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 충현교회와 왕성교회 등 대형교회에서 시작된 교회세습. 이제는 교회규모와 상관없이 한국교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명성교회는 김삼환 원로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를 담임목사로 청빙한다는 건을 공동의회에서 통과시키면서 '교회세습' 논란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본지는 한국교회의 오랜 병폐로 지적된 '교회세습'을 주제로 기획을 준비했다. 한국교회 세습문제의 실태를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첫 번째 순서로, 현재 교회세습이 진행된 교회들의 실태를 살펴보고, 전문가들과 함께 교회세습의 원인과 대안은 무엇인지 짚어봤다. 
 
 ▲현재 교회세습이 진행된 교회들의 실태를 살펴보고, 전문가들과 함께 교회세습의 원인과 대안에 대해 짚어봤다.ⓒ데일리굿뉴스
 
세습의혹 22곳 중 9곳 '세습 완료'…'변칙세습' 등장
 
지난 2013년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공동대표 김동호 목사·백종국 교수·오세택 목사, 이하 세반연)은 22곳의 교회가 목회세습이 의심된다고 발표했다. 4년이 흐른 지금 이 교회들은 어떻게 됐을까.
 
세반연이 최근 교회세습 의혹이 제기된 22곳을 대상으로 재조사를 실시한 결과, 9곳은 이미 세습을 완료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부분 아들 혹은 사위에게 교회를 물려주는 '직계세습'을 택했다.
 
교회세습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기 시작하자 각 교단은 교단헌법에 '세습금지 조항'을 만들기 시작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2012년 개신교 최초로 담임목회 세습방지법을 통과시키며 위장변칙 세습을 막기 위해 징검다리 세습방지법까지 가결했다. 예장합동 또한 2013년 세습금지법 조항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교회들은 교단 헌법이 주로 직계세습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법망을 교묘히 벗어나가는 변칙세습을 만들기 시작했다.
 
실제로 A교회 담임목사는 직계세습의 법망을 벗어나기 위해 B목사를 수 개월 동안 담임목사 직에 앉혔다가 자신의 아들인 C목사를 담임목사로 임명했다. 이른바 '징검다리 세습'을 실시한 것.
 
이 밖에 변칙세습으로는 △담임목사가 지교회를 설립해 담임목사 자리에 아들이나 사회를 앉히는 '지교회 세습' △비슷한 규모의 교회 목회자들끼리 아들 목사의 목회지를 교환하는 '교차세습' △아버지가 지인 목사에게 교회를 형식적으로 이양한 다음 다시 아들에게 물려주는 '쿠션세습' 등이 있다.
 
이에 교단이 직계세습뿐 아니라 변칙세습에도 엄격한 잣대를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세반연 김애희 사무국장은 "만약 교단 내부에서 세습에 관한 처벌규정이나 징계규정이 전제돼 있었다면 이렇게 교회세습이 빈번히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교단 내부에서 세습에 관해 좀 더 엄격히 개선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습을 완료한 교회 대부분은 아들 혹은 사위에게 교회를 물려주는 '직계세습'을 택하고 있었다.ⓒ데일리굿뉴스
 
목회자들은 왜 자신의 혈연에게 교회를 물려주려고 하는 것일까. 이는 한국교회 내부에 자리잡은 목회자 중심의 구조, 폐쇄적인 의사소통 구조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애희 사무국장은 "교회세습은 교회 부패의 일환으로 벌어지는 현상"이라며 "교회운영 자체가 목사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교회 결정이 소수의 인사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교회세습이 발생한 교회를 살펴보면 대부분 담임목사가 개척한 교회거나 오랫동안 시무했던 교회다. 아무래도 교회 성장에 담임목사의 기여도가 클수록, 목회자의 입김과 생각이 교회전반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 사무국장은 "성도들이 '담임 목사가 있어야 교회가 운영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이런 생각이 결국 교회를 목회자의 혈연에게 맡기려는 결정까지 가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잇따른 교회세습 논란으로 한국교회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비기독교인들은 교회세습 문제를 접할 때마다 교회를 향해 '이기적인 집단, 권력중심적인 집단'이란 시각으로 비판하고 있다.
 
재벌들에게 나타날 법한 세습이 교회 내에서 발생하면서 세상 속에 물든 한국교회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교회세습을 방지하기 위해 "교인부터 세습에 대해 잘못됐다는 인식을 바로 갖고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교회가 세습을 택하려 해도, 교인들이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
 
교회는 후임 목회자 청빙 문제를 두고 다양한 교인들과 함께 토론의 장을 만들고, 더 이상 교회가 사적 소유물이 아닌 '공교회'라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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