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청각 장애인 수는 약 35만 명. 이 가운데 크리스천은 약 0.2%로 8000여 명 남짓이다. 특히 수화언어로 대화하는 농인들 중 제대로 된 성경책을 갖고 있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
 
이들을 위해 한국기독교수어연구소는 10여년 전부터 수화언어로 성경을 번역하는 사역을 펼쳐오고 있다. 그런데 최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갑작스럽게 사무실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사역을 중단할 위기에 처한 것. 자세한 사연을 직접 취재했다.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성경번역 사역을 펼쳐 온 한국기독교수어연구소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한국기독교수어연구소 제공
 
성경 66권 수어로 번역 중…2035년 목표
 
지난 2005년 한국기독교농아총연합회 산하 기독교통일수화연구소로 시작된 '한국기독교수어연구소'(소장 이영빈 목사, 이하 한기수연). 각 교단마다 사용하는 수어(수화언어)가 달라 농인들끼리도 소통의 문제가 발생해 이를 통일하고자 창립됐다.
 
한기수연은 창립 이후 1년여 간의 연구 끝에 '기독교수어사전'을 발간하고, 지금은 2035년을 목표로 성경 66권을 수어로 번역하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주변에서 "농인들에게 왜 번역된 성경책이 필요하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농인들은 일반 청인들이 사용하는 문자와 음성언어와 달리
 ▲한기수연 이영빈 소장ⓒ데일리굿뉴스
수어를 사용하고 있어요. 특히 수어는 일반 언어와 말하는 흐름이 달라 농인들이 성경을 읽을 때 내용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죠. 이런 상황에서 농인들은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목사님의 설교로 신앙생활을 하는데 제대로 된 말씀을 접하지 못해 이단에 빠지기도 쉽습니다. 그래서 더욱 농인들만을 위한 성경책이 필요한 거죠."
 
한기수연에는 농아목회 현장에서 사역 중인 목회자와 전도사, 신학생 등 총 12명이 함께하고 있다. 아무런 급여와 대가 없이 오로지 농인들에게 말씀을 전할 수 있단 보람 하나로 지금까지 헌신해 온 이들이다.
 
연구위원들은 매주 목요일마다 사무실에 모여 주중에 서로 각자 연구해 온 자료들을 공유하고 의논한다. 각기 다른 버전의 성경을 살펴보고 합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수어로 번역해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한다.
 
촬영된 영상은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농인들에게 배포되고 있다. 한기수연의 영상을 접한 농인들은 "성경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시원하다"는 반응이다.
 
"성경번역 작업 위한 사무실과 인력 절실"
 
변변한 사무실도 없어 청각장애인협회 사무실 한 켠에서 연구활동을 진행한 지 2년. 하지만 한기수연은 최근 갑작스럽게 사무실을 이전해야 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행히 지금까지 한국기독교농아총연합회의 도움을 받아 청각장애인협회에서 연구활동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협회가 경영상 어려움 때문에 사무실 면적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저희 사무실을 빼야 하는 상황인거죠. 하루라도 빨리 농인들을 위한 성경책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연구가 중단될 위기에 처해 고민이 많습니다."
 
농아교회 대다수도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태여서 후원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1년에 한 번 농아교회들에게 후원을 받고 있으나 이마저도 필요한 기자재나 컴퓨터 프로그램을 구입하면 동나는 상황.
 
이영빈 소장은 현재 주변 교회나 선교단체들에게 촬영과 연구활동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을 대여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내 도움을 요청하고 있지만 선뜻 나서주겠다는 교회와 단체가 없다.
 
사무실 마련 외에도 수어성경번역을 함께 진행할 수 있는 인력도 부족하다. 영상편집의 경우 전도사 한 명이 맡고 있어 영상편집에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연구소는 수어와 영상편집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인력을 찾고 있다.
 
"수어성경은 농인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고 어떤 상황에서도 멈춰져서는 안됩니다. 농인들이 수어성경으로 진정한 하나님을 만날 수 있도록 한국교회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한국기독교연구소에 관한 자세한 문의는 02-832-1199 및 010-2086-3667(이영빈 소장, 문자만 가능)을 통해 가능하다.(후원계좌 : 농협 351-0792-1758-83)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성경번역 사역을 펼쳐 온 한국기독교수어연구소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 있어, 한국교회의 도움이 절실하다.ⓒ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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