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태원 경리단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망원동 일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면서 덩달아 오른 임대료 때문에 상인들의 피해가 크다. 망원동에서 40년째 사진관을 운영해온 김선수 사진사도 폐업 위기에 내몰려 주민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망원동에서 40년째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는 김선수 사진사. 건물주가 바뀐 후 높은 임대료에 폐업 위기에 내몰렸다.ⓒ데일리굿뉴스
 
임대료 '껑충'…폐업 위기 내몰린 사진관
 
행운의스튜디오 김선수 사진사는 망원동에서만 40년째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 자리에서도 22년째다. 주민들은 동네 터줏대감인 그를 '털보 아저씨'라고 부른다.
 
15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지만 동네 주민들의 추억이 가득하다. 돌 사진을 찍었던 아기가 어른이 되어 사진을 찍으러 오는 경우도 흔하다.
 
망원동에 위치한 망원교회와 한서감리교회에서 전도사로 사역하기도 했던 김 씨는 사진관을 개업한 이래로 사진 가격을 인상한 적이 없다. 증명사진 9장에 여권사진 8장을 합해서 1만 원, 돌 사진도 액자를 포함해서 1만 원이다. 형편이 넉넉지 않은 않던 교인들과 주민들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몇 십 년 전만 해도 망원동은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살던 동네였어요. 집마다 화장실이 없어서 아침이 되면 공동화장실에서 일을 보려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근처에 있는 사진관에서는 증명사진만 찍어도 2만 5천 원을 받아요. 서민 사진관이라는 생각에 22년 전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40년이나 마을 사진사 역할을 톡톡히 해온 김 씨지만, 정든 사진관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망원동 일대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면서 치솟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김 씨 역시 권리금도 받지 못하고 보증금만 받고 나가야 할 상황이다. 일부 주민들이 폐업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4월 15일이면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
 
사진관이 없어진다는 소식에 주민들의 마음도 착잡하긴 마찬가지다. 40년을 동고동락했던 털보 아저씨를 더 이상 볼 수 없단 생각에 주민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은사 목회자 가르침 따라 사진사의 길로…
 
목회의 꿈을 꿨지만 사진을 배워 이웃들에게 아낌없이 나눈 이유에는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창립을 주도했다고 알려진 故 허홍 목사의 가르침 덕분이었다. 학비도 지원해주고 자신을 아들처럼 아껴주었던 허 목사가 "가난한 사람들을 섬기는 삶을 살라"는 말에 사진사의 길을 택했다.
 
존경하는 은사의 가르침대로 살기 위해 사진을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강의도 꾸준히 했다. 지금까지 그가 가르친 제자만 3,700명이나 된다. 또 사진 기술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복음을 전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그만두지 말라고 말하는 주민들도 많지만, 이 동네 임대료가 몇 배씩 뛰어서 다른 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요. 원래는 인형뽑기방이 들어오기로 했는데 주민들의 반대로 계약을 해지했다고 들었어요. 앞으로 어떻게 할지 구체적으로 계획한 건 없습니다."
 
사진관을 더 이상 운영할 수 없다는 현실에 실망이 컸던 탓일까. 김 씨는 요즘 귀도 잘 들리지 않고, 멀쩡하던 치아도 빠지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망원동 사람들의 인생을 담는다는 생각으로 40년간 셔터를 눌렀어요. 지금도 할 수만 있다면 사진관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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