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성공회 서울교구장이 8년 만에 교체됐다. 김근상 주교에 이어 제6대 서울교구장에 오른 이경호 신임주교는 "초대교회 주교들의 신앙의 정신을 이어받아 '성공회답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교구장이 될 것"이라는 포부를 전했다.
 
김근상 전임 주교의 조기 퇴진 원인으로 알려진 '요양원 부실 운영' 사건에 대해서는 "합리적 절차에 따라 가장 성공회다운 모습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호 성공회 신임주교가 취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임기 내 포부를 전했다.ⓒ데일리굿뉴스

"무거운 직분 맡아 부담…교회 투명성 회복에 헌신할 것"
 
지난 25일 공식 취임한 이경호 주교는 새롭게 맡은 자리에 대한 부담감과 감사함을 동시에 드러냈다. 이 주교가 맡은 직분은 제6대 서울교구장이자 '성공회'를 대표하는 사목자의 자리다.
 
그는 26일 교계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초대교회 당시 주교들은 100% 순교했다. 주교는 곧 순교자라는 의미"라고 설명하며 "그러나 교회의 일치를 위해 직분을 감당하는 보람을 감사하게 여기며 감내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 주교는 '성공회 다운 성공회'를 만드는 게 가장 큰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는 성공회에 대한 내외부적인 인식을 생각하고 예수께서 기뻐하실 일이 무엇일 지를 깨닫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 주교는 "한국교회 안에는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그리고 성공회 등 다양한 교단들이 함께 신앙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또 더 크게 보면 불교와 유교 등 다른 종교들도 공존한다"며 "이들과 함께 교류하고 좋은 모습으로 교제를 나누는 게 성공회 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올해 이 주교는 '용서와 평화'를 이루는 한 해가 되길 소원했다.
 
이를 위해 "대형 행사를 기획하기 보다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얼마나 신뢰를 얻고 존중 받는 선한 영향력을 끼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하는 올해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치,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운 이 시기에 교회가 먼저 갈등과 차별의 장벽을 허물고 용서와 평화를 이루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낙심한 세상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종교인으로서의 역할을 다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호 주교는 교회가 세상의 평화를 선도해 나가려면 무엇보다 '투명성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는 "사회는 투명성을 키우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교회는 재정이나 권위의 문제에 있어서 점점 투명성과 멀어지는 것 같다"며 "교회가 열린 마음을 가질 때 투명성을 회복할 수 있고, 또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요양원 부실 운영…"합리적 방안으로 해결한다"
 
끝으로 이경호 주교는 최근 성공회 내부적으로 발생했던 '요양원 부실 운영' 사건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요양원 부실 운영' 사건은 대한성공회 유지재단이 서울시로부터 위탁 운영 중인 구리시립요양원에서 재정을 부실하게 운용한 정황이 드러난 사건과 성공회빌딩을 임대, 관리하는 과정에서 업무상 과실이 발생한 사건을 말한다.
 
이에 성공회 서울교구 임원과 평신도원들은 성명을 내고 김근상 주교의 사임을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김근상 주교가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물러난 것이 바로 이 두 사건에서 비롯된 것이다.
 
김근상 전임 주교는 "도덕적 책임은 물론 재정적으로도 교구가 상당히 큰 액수의 부담을 안게 됐다"며 "교회 일치와 치리에 관한 모든 책임과 권한을 위임받은 주교로서 한없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경호 주교는 "재정적인 과실은 내달 내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사건이 업무상 과실에 의한 것인지 사법적 처리를 요하는 중한 사건인지를 조사하기 위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며 "오는 11월까지 조사 내용을 보고하기로 했으니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합리적 절차에 따라 이번 문제를 해결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무엇보다 성공회 신자들이 교회에 대한 애정과 헌신, 사랑의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본래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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