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선교 초기 여성 교육에 앞장서는 등 사회 내 여성 인권 신장에 중요한 역할을 감당해왔다. 최근 사회와 교회 안에서 차별을 호소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본지는 성평등한 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은 무엇인지 3회에 걸쳐 살펴보기로 했다.
 
한국교회가 성평등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성평등 논의를 공론화하는 것부터 여성 리더십을 세우는 일까지, 교회가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노력들을 알아본다.
 
▲당회 대신에 운영위원회를 두고 있는 인천 계양구에 위치한 더작은교회. 운영위원 7인 중 1인 이상 여성을 반드시 포함시키도록 정관에 명시해놨다.(사진제공=더작은교회)
 
"여성이 목소리 낼 수 있는 장 마련돼야"
 
성평등한 교회 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해 선행해야 되는 일은 그 동안 금기시되고 우선순위에서 밀려왔던 성평등 논의를 공동체 안에서 시작하는 일이다.
 
최근 한국기독학생회(이하 IVF) 학생들을 대상으로 열린 갓페미 행사는 교회와 선교단체에서 여성으로서 겪은 차별과 불편함을 솔직하게 나누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참가자들은 △내 안에 참자매가 없다 △설교 망치는 남자 △페미의 길 그리스도의 길 △여성, 그대의 사역은 △아담 왜 침묵?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선 쉽게 나눌 없는 주제들로 서로의 경험을 들을 수 있어 '속 시원하다', '후련하다'는 반응이 넘쳐났다.
 
한 참가자는 "사회나 교회 안에서 '자고로 여자는'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남성의 시각에서 나를 보고 있었다는 걸 문득 깨닫게 됐다"며 "누군가 규정해놓은 '참자매'가 되기 위해 많이 노력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슬프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 행사를 기획한 여성 사역자 중 한 명인 전해운 간사(IVF 서서울지방회)는 선교단체 뿐만이 아니라 교회에서도 갓페미와 같은 소통의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처음부터 여성과 남성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에 작은 부분부터 서로 공감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것.
 
전 간사는 "때론 무모함도 필요해 보인다. 완벽한 대안을 기다리기보다 작은 발걸음이라도 시작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여성으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목표를 두고 갓페미를 진행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여성 참여 가능한 의사결정기구 필요"
 
여성을 단순히 배려하는 차원을 넘어 교회 내 의사결정기구에 여성을 참여시키는 일도 필수적이다.
 
목사와 장로로 구성된 전통적인 당회는 여성이 넘볼 수 없는 거대한 벽과 같았다. 남성 중심의 의사결정이 이뤄지면서 교회 내 여성들의 의견이 반영되기가 구조적으로 쉽지 않았다.
 
이런 당회 대신에 운영위원회를 두고 있는 인천의 더작은교회(담임 전영준 목사)는 운영위원 7인 중 한 명 이상을 반드시 여성으로 선출하도록 정관에 명시해놨다. 성찬식을 할 때도 남성과 여성이 비슷한 비율로 분병(分餠)과 분잔(分盞)을 담당한다.
 
전영준 목사는 성도 중심의 민주적인 교회를 지향하다 보니 성도들을 대표해 여 성도가 말씀을 전하거나 리더십으로 활동하는 일도 어색하지 않다고 말한다.
 
여성도를 리더십으로 세운 이유도 특별히 배려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교회에 속해 있는 구성원 모두 성도로서 동등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전 목사는 "목사와 성도, 성도와 성도 사이에서 지위의 높고 낮음이 아니라 역할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며 "서로의 역할을 공유하고 감당하는 경험을 통해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차별이 쉽게 사라지지 않듯 성평등한 공동체 역시 한 순간에 만들어지기란 어려운 일이다. 자신이 속해 있는 공동체에서 성평등을 위해 작은 일이라도 실천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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