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처음 맞이한 주말인 11일, 시민들은 전국 각지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가하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촛불집회는 승리를 자축하는 축제의 장이었던 반면, 같은 날 대한문 일대에서 진행된 태극기집회는 '탄핵 무효'를 외치는 성난 군중들로 가득했다.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탄핵 환영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폭죽을 쏘아 올리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촛불의 승리'…축제장 된 촛불집회
 
박근혜정권 퇴진을 위한 비상국민행동은 11일 광화문 광장에서 '제20차 범국민행동의 날'을 개최했다. 지난해 10월 29일부터 134일간 이어진 촛불집회는 1,600만(주최 측 추산)명의 시민들이 참가해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결과를 이끌어냈다.
 
이날 전국적으로 70만 명이 참가한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은 탄핵 인용을 '촛불의 승리'로 자축하며 박 전 대통령의 구속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퇴진, 국정농단 사태 공범자 처벌 등을 촉구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만장일치 파면 선고를 끌어낸 것은 촛불 정치였고, 광장의 승리"라며 "당장 박근혜를 청와대에서 쫓아내고, 청와대를 압수수색하고, 끝까지 범죄자를 비호하는 황교안을 내쫓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발언도 이어졌다. '수진아빠' 김종기 4·16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우리 가족은 헌재 탄핵 결과를 보고 박근혜 정부가 끝장났다는 기쁨과 '세월호 7시간'이 인용되지 않았다는 분노를 느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본 집회를 마친 후 탄핵을 축하하는 폭죽을 터뜨리며 촛불 파도타기를 이어갔다. 단체로 탄핵 축하 '셀카'를 찍어 SNS에 올리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오후 7시부터는 청와대와 총리 관저, 종로4가 도심 등 방면으로 행진에 나섰다.
 
주말마다 열리는 촛불집회는 이날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퇴진행동은 오는 25일과 세월호 참사 3주기(4월16일)를 앞둔 4월 15일에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보수단체들, 헌재 결정 불복…"탄핵 무효"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불복하며 3명이 사망하는 폭력 시위로 물의를 빚었던 태극기 집회는 같은 날 맞불 집회를 열고 계속 저항운동을 벌이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탄핵 기각 또는 각하를 촉구하던 친박단체들로 구성된 '대통령 탄핵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운동본부(이하 국민저항본부)'는 11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제1차 탄핵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국민대회'를 개최했다.
 
국민저항본부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전날 박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 헌재를 두고 "국가반란적 판결에 승복할 수 없다"며 "헌법상 주권자인 국민의 이름으로 헌재 해산을 요구한다. 재판관 9명을 새로 지명해 다시 심판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일부 참가자들이 휘발유와 소화기를 뿌리며 경찰과 마찰을 빚기도 했지만,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11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일대에서 탄핵무효국민총궐기운동본부 주최로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한국교회, 우는 자들과 함께 울어야"
 
이처럼 일부 친박단체들이 탄핵 무효를 주장하며 국민적 갈등을 초래하고 있는 가운데 화해와 통합을 위해 한국교회가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사회의 당면 과제인 적폐 청산과 지금 이 순간에도 가장 고통 받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을 보듬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현장 사역자들은 말한다.
 
광화문 광장에서 천막카페를 운영하며 커피 봉사를 펼치고 있는 양민철 목사(구리 희망찬교회)는 "탄핵 결정은 우리 사회에 공평과 정의가 강물처럼 흐를 수 있게 된 계기"라며 "교회는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말씀대로 이들을 환대할 수 있는 그런 곳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 목사는 "올해 부활절은 세월호 참사 3주기가 되는 날"이라며 "우리 주님의 기쁨과 눈물은 가장 낮은 곳에 머물러 있다. 한국교회가 우리끼리만 기뻐하지 말고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아픔을 보듬어주면서 주님의 기쁨을 함께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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