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소방관 한 명이 구해야 할 시민의 수는 1325명이다. 그러나 한 해 평균, 목숨을 잃는 소방관은 6명, 부상을 입는 소방관도 300명이 넘는다. 소방관의 평균 수명은 60살이 채 되지 않을 만큼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다. 이런 가운데 낡은 소방 호스로 재활용 가방을 제작해 소방관을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이 있다. '파이어마커스'의 이규동 대표를 직접 만나봤다.
 
 ▲이규동 대표는 소방관들을 지원하기 위해 폐 소방호스로 가방을 만드는 '파이어마커스'를 창업했다.ⓒ데일리굿뉴스

폐 호스로 만든 제품 수익금으로 소방관 지원
 

어릴 적부터 소방관인 아버지의 삶을 존경해온 '파이어마커스(FIRE MARKERS)'의 이규동 대표. 이 대표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소방공무원시험을 준비하던 수험생이었다.
 
아버지를 통해 소방관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지 알게 된 이 대표는 직접 회사를 차려 소방관들을 돕기로 결심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업사이클링 브랜드 '파이어마커스'다. 
 
"소방 장갑은 2년마다 교체를 해줘야 하는데 10년 넘게 낡은 장갑을 쓰고 있는 소방관들이 계세요. 소방관들이 자신의 안전을 위해 직접 소방장갑을 살 정도로 열악해요. 저희 아버지도 그렇게 일해오셨고요."
 
'파이어마커스'라는 이름에는 '소방관의 헌신을 기억하고 예수님의 흔적을 지닌 사람이 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브랜드의 이름처럼 파이어마커스의 제품들에는 세탁을 해도 지워지지 않는 검게 그을린 화재 현장의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대표는 호스를 이용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수명을 다한 소방 호스를 세탁기에 넣어 깨끗하게 세탁한 후, 잘 말린 호스를 재단하고 꿰매는 등 '막노동'에 가까운 작업을 손수 하고 있다. 이 대표의 손을 거친 호스는 세상에 하나뿐인 가방과 지갑, 키링과 파우치 등으로 재탄생 하게 된다.
 
처음에는 '지저분하다', '쓰레기 가방 아니냐', '더럽다' 등 좋지 않은 피드백도 많았지만 제품 제작의 취지,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고 응원하는 소비자들이 더 많아졌다.
 
최근에는 '어느 소방관의 기도문(Fireman's Prayer)'을 담은 가방, '소방관은 화재 현장에 가장 처음으로 들어가 가장 마지막에 나온다(First in last out)'는 의미가 새겨진 티셔츠 등 '소방'의 키워드를 접목시킨 일반제품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대표는 제품 판매 수익금으로 소방관을 돕는데도 적극 나서고 있다.
 
"소방호스로 제작된 제품 2개가 판매되면 소방장갑 하나를 기부하기도 하고요. 최근에는 한국소방복지재단과 협약을 맺어서 수익금의 5%를 기부하고 있어요. 기부된 수익금은 화상을 입은 소방관들을 위한 치료나 재해복구, 처우 개선 등을 위해 쓰입니다."
 
 ▲낡은 소방 호스로 제작한 제품 ⓒ데일리굿뉴스

가정용 소화기 제작…'시민 안전 캠페인' 전개
 
현직 소방관이신 아버지를 통해 폐 호스를 수급 받고, 정부 지원금으로 창업을 시작한 이규동 대표는 디자인에 대한 지식 부족과 재정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자금도 동나고, 디자인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거의 없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죠. 그때마다 같이 창업에 뛰어든 박용학 공동대표의 위로가 힘이 됐어요. '자신은 아론처럼 섬기는 역할을 할테니 저는 앞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라'고 힘을 실어 줬어요. 그때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라는 말씀을 붙잡고 기도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간구했어요."
 
이 대표는 파이어마커스가 말씀 위에 세워진 브랜드인 만큼 '파이어마커스'를 통해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는 도구의 역할을 잘 감당하고 싶다고 말한다.
 
"겉모습만 잘 포장된 신앙의 기업이 아닌 저 먼저 하나님 앞에서 정직하고 거룩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또 세상적인 좋은 길이 많지만 조금 돌아가더라고 하나님이 계획하신 길을 구하고 적게라도 나누는 그런 기업이 되길 바래요. 파이어마커스의 신앙적 취지인 복음을 전하는 일에도 힘쓰고 싶고요."
 
이규동 대표는 앞으로 '1325명의 시민이 한 명의 소방관을 응원하는 문화를 만들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시민 안전 캠페인'을 전개할 예정이다.
 
"시민들이 스스로를 지키는 것도 소방관을 응원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또 올해 2월 부터 각 가정에 가정용 소화기를 비치하는 법이 시행되면서 가정용 소화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항상 저희 취지와 가치관에 공감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해요."
 
이 대표는 이 캠페인을 위해 가정용 미니 소화기를 제작해 주택용 소방시설을 독려하고, 화재 취약 계층엔 소화기를 기부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버려지는 방화복을 이용한 제품 제작도 연구 중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