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칼럼] 사회적 약자의 '참이웃' 돼줄 수 있습니까?

정재영 교수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종교사회학)

등록일:2017-05-02 15:3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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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대통령 선거가 불과 1주일 정도 앞으로 다가왔다. 5차례에 걸친 TV 토론이 진행되면서 대선 후보들에 대한 지지도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제 선거 일주일 전부터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없기 때문에 남은 일주일 동안 지지도가 어떻게 변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지금의 지지도가 유지될 것인지, 유력 후보 외에 다른 후보가 극적인 지지도 상승을 이루어낼 수 있을지, 또는 여론 조사 결과와는 아예 다른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지 여러 가지 기대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정재영 교수ⓒ데일리굿뉴스


한편, 이번 대통령 선거는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나게 되면서 선거가 앞당겨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대체로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는 정당의 후보들이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탄핵의 여파로 선거 운동 기간도 전에 없이 짧아졌기 때문에 후보들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승부를 보아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번 대선 공약은 거대하고 거창한 내용보다는 실생활과 직결된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전보다 네거티브 공방은 다소 줄어든 양상이지만, 여전히 후보들에 대한 도덕성 검증과 말 바꾸기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독교인들은 어떤 후보를 찍어야 할까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이번 대선 후보 중에는 개신교인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개신교인 후보를 찍을 것이냐 말 것이냐는 논쟁은 없는 상황이다. 한 후보가 연속해서 보수 개신교 단체와 인사들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고 있을 뿐이다. 최근 한 조사에서는 기독교인 후보와 기독교적 공약을 내세운 후보 중에 누구를 찍을 것인가에 대해 63.3%가 굳이 기독교인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아도 된다고 응답했다. 기독교인이냐 아니냐보다 기독교 정신에 부합하는 후보를 찍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기독교인이 더 많다는 것이다.

교회와 정치

우리 사회에서는 개국 초기부터 교회와 정치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켜왔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이 개신교 신자였고 제헌 국회는 목사의 기도로 개회되었을 정도로 자유당 정권 하에서 한국 개신교는 정권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였다. 그러나 장로 대통령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로 인해 교회가 3·15 부정선거에도 관여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러다가 4·19 혁명 이후 한국교회 일각에서는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였으나 5·16 군사쿠데타가 일어나자 한국기독교연합회는 지지 성명을 발표하여 개신교계 내부에서조차 큰 갈등을 유발했다.

이때부터 보수 진영의 교회들은 엄격한 정교분리를 주장하면서도 실제로는 정권을 옹호하는 행보를 보였고, 진보 진영의 교회들은 사회참여와 정권 반대 운동을 하면서 대립 양상은 더욱 심화되었다. 특히 참여정권 이후에는 보수 진영의 기독교 인사들이 거리로까지 나와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한국 교계는 보수와 진보로 극명하게 나뉘어서 사안마다 일치된 견해에 이르지 못하고 오히려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개신교인 장로 대통령이 세 번 선출되었는데, 이에 대해서 찬반양론이 있기는 하지만 부정적인 평가가 적지 않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많은 교회들이 전폭적으로 장로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세 장로 대통령 모두 사회에서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개신교의 역량 부족을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또한 장로 대통령 후보가 나올 때마다 장로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아야 한다고 강단에서 선포되기 일쑤였고, 이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그들의 신앙을 의심받기도 했다. 장로 대통령이 나와야 기독교에 유리한 정책을 펼칠 것이고, 그래야 전도의 문도 크게 열릴 것이라고 기대한 것이다. 과거에 있었던 지방선거에서는 많은 교회 강단에서 특정 후보를 ‘종북좌파’라며 절대로 찍으면 안 된다고 ‘선포’했지만, 그 후보가 젊은 층의 절대적인 지지를 업고 보궐 선거와 지방 선거에서 연이어 당선되어 반대 설교를 한 목회자들을 당황케 하기도 했다.

바람직한 정치 참여

최근 탄핵 정국에서는 광화문 집회와 태극기 집회로 나뉘어 한 교회에서도 교인들이 서로 다른 집회에 참여하는 일도 경험하였다. 성경은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보기에 따라서 매우 진보적으로 읽힐 수도 있고, 매우 보수적으로 읽힐 수도 있다. 진보와 보수가 모두 성경을 인용하지만, 서로 다른 말씀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선택하고 심지어 같은 본문이라도 입장에 따라서 전혀 다르게 해석되기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쪽이 보다 진리에 가까이 있는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보수적인 가치와 진보적인 가치 중에 어느 것이 더 우월하다거나 어느 것이 더 성경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진보든 보수든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우리 사회의 공공선을 위해 노력한다면 나름의 방식으로 보다 더 나은 사회를 이루어가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한 중요한 방법이 투표에 참여하여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단순히 자신의 이익을 보장해 줄 수 있는 후보를 지지하기보다 성경에서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로 대표되는 사회적 약자들, 그리고 강도 만난 사람에게 참 이웃이 되어줄 수 있는 정책을 내놓은 후보가 누구인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정책을 유권자들의 환심을 얻기 위해 내놓은 것인지 아니면 실제 정치 신념에서 나온 것인지, 또 그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의지와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도 보아야 한다. 설문조사 결과와 같이, 단순히 기독교에 호의적인 후보가 아니라 기독교 정신에 부합하는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선거 때만 반짝 정치에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정치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대의 정치로 표현되는 오늘날의 제도 정치는 현실과 동떨어지고 정치 대리인에 의해서 시행되는 데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더 중요한 것은 선거 이후다.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라도 기대에 못 미치거나 부정한 일에 연루될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지 지켜봐야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 스스로 삶의 조건을 개선시킬 수 있는 생활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 사회가 하나님이 창조하신 본래의 질서를 회복할 수 있도록 기독교인들의 참여와 실천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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