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인 올해, 한국교회는 그 어느 때보다 화해와 연합의 기치를 높이 내걸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교회의 최대 숙원이라 할 수 있는 '복음통일'을 위한 준비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조짐이다. 올해 창사 20주년을 맞는 GOODTV는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통일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연중특별기획을 마련했다. 한국교회의 통일사역, 그 역사의 생생한 증인들을 만나보고 다양한 사역을 통해 복음통일의 그림을 그려가는 현장을 찾아가본다. 또한 '복음통일한국'을 위해 교회가 해야 할 역할을 모색하고,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특별대담과 포럼도 개최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북한을 뒤로하고 국내에 정착한 탈북민들이 3만 명을 넘어섰다. 탈북민의 사회 정착을 위한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생활고와 사회적 차별을 호소하는 탈북민이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탈북민의 정착은 물론, 신앙 성숙을 위한 사역에 앞장서고 있는 교회들을 소개한다.
 
▲남서울은혜교회 통일선교위원회 예배 모습. 남북성도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사진제공=남서울은혜교회)
 
남북성도 공동체 꿈꾸는 '남서울은혜교회'
 
탈북민의 수가 증가한 것은 북한이 극심한 식량난으로 어려움을 겪던 '고난의 행군' 시기(1990년대 중반) 이후다. 한국교회는 통일부의 요청으로 영락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남서울은혜교회, 사랑의교회, 수영로교회 등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탈북민의 국내 정착을 도왔다.
 
남북나눔운동 회장을 지낸 홍정길 원로목사가 개척한 남서울은혜교회는 2001년부터 통일선교위원회(이하 통선위)를 운영해왔다. 사역 초창기에는 구출 사역에도 뛰어들었다. 현재는 교회 사역에 집중하는 가운데 취업지원센터와 탈북민 청소년들을 가르치는 여명학교를 설립해 적극 지원하고 있다.
 
통선위는 한국에 거주 중인 탈북민들의 신앙 성숙과 사회 정착을 도울 뿐만 아니라, 남북성도들이 함께 예배를 드리는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현재는 100여 명 가까운 탈북민이 매주일 예배에 출석 중이다.
 
2009년부터 통선위를 담당하고 있는 김영식 목사는 부임 직후 '윗마을(북한)'과 '아랫마을(남한)'이라는 말을 쓰도록 했다. 남북성도간에 정서적으로 위화감을 줄이고 하나의 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의 하나였다.
 
김 목사는 "탈북민은 항상 학생이고, 남한 성도는 교사 같은 느낌이었다"며 "탈북민의 신앙 성숙에 중점을 두고 '탈북민 예배'가 아닌 남북성도 공동체로 탈바꿈됐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고 말했다.
 
또 통선위 모임 이외에도 일정 기간의 제자훈련을 거친 탈북민 성도들이 교구 모임이나 다른 부서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남서울은혜교회는 통일사역 로드맵과 관련 자료를 올해 안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여전히 충분하지 못한 통일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통일사역에 나서고 싶어도 방법을 알지 못하는 목회자와 교회를 돕기 위해서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는 통일을 위해 정부가 하려는 일을 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통일이 됐을 때 하나님 나라가 어떻게 회복될지 꿈꾸는 일이 중요하다"며 "교회는 성도들이 일상에서부터 탈북민과 북한, 통일에 대해 분명한 비전을 품을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배를 드리고 있는 새평양순복음교회 성도들.(사진제공=박상식 목사)
 
다가오는 통일 연습하는 '새평양순복음교회'
 
탈북민 출신의 목회자들이 배출되면서 탈북민 목회자가 탈북민 성도들을 위해 목회하는 교회에 대한 수요가 생기기 시작했다. 탈북민들을 배려한다고는 하지만 남한 목회자가 채워줄 수 없는 근본적인 한계 때문이었다.
 
2004년 9월 7일 탈북민 출신의 이빌립 목사가 열방샘교회를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그 해 12월 강철호 목사가 새터교회를 개척했다.
 
같은 해 9월 9일 설립 감사예배를 드린 새평양순복음교회도 탈북민 출신 엄명희 목사가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지원을 받아 탈북민 성도를 위해 세운 교회였다. 지금은 2009년 박상식 목사가 부임한 이래로 남한 목회자가 남북한 성도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다.
 
새평양순복음교회는 탈북민 성도들의 신앙 자립에 중점을 둔 사역을 펼치고 있다. 신앙적으로 성숙한 탈북민 성도들이 다른 탈북민의 정착을 돕는 교회가 되는 것이 목표다.
 
박 목사는 "탈북민들은 늘 돈 받으러 다니고, 손을 빌린다는 편견이 사라졌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서로 이해관계로 얽히게 되면 깊은 신뢰관계를 만들 수 없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앙 안에서 한 사람을 바로 세우는 헌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순수한 탈북민 교회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던 시기도 있었다"며 "이제는 남북한 성도들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면서 통일을 연습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졌다. 탈북민으로만 구성됐던 교회도 남한 성도들과 함께 어울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탈북민의 생활 정착과 신앙 성숙은 별개라고 말하는 박 목사는 단순한 생활비 지원만으론 탈북민을 한 사람의 성도로 온전히 세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목사는 "재정 지원은 탈북민들을 모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지만, 더 좋은 조건을 따라 교회를 옮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들이 성숙한 신앙인으로 자라나기 위해서라도 시혜의 대상이 아닌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새평양순복음교회의 다음 목표는 NGO 설립이다. 탈북민 학생들이 아무런 걱정 없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장학금과 학사를 제공하는 것이 꿈이다.
 
박 목사는 "미래 통일을 책임질 탈북민 학생들을 제대로 지원해주지 못할 때가 가장 가슴이 아프다"며 "한국교회가 최소한 한 세대를 바라보면서 사람들을 키우는 일에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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