의 신학생들은 '우리는 예수를 바라봅니다'는 찬양으로 기도회를 시작했다. 각 학교를 대표해 기도에 나선 학생들의 목소리에는 진리의 상아탑인 신학교에서 벌어지는 참담한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진지한 학생(서울신대 약동하는서신인)은 "교회 건물을 자식에게 물려주기 위해 하나님의 뜻이라고 포장하는 목사와 이를 비판하지 않고 침묵하는 이들이 있기에 한국교회는 성결하지 않다"며 "구속의 은혜를 받은 사람이라면 삶의 모든 부분에서 성결함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신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말씀을 전한 이정배 박사(전 감신대 교수)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영적 파산의 위기에 처했다며 신학생들이 거리에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개탄했다.
 
이 박사는 "거룩이라는 옷을 입고 신앙을 들러리 삼는 기성세대를 향해 소리치는 여러분들이 자랑스럽다"며 "복음을 조롱거리로 만들어버린 종교 권력자들은 기독교 신앙을 헤치는 적폐 그 자체"라고 말했다.
 
이어 "하나님의 영광된 날을 생각하며 예수님만 바라보자. 여러분들이 이 시대 마르틴 루터"라며 "목회자들의 영적 타락을 막을 힘은 신학생들 밖에 없다"고 말했다.
 
총장직선제와 학내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16일 동안 단식농성에 나섰던 이종화 학생(감신대 종교철학 학생회장)은 "감신대는 학내 사태의 원흉이 다시 이사장이 됐다"며 "이런 참담한 현실 앞에 총장 직선제를 말하는 우리들이 어리석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너머에 살아 숨쉬는 하나님의 정의를 믿는다"고 말했다.
 
감신대 첨탑에서 고공 농성 중이었던 백현빈 학생(감신대 기독교교육학 학생회장)은 "감신대 사태는 전체 신학도의 아픔이자 한국교회의 아픔"이라며 "우리의 외침과 행진은 이제 시작이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지켜지지 않은 것을 지키러 함께 나아가자"고 말했다.
 
기도회를 마친 학생들은 '학내 사태를 책임지고 이규학 이사장은 사퇴하라', '정치 목사는 물러가라' 등 각 신학교와 교단의 상황을 담은 문구가 적힌 플랜카드를 들고 행진을 시작했다. 감리교 본부를 시작으로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본부에서 성찬을 진행했다.
 
한편, 신학생시국연석회의에는 감신대, 백석대, 루터대, 서울신대, 성공회대, 성결대, 연세대, 이화여대, 장신대, 총신대, 한세대, 한신대 소속 신학생들과 옥바라지선교센터, 혁명기도원, 기독청년학생실천연대 등 45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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