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발생한 춘천중앙교회 화재 사건은 교계 안팎으로 큰 충격을 안겨줬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건물이 순식간에 전소되면서 교인들은 큰 아픔을 겪어야 했고, 더 늦기 전에 교회도 각종 재난에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본지는 안전사고에 대한 교회의 관심이 이제는 적극적인 노력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인식 하에 '교회의 안전관리'를 주제로 기획을 준비했다. 교회의 안전관리 실태를 진단하고, 사전 예방과 대응 그리고 사후관리에 이르는 전반적인 대응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매년 교회 화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예방책 마련 없이 교회는 각종 재난에 무방비 상태나 다름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교회가 소방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거나, 안전사고에 대한 교육 및 훈련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화재를 당한 교회들의 사례를 통해 문제점은 무엇인지 짚어봤다.
 
▲충남 아산에 위치한 엘림전원교회는 화재로 7,000만 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데일리굿뉴스
 
교회 화재 빈번하게 발생…예방책은 無
 
지난 2015년 충남 아산에 위치한 엘림전원교회에 화재가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한 시각은 오후 10시 30분경. 잠자리에 들기 전 가족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던 김황래 담임목사는 교회 건물에 불이 붙었다는 이웃의 말을 듣고 서둘러 현장으로 달려나갔다.
 
35년 전 허허벌판이었던 이곳으로 들어와 교회 건물과 필요한 모든 집기를 손수 만들었던 김 목사는 사고 현장을 목격하며 참담한 심정을 지울 수 없었다. 엘림전원교회는 이 사고로 교회 건물이 전소돼 7,000만 원 상당의 피해를 봤다.
 
지난해 7월에는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춘천중앙교회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나 예배당이 한 순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춘천중앙교회는 1989년 설립된 강원도 최초의 교회로 지역 복음화와 근대화에 힘쓴 교회였다.
 
특히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눈물과 기도로 지은 교회 건물이기에 권오서 담임목사를 비롯한 교역자와 성도들의 충격은 말로 다할 수 없었다.
 
"춘천중앙교회, 초기에 진화될 수 있었다"
 
불시에 찾아온 교회 화재를 막을 수는 없었을까. 당시 춘천중앙교회 화재를 진압했던 소방관은 "소방시설이 작동됐다면 초기에 진화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춘천중앙교회에는 스프링클러 설치가 되지 않아 자체 진화가 어려웠던 것이다.
 
강원소방본부 김봉배 주임은 "춘천중앙교회 건축이 허가된 것은 1998년도였고, 2001년 건축이 완료됐다"며 "근데 건물 바닥면적이 1000㎡ 이상 되는 곳은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는 법은 2004년 개정됐다. 법 개정 전 건축이 완료된 춘천중앙교회는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에 해당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초기대응이 미흡했던 것도 화재를 키운 원인이었다.
 
화재 당시 비상벨 소리를 들은 직원이 사이렌이 울리지 않도록 스위치를 끄고, 화재 현장을 확인 한 후에야 119에 신고한 것이 문제였다. 화재로부터 3분이나 경과된 시점이었고, 경보를 정지시켜 건물 내 사람들의 대피를 지연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강원소방본부 김봉배 주임은 "화재가 나면 바로 신고해서 소방대가 출동해야 하는데, 화재가 난 걸 확인하고 나서 신고하다 보니 3분 정도 출동시간이 지연됐다"고 말했다.
 
▲화재로 인해 잿더미로 변한 강원도 춘천중앙교회 예배당 모습.ⓒ데일리굿뉴스
 
소화설비 ·경보설비 부실 '심각'
 
지난해 강원도 소방서에서 종교시설 소방특별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대상 366개 중 '양호' 판정은 233 곳, '불량' 판정은 133곳이었다. 3분의 1 이상이 소화설비와 경보설비가 부실한 상황인 것.
 
교회가 화재 예방에 가장 필수적인 소방시설 관리조차 미흡하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그렇다면 화재 예방을 위해 소방훈련과 소방교육을 하는 교회는 얼마나 될까. 본지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이마저도 현저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소방본부 김봉배 주임은 "교회의 요청으로 직접 교육하고 훈련하는 것은 파악된 부분이 없다"며 "교회 같은 경우는 소방훈련과 소방교육을 하는 곳이 많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교회 화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교회의 대응책은 미비한 실정이다. 화재 예방에 대한 관심을 넘어, 다양한 응급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준비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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