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17일, 강남역 인근 공용화장실에서 20대 초반의 여성이 생면부지의 남성에게 무참히 살해당했다. 이후 경찰 조사과정에서 피의자 김모 씨가 "여자들이 나를 무시해서 그랬다"고 범행 동기를 진술해 '여성혐오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사건 1주기를 앞두고,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오면서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진행돼 관심을 모은다.
 
▲지난 11일 강남역 살인사건 희생자를 기리는 1주기 추모예배가 열렸다. ⓒ데일리굿뉴스

묻지마 살인 vs 여성혐오 범죄
 
2016년 5월 17일 강남역 인근 공용화장실에서 20대 초반 여성이 흉기로 10여 차례 찔려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른바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모 씨(35)는 정신분열 치료를 받은 사실과 함께 과거 신학생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했다.
 
김씨의 진술이 공개되자, 이번 사건이 단순히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가 아니라 여성혐오 범죄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성 혐오 범죄다'라는 주장과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몰지 말라'는 주장이 충돌하며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김씨의 범행이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라는 의견에 무게를 실었다. 지난 4월 대법원은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며 "김씨가 여성을 혐오했다기보다 남성을 무서워하는 성격으로 받은 피해 의식 탓에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고 판결했다.
 
법원의 판결이 알려지면서,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논의의 필요성이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권김현영 여성학자는 지난 10일 민주노총에서 열린 강연에서 "묻지마 살인은 사회에 대한 불만 등을 해소하기 위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지만, 그 대상이 여성이었다는 점에서 여성혐오를 부정할 수 없다"며 "강남역 살인사건은 여성혐오와 묻지마 살인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범죄"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일반화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견해도 있다. 황상민 전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건 발생 당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정신 이상으로 사회에 부적응한 김씨의 혐오는 아마 여성에 국한됐다기보다 사회 전체를 향했을 것"이라며 "여성에게 무시당했다는 발언도 쉽게 둘러대는 변명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1주기 앞두고 추모예배, 세미나 곳곳서 열려
 
▲지난해 강남역 근처 공용화장실에서 한 여성을 무참히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김모 씨 ⓒ데일리굿뉴스

오는 17일 강남역 살인사건 1주기를 앞두고 교계 안팎에서 '여성혐오'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세미나와 예배 등이 마련된다.
 
11일 오후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는 '강남역 여성혐오 범죄 1주기 추모예배'가 열렸다. 행사를 주최한 기독교 페미니즘 단체 '믿는페미'는 "'여자'라는 이유로 한 사람이 죽었다."며 "이 사건이 여성혐오 살인사건임을 사회가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예배에서는 지난해 '추모 포스트잇 붙이기'를 재현하는 순서도 마련돼, 50여 명의 시민들이 애도하는 마음을 담은 글귀를 포스트잇에 적어 붙였다.
 
포스트잇에는 "여성이 더 이상 왜곡되거나 혐오의 대상이 되지 않기를" "불안과 두려움과 공포에 떨지 않을 수 있는 한국사회를 바랍니다" 등의 내용이 적혔다.
 
온라인 페미니스트 그룹 페미당당은 14일 오후 6시 '묻지마 범죄를 묻다' 세미나를 개최한다. 강남역 살인사건을 '여성혐오 범죄'가 아닌 '묻지마 범죄'로 규정하는 시각을 점검해보자는 게 세미나의 취지다. 이번 세미나는 2014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묻지마 범죄자 특성 이해 및 대응방안 연구'의 저자 김민정 연구원이 강연자로 나선다..
 
이 외에도 강남역 살인사건 1주기를 맞아 △'강남역10번출구'가 주최하는 집담회(13일) △
소문자에프가 주관하는 페미니즘 페스티벌 '페밋'(13, 14일)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오는 17일에는 범페미네트워크가 주관하는 강남역 살인사건 1주기 추모 문화제가 서울과 대구, 부산에서 동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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