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든든한 성장판 역할을 감당했던 캠퍼스 선교가 위기라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캠퍼스 선교는 황금기였던 1990년대를 지나면서 성장의 동력을 잃어버린 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본지는 캠퍼스 선교가 어려움을 겪게 된 원인을 짚어보면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지 4회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
 
선교단체들은 그 동안 신앙훈련에 초점을 맞춰 학생들을 지도해왔다. 하지만 점점 취업이 어려워지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늘어나는 등 캠퍼스를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면서 제자훈련의 패러다임도 변하고 있다.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고 있는 선교단체들의 사역 방향을 짚어봤다.
 
▲캠퍼스 선교를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면서 선교단체와 교회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들은 청년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모색 중이다.ⓒ데일리굿뉴스
 
"캠퍼스 선교의 위기 극복…'공감'부터 출발하자"
 
갈수록 심각해지는 캠퍼스 선교의 위기. 그 원인은 치열해지는 취업 경쟁으로 삶의 여유가 없어진 탓도 크지만, 선교단체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이 줄어든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과거와는 달리 이제 교회에서도 선교단체 이상의 훈련과 영적 공급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자신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선교단체와 교회가 공감해주고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졸업을 앞두고 있는 구자욱 청년(연세대 4학년)은 "취업이 제일 걱정된다"며 "크리스천으로서 소명과 비전을 따라 어떤 직장에 가는 것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실지 확신할 수 없는 점도 불안하다"고 말했다.
 
강한나 청년(상명대 4학년)도 "목사님들이 청년들의 현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상처만 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앞으로 일터에서 우리가 신앙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존의 훈련만으로 급변하는 캠퍼스 환경에 대처할 수 없게 된 선교단체들은 꾸준히 변화를 모색 중이다. 특히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직업과 소명을 주제로 한 훈련이 속속 실시되고 있다.
 
한국대학생선교회(대표 박성민 목사, 이하 CCC)는 졸업을 앞두고 있는 학생들과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5주 과정의 'Cam-Com 세미나'를 진행 중이다. 대학(Campus)과 사회(Community)를 잇는다는 의미로 일터의 성경적 의미와 소명, 직장 생활에서 겪는 갈등에 대한 대처 등이 주요 주제다.
 
이두행 목사(CCC 서울지구 LLM 담당)는 "직장은 단지 돈을 벌거나 성공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직장 역시 하나님이 불러 주신 곳"이라며 "캠컴 세미나를 통해 학생들이 각자의 달란트와 소명을 깨닫고, 졸업 이후에 사회와 직장에서 전문성과 탁월함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한국예수전도단은 졸업반 학생들만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을 따로 진행할 뿐 아니라 각 전공 및 영역별 관심자들이 함께 모이는 '플러그(PLUG)'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예수전도단 서울대학사역이 주최한 'MISSION CONFERENCE SEOUL 2016(이하 MC Seoul 2016)'은 기존의 방식과는 다르게 자기다움을 발견하고 비전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들로 구성돼 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조용일 간사는 "지난 번 컨퍼런스에서 졸업한 선배들을 초청해 실패한 경험이나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며 "학생들이 4년 동안 잘 훈련되어서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는 일을 돕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현장 사역자들은 청년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비전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사진은 한국대학생선교회 캠컴 세미나 모습.ⓒ데일리굿뉴스
 
"청년들이 다양한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현장 사역자들은 선교단체의 제자훈련 방식이 신앙훈련을 기본으로 하되, 졸업 이후의 삶도 준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인곤 사무국장(기독청년아카데미)은 "이제 졸업 후 사회 진출을 핵심으로 훈련 과정이 변화될 필요가 있다"며 "사회 적응이 아닌 대안 창출을 위한 실제적인 도움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사무국장은 "혼자서는 아무리 잘해도 몇 년 버티기 어렵다. 공동체적 사회진출 모델이 필요한 때"라며 "이미 몇몇 단체들이 관계금융이나 공유주택과 같은 모델로 대안을 만들어가고 있다. 대학생 선교단체에서도 이런 실험을 당장 시도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체적인 훈련이 어려운 선교단체나 교회는 관련 기관과 협력해 청년들과 졸업 후 삶에 대한 기대와 어려움을 함께 나눌 수 있다.
 
'MC Seoul 2016'에서 자기다움 워크숍을 기획한 이주열 대표(Mission Consulting Academy)는 선교단체나 교회가 청년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대표는 "청년들이 디자인, 음악, 경영 분야에서 실제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며 "다양한 경험을 쌓다 보면 이 길이 자신의 길인지 아닌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캠퍼스 선교를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선교단체와 교회는 청년들의 고민과 어려움을 개인의 일로 치부하며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청년들에게 신앙훈련 뿐만 아니라 직장과 사회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시해야 할 때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