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간 성행위로 인해 처벌받은 육군 A 대위 사건으로 우리 사회가 다시 한 번 '동성애 문제'로 들썩이고 있다. 특히 군 동성애자 처벌 규정인 '군형법 92조의 6'을 놓고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나뉘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양상이다.
 
군 동성애에 찬성하는 단체들은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동성애자 처벌 규정인 군형법 92조 6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반대 측은 "군 기강 확립을 위해서라도 군 동성애 문제를 강하게 다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육군 소속 A 대위의 실형 선고로 '군형법 92조 6항'의 존폐 여부가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데일리굿뉴스

형법 폐지 측 "명백한 인권 침해"
지난 4월 육군 소속으로 복무 중인 A 대위가 군 법정에서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이 발생했다. A 대위가 점심시간을 이용해 군 독신자숙소(B.O.Q) 등지에서 하급 부사관 등 부하들과 여러 차례 성행위를 벌였다는 이유였다.
 
해당 사건의 처벌 근거는 '군형법 92조의 6'이다. 군형법 92조의 6에는 '대한민국 군인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A 대위 사건이 발생하자 군인권센터(소장 임태훈) 등 성 소수자 인권단체들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이들은 "우리나라는 '이성 성행위'는 정상이고 '동성 성행위'는 비정상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군 동성애에 대해 엄격하게 처벌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 때문에 성 소수자들은 마치 자신들이 범죄자인 것처럼 생각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A 대위 사건을 담당한 육군 중앙수사단이 불법으로 수사를 진행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부대 밖에서 벌어진 일을 추적해 성 정체성을 들춰내고 처벌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고,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사적 공간에서 둘만의 합의로 한 성관계를 알아낸다는 것 자체가 소름 끼치는 일"이라고 말했다.
 
A 대위 사건 이후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군형법 92조의 6을 폐지하는 '군형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고, 인천지방법원 이연진 판사는 "군인 간 합의된 성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개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군형법 92조의 6의 위헌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했다.
 
▲바른군인권센터 등 군 동성애 반대단체들이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데일리굿뉴스

군형법 강화 측 "군 기강 확립 위해 처벌해야"
 
하지만 반대 입장에 서 있는 단체들은 "군 동성애 문제는 '성 소수자의 인권 문제'가 아니라 '군 기강 문란'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군이라는 특수한 조직은 '성적 자기 결정권'보다 '국가 안보'라는 공적 이익이 더 우선돼야 한다는 게 반대론자들의 생각이다.
 
바른군인권연구소 김영길 대표(육군 중령 예편)는 "군대란 남성과 계급 위주로 조직이 운영된다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며 "이러한 조직을 원활하게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 군형법 92조의 6이다"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특히 "군 간부에는 여성이 있지만, 사병 세계에는 여성이 존재할 수 없다"며 "만약 군형법 92조의 6이 폐지된다면 어떤 끔찍한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건강한 사회를 위한 국민연대 한효관 대표는 "군 동성애 문제를 허용하면 일반 남성들의 입대 기피 현상까지 나타날 것"이라며 "이는 징병제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울타리가 되어주는 학부모 모임 △인천기독교총연합회 등 일부 학부모 단체와 기독교 단체들은 "동성애 금지 군형법이 폐지되면 '아들 군대 안 보내기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바른군인권연구소 김영길 대표는 "군대 내 동성애자들은 현재 '국방부 복무관리훈령 제7장'에 의해 충분히 보호받으며 생활하고 있다"며 "필요할 경우 근무지를 조정하거나 침실 및 샤워장 사용여건을 개선해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소수자 단체들이 걱정하는 인권보호는 충분히 반영되고 있다"며 "더이상 인권문제를 언급하며 군형법 92조의 6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군형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한 정의당 김종대 의원.ⓒ데일리굿뉴스

정치권서도 '뜨거운 감자'…법률 개정은 '글쎄'
 
정치권에서도 군 동성애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뜨거운 이슈로 다뤄진다. 하지만 실제로 군형법 92조의 6이 폐지되지는 못할 것이란 게 정계의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동안 군 동성애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당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군 동성애 합법화에 동의하는가"라며 물었고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반대한다"고 답변했다.
 
또한 군형법 92조의 6 폐지를 골자로 하는 '군형법 일부 개정법률안' 발의가 처음이 아닌 만큼 해당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2014년 더불어민주당(전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상임위에서도 통과하지 못한 바 있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번 개정안의 경우에도 공동 발의자 10명을 채우지 못해 3개월 가까이 표류하기도 했다.
 
개정안 서명 요청을 받고 고민을 거듭한 한 의원은 "자칫하다간 군 동성애 찬성론자라는 비난을 살 수 있다"며 "다음 선거를 생각해야 하는 지역구 의원이 개정안에 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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