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촉발된 '가짜 뉴스(fake news)' 문제가 한국에도 나타나고 있다. 조기 대선과 탄핵 정국으로 혼란한 상황에서 가짜 뉴스의 확산은 사회 갈등과 분열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이러한 폐해는 교회로까지 번지고 있어, 교인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실제 피해 사례와 함께 바람직한 대응 방안은 무엇인지 짚어봤다.
 
▲'가짜 뉴스'의 폐해가 교회까지 확산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데일리굿뉴스

'가짜 뉴스' 논란…국내도 SNS 갈등 격화
 
"프란치스코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다", "힐러리 클린턴이 IS와 연루돼 무기를 팔고 아동 성매매 조직을 운영했다."
 
미국 대선 정국, SNS 상에서만 70만 건 이상 공유된 글이다. 기사 형식으로 순식간에 확산된 뉴스들은 모두 '가짜'였다. 그리고 이들 가짜 뉴스는 '진짜 뉴스'보다 더 많이 유통되며 대선 판도를 흔들었다.
 
조기 대선이 예고된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대통령 탄핵 심판과 조기 대선 정국이 맞물려, 근거를 알 수 없는 뉴스가 개인 블로그와 카페, 페이스북과 밴드 등 SNS를 타고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가짜 뉴스 때문에 인격 살해에 가까운 음해를 당했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을 앞두고,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의 극단적 갈등 양상이 온라인에서 이어지는 모양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뉴스들이 SNS에 퍼지면서 정치 이념적 사회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교회 향한 '가짜 뉴스'…실제 피해로 이어져
 
가짜 뉴스는 교회 안에서도 양산된다. 교회 내 공동체가 카카오톡, 밴드, 페이스북 등 SNS 그룹으로 모여 있다 보니 확산은 더 빠르다.
 
'긴급 속보', '널리 퍼뜨려 주십시오'라고 시작하는 글들이 정보지(찌라시) 형태로 무분별하게 퍼지거나 뉴스 형태로 전달된다.
 
모바일 커뮤니티 그룹인 밴드(Band)의 경우, 목사 혹은 기독교인이라 자칭하는 이들이 나라사랑***, 애국국민***, 자유민주*** 등 비슷한 성향의 보수단체 그룹들을 운영하거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 그룹에는 매일 같은 내용의 루머나 가짜 뉴스가 올라오고 있다.
 
가짜 뉴스의 확산은 실제적인 피해로도 이어진다. 최근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담임목사를 음해하는 내용의 밴드 게시글로 곤욕을 치렀다.
 
문제가 된 게시글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기총, 한교연, 교회협 등 기독교계 연합단체를 방문한 일과 관련해 만들어진 허위의 악성 루머였다. 한기총 대표회장인 이영훈 목사가 '북한에 가서 성접대를 받았고 여러 명의 자식이 있으며, 약점을 잡혀서 김정은에 충성맹세서약을 썼다'는 내용이다.
 
허무맹랑한 얘기지만 이 글은 일베저장소, 애국국민총연합 등 10개 밴드 그룹에 확산됐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문재인을 만난 게 잘못', '저게 무슨 기독교협회 회장이냐'란 비난부터 '사실이 맞냐. 근거를 알고 싶다'며 진위를 묻거나, '이영훈 목사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란 반박 의견까지 다양했다.
 
이 같은 음해성 게시글에 여의도순복음교회는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교회는 게시글이 올라간 밴드 운영자와 게시자, 유통자 등 8명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를 비방하는 허위의 악성 '가짜 뉴스'가 밴드 등 SNS에 떠돌며 큰 피해를 낳고 있다. 교회 측은 관련자 8명을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밴드 게시글 갈무리)ⓒ데일리굿뉴스

무작위로 유통되는 '허위 정보'…실질적 대응책 절실
 
가짜 뉴스가 사회만 아니라 교회 내부까지 침투해 실제 피해를 일으키고 있어, 일각에서는 실질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경찰은 최근 악의적이고 반복적으로 가짜 뉴스를 만들어 배포하는 행위에 대해 엄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경찰은 전담반을 구성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사안에 대해서는 수사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명예훼손이나 모욕 혐의가 있는 가짜 뉴스에 대해서는 고소고발을 받아 처리할 방침이다.
 
가짜 뉴스는 검증 과정 없이 무작위로 유통된다는 데 가장 큰 문제가 있다. 기성 언론사 뉴스 형태를 모방해 진실과 거짓을 구별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청어람아카데미는 지난해 2월 발표한 '괴담에 속지 않기 위한 10가지 제안'에서 "공유된 정보의 '출처'를 먼저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단체는 "정보 확인 없이 묵인하는 과정을 통해 괴담은 힘을 얻는다"며 "정보를 공유하는 이들에게 정보의 정확한 출처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과정은 보다 책임감 있게 정보를 공유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보를 접하는 교인들이 허위성 루머와 뉴스에 대응하는 분별력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가짜 뉴스의 경우, 호기심을 끌만한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내용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반응하기 앞서 진위 여부를 의심하는 자세가 우선돼야 한다.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루머나 가짜 뉴스만 아니라 모든 미디어 자체를 비판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미디어로부터 나오는 모든 것이 다 진실은 아니기 때문"이라며 "비평할 수 있는 시각과 사고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