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독교인들이 고난주간과 부활절을 맞아 회개와 기도, 절제와 금식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예수님의 십자가와 면류관의 의미를 되새기는 특별한 전시회가 열려 눈길을 끈다.
 
 ▲송번수 작가의 <미완의 면류관> ⓒ데일리굿뉴스
  
종교·시대상 반영한 100여 점 작품 전시
 
섬유공예작가인 송번수의 <송번수, 50년의 무언극>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전시 중이다.
 
전시회에서는 <우주, 빛이 있으라>, <십계명>, <빛이 있으라 하심에 빛이 있었고> 등 작가의 종교적 색채를 담은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됐다.
 
특히 실을 짜는 '타피스트리' 기법을 통해 제작된 송 작가의 '가시' 연작이 돋보인다. 상처와 고난을 의미하는 '가시'를 소재로 한 이 작품들은 가로세로 4m의 초대형 작품인 <미완의 면류관>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능평성당의 제단용으로도 걸려있는 이 작품은 면류관의 일부를 미완으로 남겨 예수의 고난과 사랑에 관객들의 시선과 목소리를 더하고자 했다. 또한 인류가 갖고 있는 모든 가시를 끌어안아야만 인류의 평화를 가지고 올 수 있다는 메시지도 담았다.
 
송 작가는 "만일 순탄한 삶을 살았다면 가시가 작품의 주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종교는 어려운 삶의 과정을 극복하는 원천이 됐다"고 말했다.
 
송 작가의 말에서도 느껴지듯, 그는 네 살의 나이에 어머니를 여읜 슬픔과 고통, 뇌종양으로 어린 아들을 잃는 아픔을 겪는 등 굴곡 많은 인생을 살아왔다. 그는 이 모든 어려움들을 예술과 종교로 극복해냈다.
 
한편 송 작가는 작품에 다양한 시대상을 반영하기도 했다. <공습경보>라는 작품은 70년대 부조리한 사회상을 고발하고 있으며, <이라크에서 온 편지>는 자살폭탄 테러의 안타까움을 다뤘다. "작가는 시대의 기록자, 감시자, 비판자여야 한다"는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한편 송번수 작가는 하나의 기법과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 온 작가로, 타피스트리를 비롯해 판화와 종이부조, 환경조형물 등 다양한 장르를 다루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선 그의 종교적 메시지뿐 아니라 반세기 동안 그가 작업해 온 100여 점의 삶의 기록, 작가의 예술 세계도 만날 수 있다. 전시회는 6월 18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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