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민주항쟁 30주년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6월 민주항쟁을 재현하는 저항운동이 열렸다. ⓒ연합뉴스

화염병을 든 대학생들과 하얀색 와이셔츠를 입은 '넥타이 부대'가 서울 도심을 누비며 30년 전 그날처럼 힘찬 구호를 외쳤다.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1987년 시민들의 모습과 헌정사상 최초 대통령 탄핵을 끌어낸 2017년 평화 촛불집회 모습이 광장에서 동시에 재현되며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을 자축했다.
 
6월 민주항쟁 30주년인 10일 오후 2시께 '6월민주항쟁30년사업추진위원회' 주최로 서울 곳곳에서 한국사의 주요 저항운동이 재현됐다.
 
6월 항쟁을 상징하는 '넥타이 부대'가 부활한 모습이 단연 눈에 띄었다.
 
이제 50∼70대가 된 30여명이 하얀 와이셔츠에 정장 바지를 입고 머리에 '독재 타도', '호헌철폐', '민주 쟁취' 등을 적은 띠를 둘러 30년 전 모습을 재현했다. 머리는 희끗희끗했지만 마음은 30년 전 그대로인 듯 얼굴에는 생기가 넘쳤다.
 
이들은 '더 이상 죽이지 마라!'라고 적은 대형 펼침막을 들고 성큼성큼 행진했다. 20∼30대 시민들은 하얀색 티셔츠와 청재킷·청바지에 하얀 마스크 차림으로 30년 전 대학생 차림으로 넥타이 부대를 앞장서서 행렬을 이끌었다.
 
이들은 손에는 주황색 천을 꽂은 초록색 플라스틱병을 한두 개씩 쥐었다. 화염병을 재현한 것인데 마치 활짝 핀 꽃처럼 보이기도 했다.
 
뒤에서는 파란색 작업복을 입고 30년 전 공장 노동자 모습을 재현한 이들이 '인간답게 살고 싶다!'라고 적은 현수막을 들고 행렬을 이었다.
 
민중미술가 최병수 작가가 피 흘리는 이한열 열사와 그를 껴안은 이종창씨 모습을 담은 '한열이를 살려내라!' 그림(1987년작)이 그 뒤를 따랐다.
 
최 작가의 다른 작품이자 분노한 노동자들을 힘있게 그려낸 작품인 '노동해방도'(1989년작)도 대형 걸개그림으로 선보였다.
 
같은 시간,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는 지난해 말 이곳을 가득 메웠던 촛불집회 행진이 재현됐다.

이들은 오랜만에 '박근혜 탄핵', '세월호를 인양하라' 등 구호가 적힌 손 피켓과 플래카드를 들고 광화문 일대를 행진했다.
만장에는 '지금 당장 최저임금 1만원', '재벌개혁 검찰개혁 언론개혁' 등 새 정부에 촉구하는 요구사항도 적었다.
 
이밖에 천도교 수운회관과 탑골공원, 옛 서대문형무소, 서울역에서는 동학농민운동과 3·1운동, 4·19혁명, 5·18 민주화운동이 각각 재현됐다.
이들 역시 각각의 역사에 어울리는 복장과 대형 걸개, 만장으로 한국 민주주의 역사의 주요 장면들을 선보였다.

총 여섯 개 행진대열은 오후 4시께 2017년 현재 민주주의의 상징이자 세월호 유족 농성장이 있는 광화문광장에 집결한 다음, 6월 항쟁의 상징적 장소인 서울광장으로 이동했다.
오후 4시부터는 역사의 여섯 장면이 한데 어우러지는 '대동합굿' 공연이 펼쳐지며, 오후 7시부터 음악극 '6월의 노래, 다시 광장에서'가 6월 항쟁 30주년 행사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종철아 잘 가그래이, 아부지는 할 말이 없데이', '이한열을 살려내라 호헌철폐 독재타도 전두환은 물러나라' 등이 적힌 파란색 만장도 대열에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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