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인 목회자 2명(온성도 목사, 이병기 목사)이 탈북민을 돕다 중국 공안에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북한인권단체와 가족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탈북민을 돕는 것은 국제법상 아무런 하자가 없는 일"이라며 외교부의 즉각적인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
 
▲온성도 목사와 이병기 목사의 가족과 북한인권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에 구금된 두 목회자'의 석방을 위해 외교부가 대응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데일리굿뉴스

탈북민 돕다 체포 당해…"인도주의적 차원의 사역이다"
 
온성도 목사(42)와 이병기 목사(66)의 가족과 북한정의연대(대표 정베드로) 등 북한인권단체들은 22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북민을 돕다 중국에 구금된 두 목회자의 석방을 위해 외교부가 적극 대응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온성도 목사와 이병기 목사는 현재 중국 랴오닝성 관할 공안청 조사를 마치고 '타인의 밀출국 조직죄'라는 죄명으로 기소돼 간수소에 구금돼 있다.
 
온성도 목사는 지난달 18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 공항에서 한국행 출국 수속을 하던 중 부인과 저녀 2명과 함께 체포됐고, 이병기 목사는 허베이성 친황다오시 호텔에서 부인과 함께 체포됐다.
 
온 목사의 부인 이나옥 사모와 두 자녀, 이 목사의 부인 김경옥 사모는 공안의 조사를 마친 뒤 풀려난 상황이다.
 
북한정의연대 정 베드로 대표는 "온 목사와 이 목사는 자신들의 사익을 위해 이 같은 일을 한 게 아니라 어려움에 처해있는 탈북민들을 도와준 것"이라며 "특히 탈북민을 지원하는 일은 국제법으로 봤을 때 매우 인도주의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어 "중국 정부가 어떤 이유 때문에 이들을 구금했는지는 모르지만, 하루 빨리 이들의 혐의가 풀려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하루하루 가족들과 함께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온성도 목사의 부인인 이나옥 사모는 "우리 남편은 체포되는 상황에서도 중국 공안들에게 '탈북민만은 붙잡지 말아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순수한 마음이었다"며 "무서운 곳에 홀로 남아있는 남편 생각에 잠도 제대로 못 이룰 지경"이라고 말했다.
 
"억울하면 신문고에 고발하라"…영사관 대응 지적도
 
가족들은 무엇보다 두 목사의 구금 이후 외교 당국자들이 확실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체포 직후 현지 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즉시 대응하지 않았고 첫 접견 자리에서 '어려운 시국에 왜 이 곳에 왔느냐'는 핀잔을 먼저 늘어놨다는 것.
 
이병기 목사의 부인인 김경옥 사모는 "공안에 잡히자 마자 휴대폰을 빼앗겨 가족들에게도 연락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공안들의 눈을 피해 딸에게 '외교부에 도움을 요청하라'고 메시지를 보냈다"며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영사관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딸 이지현 씨는 "어머니께 문자를 받고 곧장 외교부로 신고를 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공문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무작정 쳐들어갈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변명 뿐이었다"며 "오히려 부총영사로부터 '무례하다', '억울하면 국민신문고에 고발하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밝혔다.
 
가족들은 "주중 선양 총영사관 관계자들은 뒤늦게 변호사를 선임해주고 영사 접견에 협력한 것 외에는 제대로 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심지어 영사관 측이 관련 서류를 완벽하게 준비하지 않아 변호사 선임이 더 늦어지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끝으로 '탈북난민 보호활동 중 구금된 자국민 석방을 위해 대한민국 외교부는 즉각 대응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두 목회자의 신변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외교부는 이들의 석방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선양 총영사관 부총영사는 가족들에게 가한 언어폭력을 사과함과 동시에 물러나라"며 "정부는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외교적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가족들과 북한인권단체들은 '온성도-이병기 목사 석방 대책위원회'를 통해 향후 국제사회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며 석방을 호소하는 캠페인을 벌여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탈북난민 보호활동 중 구금된 자국민 석방을 위해 대한민국 외교부는 즉각 대응하라>
 
작년 말부터 최근까지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보호하던 한국인 목사와 선교사들이 대거 강제추방되거나 체포되고 있다. 목사와 선교사들은 그 나라의 법규를 준수하고 위배되지 않게 따라야 하는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고 책임이 따르는 행동을 해야 할 사람들이다. 대한민국 외교부도 연초에 공식 발표를 통해서 해외 선교사들이 불법 행위를 중지하고 주재국의 법률을 준수할 것을 표명했다.
 
그러나 난민에 관한 경우에는 모든 국제사회가 1951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국제협약에 따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난민은 '인종, 종교, 국적 또는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로 인하여 자신의 국적국 밖에 있는 자로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를 말한다.
 
따라서 중국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불법체류자가 아닌 현장 난민으로 간주하고 보호할 것을 권하고 있다. 난민의 지위를 인정받고 이들이 원하는 나라로 갈 수 있도록 돕는 것도 국제법에 따라 인도적인 사안이고, 난민의 지위 인정 여부와 관계 없이 강행규정에 의해 본국으로 송환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에 따라 이들을 돕는 것이 국제사회의 규범이다.
 
한국인으로서 중국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을 돌보는 행위는 국제사회가 추구하고 있는 인도적이고 양심적인 행위다. 이러한 선한 의도를 가지고 탈북동포를 지원하는 대한민국 목사를 비롯한 선교사들은 오히려 현지법률보다 상위법인 국제규범을 준수할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헌법에 따라 자국민에 해당하는 탈북민을 돕는 정당한 행위다.
 
따라서 지난 달 중국내 탈북민을 도운 혐의로 체포되어 구금된 온성도, 이병기 씨를 비롯한 탈북난민 보호 활동가들에 대해서 대한민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이들을 보호하고 지원해야 할 의무가 있다.
 
또 대한민국 영사는 사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 제대로 된 영사업무를 시행하고 자국민의 인권과 권리를 위해 적극 나서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가족들과 관계자들이 파악한 바에 의하면 이 두 사람의 체포와 구금과정에서 주 선양 총영사를 비롯한 대한민국 외교부의 대처는 너무 한심하고 부당하기까지 하다.
 
이에 북한인권단체는 여러 차례 대책회의를 갖고 온성도, 이병기 목사 석방 대책위원회를 통해 다음과 같이 대한민국 외교부에 촉구한다.
 
- 주 선양 부총영사는 가족들에게 가한 언어폭력을 사과하고 물러나라.
- 대한민국 외교부는 즉각 자국민의 구금상황을 파악하고 외교적 대응을 강화하라
-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는 온성도, 이병기 씨의 석방을 위해 즉각 나서라.
 
2017년 3월 22일
온성도-이병기 목사 석방 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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